감사원 "文정부, 정책 실패 감추려 통계 94회 조작"… 검찰에 수사요청

방민주 기자 2023. 9. 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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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 혐의로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장관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사진은 최달영 감사원 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뉴스1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22명을 통계수치 조작으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이들은 당시 정권에 유리하도록 통계 수치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15일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토부의 부동산 가격 통계 조작이 지난 2017년 6월부터 지난 2021년 11월까지 최소 94회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통계 조작 행위가 벌어졌다는 결론이다. 감사원은 감사에서 확인된 것 외에 더 많은 조작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토부가 미리 통계를 제공받아 실제 시장 상황이 안정되거나 부동산 대책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부동산원을 압박하고 통계 조작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통계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자 이미 공표된 표본가격을 고쳐 은폐하려 했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다.


정권에 유리하도록 통계 수치 미리 받아… 부동산 통계 조작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통계법상 작성 중인 통계는 공표 전 제공·누설이 금지된다"며 "당초 부동산원 실무진은 주중치 제공을 거절했으나 청와대가 원장 직무대행을 통해 압박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원이 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총 12차례에 걸쳐 조사 중단을 요청했으나 BH와 국토부가 이를 묵살하고 오히려 제공 범위를 당초 서울 지역 매매에서 수도권 매매·서울 지역 전세까지 확대하는 등 4년 이상 불법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확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현장 점검을 반복하라 지시하고 사유를 소명하게 하거나 표본가격 결정 근거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 변동률보다 낮게 나오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지속된 압박에 부동산원은 7일간 조사 결과인 속보치와 확정치를 3일간 조사 결과로 예측한 주중치에 맞추는 등 통계 왜곡이 시작됐고, 청와대의 변동률 조작 지시·요구는 지난 2018년 9월까지 이어졌다.

'9·13 대책' 발표 이후 청와대는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며 가중치 적용 중단을 지시하거나 국토부는 부동산 가격 등락에 따라 호가 등의 변동률 반영 여부를 지시했다. 그러면서 주중치와 속보치 일치율이 지난 2017년 31.6%에서 2021년 80.6%까지 상승하는 등 3개 수치가 유사하게 도출되는 게 관례화되고 KB 등 민간 통계와 격차도 지속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부동산원장에 사퇴 종용… "조직과 예산 날리겠다"


부동산원은 지난 2019년 2월부터 지난 2020년 6월까지 청와대·국토부의 지속적인 압박에 총 70주 동안 표본 조사 없이 임의 예측치를 주중치로 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본조사를 통한 주중치 산정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둔 지난 2019년 4월엔 '집값 상승률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청와대의 지시에도 집값이 점차 상승하자 국토부는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는다.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리면 안 되냐"고 압박해 부동산원은 서울 매매 확정치를 하향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019년 6월 서울 매매 변동률이 보합을 넘어 상승하자 국토부는 부동산원 원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본업도 제대로 못한다'며 사퇴까지 종용하거나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버리겠다'는 등 "압박이 더욱 거세졌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에 8월2주차까지 서울 속보치와 확정치가 실제와 다르게 0.02% 수준으로 유지됐고, 보도자료도 수정·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선 앞두고… 수도권· 전세가격 수치도 조작


지난 2019년 7월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국토부의 12·16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서울 강북과 수도권 변동률이 상승하자 지난 2020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조사 범위를 수도권(경기·인천)으로 넓혀 총선 전까지 10주 동안 조사하도록 지시하고 변동률 하락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0년 6월 '6·17 대책'을 보완한 '7·10 대책'에도 상승세가 여전하자 청와대는 6월5주차 공표에 앞서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 하라"고 국토부를 압박·질책하면서 변동률 하향 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 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이 상승하자 서울 전세가격도 조사 대상에 올려 11월 전세가격 상승폭을 0.16%에서 0.14%로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 불신 여론에 신표본 공표…'표본가격 현실화' '표본재설계'


감사원은 지난 2020년 이후 민간 통계보다 현저히 낮은 부동산원 통계에 대한 불신 여론이 확산되자 "부동산원이 조작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이른바 '표본가격 현실화'와 '표본재설계'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최 차장은 '표본 가격 현실화'에 대해 "장기간에 걸친 영향력 행사로 부동산원의 주택 통계에 대한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부동산원은 지난 2019년 1월과 지난 2020년 1월 두 차례 걸쳐 하향 조작된 표본 가격을 시장 가격으로 정상화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부동산원은 2019년 1월 시세반영률이 현저히 낮은 표본 1만2615건(아파트 7755건, 연립·다세대 2756건 등)의 가격을 시세에 맞추자 전기 대비 변동률이 12.14%로 급증했는데 앞서 공표한 가격을 임의로 올려 변동률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0년 1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표본 1943건의 가격을 조정하면서 전기 가격 등도 조작해 실제 4.82%인 변동률을 0.45%로 낮추어 공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계 신뢰성 논란이 지속되자 국토부와 부동산원은 표본을 전면 교체하는 재설계를 앞당겨(5년→3년) 추진해 지난 2021년 7월 표본을 전면 교체하는 이른바 '표본 재설계' 작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주택통계를 신표본으로 공표하고 개선된 것처럼 홍보하면서 주중조사가 폐지될 때까지 신표본 변동률도 조작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조사 내용이다.

방민주 기자 minju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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