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경제

87조원짜리 '신상 주식' 떴다 … ARM 수혜주까지 들썩

문일호 기자
입력 : 
2023-09-15 16:17:49

글자크기 설정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 나스닥 상장 효과
사진설명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고 있는 빅테크를 구원하러 87조원짜리 팔(ARM·암)이 쑥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 주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2014년 알리바바에 이어 약 10년 만의 정보기술(IT) 업종 최대어다. 기업가치 86조7000억원(상장 첫날 종가 기준)에 달하는 ARM이 미·중 무역갈등 악재에 신음하던 빅테크들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은 ARM 자체보다는 관련 수혜주 찾기가 한창이다. '제2의 테슬라' 루시드와 '제2의 아마존' 쿠팡은 상장 이후 주가(12일 기준)가 각각 41%, 61% 하락했다. ARM과 같은 '신상 주식'을 곧바로 사기엔 겁이 난다는 것. 대신 저전력 반도체 설계의 일인자인 ARM과 손잡고 있는 빅테크들이 주로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반도체 설계도를 IT 회사들에 로열티(사용료)를 받고 파는 회사다. 특히 스마트폰 머리에 해당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점유율이 99%에 달한다.

상장을 앞두고 ARM은 연구개발(R&D) 투자비를 늘리며 클라우드에서 경쟁력을 높여왔다. '구름'이란 뜻의 클라우드는 아마존과 같은 회사가 데이터센터를 대신 지어주고 IT 자원을 빌려주는 개념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면서 클라우드 사업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의 핵심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자리 잡았다. 상장 이후 ARM 몸값은 점유율 한계치에 도달한 모바일보다는 클라우드 사업에 달린 셈이다.

클라우드 업체들은 ARM 설계도를 쓰는 대신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지만 ARM 기술 적용을 통한 비용 절감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ARM 클라우드 점유율 확대→클라우드 사업 비용 절감→순익 증가→관련 빅테크 주가 상승'을 기대 중이다.



사진설명
아마존, ARM 설계도로 클라우드 사업 승승장구

이 같은 클라우드 서버용 반도체 칩 시장은 인텔과 AMD가 양분해왔다. 서버는 휴대폰과 달리 저전력보다는 성능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박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들에도 비용 절감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존이 '그래비톤'을 탑재해 클라우드 사업(아마존웹서비스·AWS)을 키우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 ARM의 '네오버스'가 적용됐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ARM 서버 칩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5%에서 올해 들어 10%대로 올라섰다.

아마존의 사업구조는 온라인 상거래와 클라우드 사업이다. 클라우드는 지난 2분기 기준 16.5%지만 이익의 대부분은 여기서 나온다.

전 세계 클라우드 1위가 아마존(점유율 34%)이고, 그다음이 MS다. 구글이 3위인데 이들과의 격차가 큰 편이다.

최근 월가는 아마존과 MS의 향후 실적 전망을 올리고 있는데 ARM 관련 수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점차 전력 대비 효용성을 따지는 빅테크들에 ARM 채택 비중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기상 이변으로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아마존 등 거대 탄소 배출 기업은 친환경 설계 기반의 ARM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지난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마존의 올해 말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3.41달러다. 2027년 예상 EPS는 8.59달러다. 이를 연평균 성장률(CAGR)로 계산해보니 20.3%다.

해외 주식 투자 때 EPS가 중요한 것은 빅테크의 경우 매년 실적은 늘고, 주식 수는 감소해 중장기 EPS 성장률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ARM이 또 다른 빅테크로서 열심히 일을 하면서 AWS의 수익성을 높여 아마존 실적을 매년 20%씩 끌어올려줄 것이란 기대감이 숫자에 담겨 있다. 아마존 주가가 올해 들어 이날까지 67%나 상승한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신사업과도 관련이 깊다.



사진설명
마이크로소프트, ARM 손잡고 서버 운영 향상

MS 주가 역시 같은 기간 41% 올랐는데 ARM과 협력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이나 MS나 IT 사업을 위해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ARM에 악재다. 그러나 대량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MS는 ARM 기술을 적용해 더 효율적인 서버용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맞게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인텔·AMD 대신 ARM 기반으로 전환 중이다.

MS의 회계연도는 매년 6월 말이다. 2024년 6월 말 EPS 10.98달러에서 2028년 6월 말 18.87달러로 추정된다. MS의 5개년 평균 EPS 성장률은 11.4%로 아마존(20.3%)보다는 낮게 나왔으며 올해 주가 수익률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ARM을 통해 수익성 향상이 기대되는 클라우드 사업 점유율이 아마존에 비해 낮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MS의 올해 예상 실적을 반영한 주가수익비율(PER)은 30.77배다. 아마존의 PER은 42배다. 향후 1년간 예상 순익을 반영한 현 주가 수준은 아마존이 더 높은 셈이다.



삼성전자, ASML처럼 ARM 투자로 돈 벌까

ARM 상장을 통해 중장기 수혜가 예상되는 빅테크들은 ARM 지분 투자사들이다. 애플,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이 ARM 초기 투자자들로 나섰다. 이들은 삼성전자처럼 단기 재무 압박을 받을 경우 ARM 지분을 내다 팔아 현금화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깔고 있다.

삼성전자도 소프트뱅크처럼 IT 회사 초기 투자로 재미를 봤다. 반도체 불황 여파로 신음하던 이 국내 시가총액 1위 회사는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지분 일부를 매각해 3조원을 현금화했다. 이 현금은 반도체 R&D와 관련 설비투자에 쓰일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ASML 지분율은 올해 3월 말 1.6%에서 6월 말 0.7%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2016년에도 ASML 지분을 매각하고 6000억원을 확보해 자금 압박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현금성 자산에 가까운 ARM 지분 확보로 삼성전자의 향후 재무 리스크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향후 5개년(2023~2027년) EPS 성장률은 37.6%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반도체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가 나타나면서 전체 순익이 급감한 여파로 향후 반등에 따른 이익 성장률은 급상승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다만 삼성전자 PER은 46.54배에 달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 대비 고평가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애플 역시 ARM 지분 투자로 인해 중장기 수혜가 예상되지만 클라우드 업체들에 비해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다. 향후 5개년 EPS 성장률이 7.6%에 그치는 이유다. 중국 정부의 아이폰 사용 금지도 한몫하고 있다.



ARM 인정받은 가온칩스 주가 급등

삼성전자 이외에 국내 수혜주로는 가온칩스가 손꼽힌다. 이 코스닥 상장사는 올 들어 주가가 3배나 급등했다. 가온칩스는 2012년 설립된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다. 시스템반도체 생산 중에 설계 회사와 생산 회사 사이의 접점 역할을 한다. 주로 자율주행과 AI 분야 반도체의 공정과 설계를 담당한다.

특히 올해 주목받은 것은 이 회사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와 ARM의 공식 파트너사라는 점이다.

ARM을 올라탄 가온칩스의 향후 3개년 EPS 성장률은 16.6%로 추정된다. 아직은 국내외 빅테크 대비 매출과 순익 규모나 성장률에서 밀리는 양상이다. 2020년 매출 171억원에서 작년 433억원으로 2년 새 2.5배 성장했다. 다만 순이익은 2021년 62억원에서 2022년 44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상 PER이 84.7배에 달해 중장기 접근이 유효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인기뉴스

2024-06-10 04:19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