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분양 물 건너가니…문정동 296가구 더 돋보이네

손동우 전문기자(aing@mk.co.kr) 2023. 9. 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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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급 청약 부족한 서울…그래도 알짜는 있다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 눈길
연내 분양 유력해 관심 가져볼만
물량 크게 모자라 수요해소 부족
청담·반포·방배 등 강남 핵심권
올해초엔 9곳 분양 예상됐지만
내년 이후로 일정 연기 잇따라
공사비·인건비 크게 오른 여파에
설계변경 등 절차 문제까지 겹쳐

올해 초만 하더라도 서울 청약 시장을 노리는 수요자들의 기대가 높았다. 청담·반포·방배 등 강남 핵심권에서 새 아파트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전용면적 85㎡ 이하 평형에서 추첨제가 부활하면서 이들 단지의 청약 일정을 체크하는 1주택자도 많았다. 하지만 강남권 분양을 노리는 사람들이라면 올해는 기대를 접는 게 좋을 듯하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분양 일정이 대거 내년으로 연기되는 분위기다. 성동·동대문구 등 비강남권에서는 분양 단지가 잇따르며 청약 열기가 불붙고 있지만 강남권은 사뭇 조용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강남권에서 2023년으로 분양 일정을 잡은 아파트는 9곳이었다. 하지만 9월 15일 현재 강남3구에서 분양한 단지는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 청담동 청담르엘과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아크로리츠카운티는 내년으로 일정이 밀렸고, 신반포메이플자이 등 4개 단지도 연내 분양될지 미지수다.

문제는 이들 단지의 분양 일정이 기약 없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갈수록 분양가격도 오를 위험이 있어 예비 청약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로또 청약'만 노리고 있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선 청약 일정이 내년으로 밀릴 것으로 확실하게 점쳐지는 곳은 4개 단지다.

청담르엘은 올 4분기 일반분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내년 분양이 유력시된다. 청담르엘은 지난 7월 조합원들에게 견본주택을 오픈하고 조합원 분양을 진행한 후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합원 분양 과정에서 갈등이 생겨 조합장이 사퇴하면서 분양 절차가 중단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등은 올해 안에 분양하고 싶어 하지만 조합장을 새로 뽑으려면 최소 3~4개월이 걸리는 만큼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밝혔다.

청담삼익을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강남의 대표 부촌인 청담동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다. 지하철 청담역도 걸어서 7~8분 거리이며 삼성동·압구정동 등과도 가까워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전용면적 171㎡ 이상 펜트하우스 4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와 '찐부자'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도 내년으로 분양 일정을 미뤘다. 최근 래미안 홈페이지를 통해 일정을 2024년으로 변경 공지했다. 당초 10월로 계획됐던 일정이 12월로 미뤄졌다가 아예 내년으로 넘어갔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이후 규모(641가구)는 작지만, 입지로 보면 반포대교 서쪽의 내로라하는 단지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와 아크로리버파크에 둘러싸인 이 아파트는 외국인 학교인 덜위치칼리지, 강남권의 유일한 사립초등학교(계성초) 등을 끼고 있다.

방배동 아크로리츠카운티(방배삼익 재건축)와 래미안원페를라(방배6구역 재건축) 역시 올해 분양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두 단지 모두 현재 재건축 단계로는 일정상 2023년 분양을 맞출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래미안원페를라는 내방역과 이수역 사이에 있어 강남 테헤란로로 접근하기 쉽고, 서문여중·서문여고와 가까워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강남권 나머지 단지들도 11~12월 분양이 목표인데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분양업계 관측이다. 먼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메이플자이는 11월 분양이 목표지만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GS건설이 공사비를 50% 증액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조합이 불가 입장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 래미안원베일리와 함께 '반포 대장주'로 거론되는 사업지다. 신반포 8·9·10·11·17차, 녹원한신, 베니하우스 등 7개 아파트와 상가 단지 2개를 통합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단지 남쪽 반포자이와 함께 거대한 '자이 타운'을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도곡삼호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도 행정 절차가 늘어지면서 연말로 잡힌 분양일정이 밀릴 위험이 높다. 일반분양을 먼저 하고 조합원 분양을 나중에 하는 '초강수'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 밖에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대치 구마을3지구 재건축)와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 재건축) 등도 연내 분양을 계획하고 있지만, 분양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렇게 해서 연내 청약이 유력한 강남권 단지는 단 한 곳만 남은 상황이다.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이 이달 말 올해 강남권 첫 분양에 나선다. 단 일반분양 물량이 296가구에 불과해 청약 대기 수요를 해소하기엔 어려울 전망이다. 문정동136 일대 단독주택을 재건축하는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은 3호선 경찰병원역, 5호선 개롱역, 8호선 문정역 등과 가깝다.

올해는 유독 강남권 분양 단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4월부터 투기과열지구인 강남3구에서도 청약 가점에 상관없이 전용 60㎡ 미만은 전체의 60%, 60~85㎡는 30%가 추첨제로 입주자를 모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 지연으로 강남권 입성을 꿈꿨던 수요자들의 청약 일정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남권 분양 일정 연기는 일차적으로 설계 변경 같은 절차적 문제가 원인이지만, 그보다 분양가를 좀 더 높게 받으려는 조합의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개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높이길 원한다. 분양가격이 높아야 조합원(집주인) 부담이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공사비와 인건비 등이 많이 뛴 반면, 강남권은 분양가상한제에 걸려 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이지 못한다. 조합 입장에선 일정을 미루고 싶은 유혹이 많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강남3구에서 후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일정을 미루다가 입주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분양하는 단지가 많다는 뜻이다. 후분양은 일반적인 '선분양'보다 위험이 높지만 인기가 많은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과 래미안원펜타스는 내년 입주가 예정인 후분양 아파트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치솟은 공사비를 보존하기 위해 분양가를 올리려는 조합이 많다"며 "일부는 최근 집값이 오른 만큼 분양 시기를 늦출수록 분양가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강남·서초 아파트 일반분양가로 3.3㎡당 6000만~7000만원을 예상한다. 국내 재건축 단지 중 분양가가 가장 비쌌던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3.3㎡당 5653만원)보다 최대 1000만원 이상 높다. 올라간 땅값과 불어난 공사비를 반영한 전망치다. 후분양 아파트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으면 건설비용 등을 좀 더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격이 이보다 더 오를 수 있다.

최근 주택 공급 절벽에 대한 경고가 계속 나오는 점도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공급을 촉진한다는 '상징성'을 만들기 위해 강남3구에 적용 중인 분양가상한제가 해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시나리오는 주택 시장을 자극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 손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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