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인터뷰’ 보도 경위 확인하겠다는 검찰···‘취재원 비닉권’ 충돌 우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관련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뉴스타파·JTBC 보도를 ‘허위 보도’로 규정하고 보도 경위를 확인하기로 했다. 해당 기자들이 어떻게 자료를 입수하고 누구를 만났는지 등 취재와 보도의 전 과정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기자가 취재원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 ‘취재원 비닉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14일 취재진에게 “특별수사팀은 증거물을 분석하고 관련자 조사를 진행해 허위 인터뷰 관련 보도가 이뤄진 경위와 공모관계 등 사안의 전모를 규명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자의 취재윤리상 취재원을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를 어떻게 고려할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언론의 자유와 기능, 취재권 등도 고려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그런 부분도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은 14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와 서울 마포구 JTBC 본사, 소속 기자들의 자택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보도 경위와 관련해 기자의 취재원이 누구인지 파악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JTBC 소속이던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가 입수해 보도한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 조서를 누구로부터 입수했는지 추궁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 진술 조서를 더불어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이 봉 기자에게 제공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허위 보도의 ‘배후세력’을 파악하기 위해 이 진술 조서의 출처 파악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 수사는 기자의 취재윤리에 따른 취재원 비닉권과 충돌할 수 있다. 취재원 비닉권이란 기자가 취재원의 신원 등을 외부에 밝히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취재원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취재원이 언론에 정보 제공을 꺼리게 돼 헌법 21조 1항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민주주의 실현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취재윤리이다. 기자들이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수사기관에 취재원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사례는 많다. 검찰의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사건 수사 때가 비근한 예다.
미국, 독일 등과 달리 한국에는 기자의 취재원 비닉권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법률이 없다. 과거 언론기본법에 취재원 비닉권 조항이 있었지만 1987년 이 법이 폐지되면서 법적 공백 상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기자의 취재원 비닉권이 헌법적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언론·출판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21조 1항에 따라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원 신원이 보호돼야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취재원 비닉권은 언론·출판의 자유의 핵심이라는 게 이들의 해석이다.
검찰은 수사 대상인 기자들이 취재원을 밝히지 않거나 취재 자료를 폐기하는 등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으면 강제수사를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압수수색 영장, 통신 영장 등으로 취재원을 추정하려 하거나, 기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토하는 수순으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 해당 보도들을 인용한 언론사들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언론의 역할은 100%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진실일 가능성이 있으면 그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비판하는 것”이라며 “뉴스타파 등의 보도 행위가 명예훼손죄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란 한 개인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법익의 균형성이 너무 안 맞는다”고 했다. 이어 “법원이 언론사 압수수색 영장을 너무 쉽게 발부하는데, 이 발부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명예훼손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검찰이 최근 정권에 적대적인 언론에 대해서만 수사를 강행하면서 형평성 있게 권한을 행사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온다”며 “언론이 허위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도 악의성을 가지고 보도했다는 게 입증되지 않으면 유죄가 나오기도 힘들다. 수사 과정 자체에서 언론을 괴롭히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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