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예능의 미지 도전에 필수적인 오랜 인연의 팀워크('손둥동굴')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목요 예능 <300만년 전 야생 탐험 : 손둥동굴>(이하 <손둥동굴>)이 탐험 마지막 날만을 남기고 있다. <손둥동굴>은 300만 년 전 생긴 거대한 미지의 동굴을 탐험하는 이야기. 예능이 동굴을 다루는 경우는 <정글의 법칙> 등에서 단편적으로 시도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프로그램 전체를 채운 사례는 드물어 신선하다.
베트남의 손둥 동굴은 내부에 대형 항공기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동굴을 다 돌아보려면 며칠이 걸리고 동굴 내부에서 취사와 야영을 하며 탐험을 진행한다. 동굴 탐험 전에 사전 교육이 철저히 필요할 만큼 동굴 속에는 상상 이상의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다.
동굴 속에는 지상의 절경들에서도 만나기 힘든, 아름다우면서도 기묘하며 장엄한 풍경들이 이어진다. 동굴을 이렇게 장기간(?) 돌아볼 수 있다는 사실도 의외고, 익숙한 지상의 경치들과 비교하면 혁신적이라 할 만한 풍경들과도 만나게 된다.
이 동굴 탐사대는 2002 월드컵을 코치와 선수로 함께 한 축구인 박항서, 안정환, 김남일과 격투기 선수 추성훈, 그리고 제국의 아이돌 출신 운동돌 김동준으로 구성돼 있다. 동굴 탐사가 험난한 만큼 현역이나 은퇴한 운동선수, 그리고 일반인 중에도 상위 운동 능력을 갖춘 아이돌 출신 연예인으로 팀이 꾸려졌다.
박항서 감독은 단순히 축구인이라서만이 아니라 동굴이 베트남에 있는 만큼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베트남 국민 영웅인 만큼 등장만으로도 많은 그림이 나올 상황이라 섭외된 듯하다. 실제로 방송 중 어디를 가나 알아보고 사진을 찍기 요청하는 박 감독을 보는 '국뽕'의 재미도 <손등동굴>에서는 꽤 쏠쏠하다.
박 감독의 베트남 인기 외에 <손둥 동굴>의 예능적 감상 포인트는 여타 여행 예능과 유사하다. 흔히 보기 힘든 자연경관 감상, 이에 더한 출연자들의 고생담이다. 다만 <손둥동굴>은 다른 여행 예능들과 재미 포인트는 유사하지만 고생담의 강도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여행 예능보다는 탐험 예능이라 불러야 좀 더 정확할 듯하다.
본격적인 손둥동굴 탐사도 힘들지만 사전 적응 훈련부터 강도가 만만치 않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사구에서 3인4각 달리기를 하고, 강을 역류해 노를 젓거나, 예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폭염 속 수 km 거리 행군을 하는 등 출연진이 남다른 운동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방송이 성립 안 될 듯한 생고생이 이어진다.
이러한 고난의 동굴 탐사 과정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축구인 3인의 팀워크다. 2002 월드컵때 팀으로 한솥밥을 먹은 것은 물론 축구계에서 수십 년을 함께 지낸 이들의 케미가 방송을 끌고 가고 있다.
현역 선수 생활을 하고 있어 운동 능력이 가장 좋은 추성훈이 대장을, 김동준은 젊은 세대의 감성을 추가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축구인 3인을 예능적으로 떠받치고 있다. 사실 일반적인 예능이라면 멤버 중 가장 오래 예능 활동한 추성훈을 중심으로 캐릭터나 서사 구조가 짜여야 맞지만 <손둥동굴>은 좀 다르다.
동굴 탐사는 여행 예능의 새로운 시도이고 이를 수행하려면 멤버 구성이 일반적인 예능과는 달라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체력과 운동 능력이 우월한 선수 출신들을 모아 놓더라도 각각 연이 없는 선수 출신 방송인들을 데려다 놓으면 동굴 탐사 예능이 쌓인 제작 노하우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멤버들 케미가 제대로 안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친근한 축구인 3인을 중심에 놓으면 이들의 일상 케미를 끌어내는 것만으로 예능이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다. 실제로 박항서, 안정환, 김남일은 방송 시작부터 쉴새 없이 장난을 치고 티격태격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이들이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출발하는 팀워크에 추성훈과 김동준도 합류해 동화되며 원팀이 돼가는 느낌이다.
팀워크는 그 자체로 재미를 수월하게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 동굴 탐사의 고된 미션들을 완수하는데 윤활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손둥 동굴>은 축구인 3인방의 놀리고 챙기고의 반복 위에서 진행된다. 챙기기 역시 오랜 팀워크에서 비롯돼 신속한 긍정작용을 일으키는데 난관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일을 수월하게 만든다.
새로운 여행 예능 시도에 오랜 인연의 멤버들을 배치해 팀워크를 기본 장착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비슷한 시기 JTBC에서 방송되고 있는 <택배는 몽골몽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행 예능이 자주 다루지 않는 몽고의 광활한 내륙을 택배 배달로 도는 이 프로그램은 지역이나 형식에서 새롭다.
이런 시도는 오랜 인연들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76 용띠 클럽 멤버들이 있어 구체화됐고 이들의 케미가 웃음을 담보하고 광활한 자연 속으로 택배 배달을 하는 생고생의 순간들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든다. 어떤 일이든 팀워크는 다 중요하지만 미지의 지역, 강도 높은 고생의 여행 예능은 출연자들이 함께 보낸 시간이 특히 최우선 고려 조건인 듯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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