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곡물가 급등 '더블펀치'···美긴축 장기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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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9.1%를 찍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이 올해 6월 3.0%까지 둔화하자 시장은 물가가 잡혔다며 금리 인하 시점을 거론하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유가와 주요 농산물, 석탄 가격이 고공 비행하며 고물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이 주요 에너지원 가격 급등과 가뭄에 따른 수력발전량 감소 등에 화력발전의 의존도를 높인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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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15년來·설탕 12년來 최고치
유가, 우크라戰 제외 9년來 최고
애그플레이션 우려·석탄도 급등
"2008년 亞 식품가격 파동 재연"
지난해 6월 9.1%를 찍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이 올해 6월 3.0%까지 둔화하자 시장은 물가가 잡혔다며 금리 인하 시점을 거론하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유가와 주요 농산물, 석탄 가격이 고공 비행하며 고물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경기는 위축되고 있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의 국제유가는 신흥국 수요가 급증한 2008년 배럴당 145달러에 비하면 낮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난해를 제외하면 2014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는 원유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PI애셋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는 “산유국들이 큰 폭의 수요 감소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능숙하게 가격을 끌어올리는 놀라운 가격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산물 가격도 들썩이며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쌀 가격의 기준이 되는 태국산 쌀 수출 가격은 최근 톤당 600달러를 넘기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0%나 급등한 것이다. 세계 1위 쌀 수출국 인도가 일부 품종의 수출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가한 여파다. 브라질·태국 등 주요 사탕수수 생산국이 이상기온에 시달리면서 국제 설탕 가격도 12년 만에 최고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스페인에서의 작황 악화로 올리브유 가격도 전년보다 130% 폭등한 상황이다. 석탄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석탄 가격 기준인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은 13일 톤당 162.25달러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주요 에너지원 가격 급등과 가뭄에 따른 수력발전량 감소 등에 화력발전의 의존도를 높인 영향이다.
닛케이는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내년 봄까지 9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골드만삭스도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면서도 브렌트유가 내년 12월까지 107달러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100달러 내외의 고유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HSBC는 “2008년 아시아 식품 가격 인상 공포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일부 지역의 쌀 가격이 급등하자 다른 나라들이 쌀 재고 확보에 나섰고 밀 등 대체품의 가격도 올라갔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고물가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역시 고조되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국제유가 상승에 대해 “스태그플레이션의 바람이 세계 경제 대부분의 지역에 불어오고 있다”며 “선진 경제 중 미국보다 유럽에 더 큰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장은 이달 19~20일에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시하고 있다. 금리는 동결하겠지만 점도표가 관건이다. 연준이 내년 말 금리 전망을 기존의 4.6%보다 높게 잡을 경우 고금리가 오래간다는 의미가 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14일 금리를 올리며 이번이 마지막 인상이라는 신호를 줬지만 물가가 계속 오른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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