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집값·소득·고용' 통계 조작"…정책실패 덮었다(종합)
'소주성' 위해 소득·분배 조작…"문 전 대통령 지시여부 확인 안돼"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통계청과 부동산원을 압박해 부동산·소득·고용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수치 정보를 왜곡하는 등 불법 행위가 확인됐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15일 나왔다.
감사원은 이날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시절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 22명을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요청하고 그 외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되는 윤종원 전 경제수석 등 7명에 대한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문 정부 4년 넘게 집값 통계 94회 조작…사퇴 종용 등 압박 가해"
감사원이 가장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통계 조작이 이뤄졌다고 본 분야는 '부동산'이다.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장관이 부동산원의 중단 요구를 묵살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94회에 걸쳐 서울 및 수도권 매매 가격 및 서울 전세 가격 변동률을 낮추거나 상승폭을 줄이는 등 다양한 조작 행위를 주도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다만 감사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로우(미가공) 데이터 등 가장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 증거를 통해 실제로 통계(변동률) 조작이 이뤄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횟수가 94회"라며 "조사원들은 합리적인 사유가 아닌 외부에서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실제 조사 가격과 다른 데이터를 입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장하성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는 2017년 6월부터 부동산원이 작성 중인 서울 주간 주택동향(매매) 통계 자료 이른바 '주중치'를 불법적으로 사전 제공받아 외부 공표 전 7일 간의 조사를 거쳐 산출된 집값 변동률인 '속보치'와 '확정치'가 '주중치'보다 높으면 낮추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중치는 3일 동안의 조사 결과에 임의의 가중치를 곱한 예측치로 정확성과 신뢰성이 비교적 떨어지는데도 정권에 유리하도록 수치를 맞추는 데 활용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대책 발표 후 효과가 큰 것처럼 보이게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례로 2018년 2월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전주 확정치(0.22%) 대비 서울 매매 주중치가 0.25%로 상승하자 부동산원은 전주 확정치와 유사한 0.23%로 임의 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청와대는 '9·13 대책' 발표 후 주택시장의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며 부동산원에 가중치 적용을 중단하도록 하거나 국토부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에는 호가 등을 변동률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고, 반대로 하락할 때에는 호가 등을 그대로 반영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심지어 2019년 6월 3주차 서울 매매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되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라며 압박해 서울 매매 확정치를 하향 조정했고 '상승세가 커진다'는 보도자료의 내용을 '하락세 지속'으로 수정해 배포했다.
2019년 6월 4주차부터 서울 매매 변동률이 보합을 넘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토부는 그해 7월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버리겠다"라고 발언하거나 8월 "국토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며 본업(주택통계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부동산원 원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청와대는 2019년 12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이른바 '12·16 대책'으로 강남 집값이 오른 데 따른 '풍선효과'로 강북과 수도권 변동률이 상승하자 2020년 2월부터 주중 조사를 수도권 지역까지 확대해 변동률 하락을 압박,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6·17대책', '7·14대책'을 연달아 발표했음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청와대의 질책을 받은 국토부가 "윗분들이 대책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부동산원에 변동률 하향을 지속 요구하고 임대차 3법 이후 전세가격이 상승하자 조사 범위를 확대, 11월2주차 주중치를 낮추도록 압력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장기간에 걸친 통계 조작으로 불신 여론이 확산되자 부동산원은 2019년 1월과 2020년 1월 두 차례 걸쳐 시장 시세를 반영한 수치를 내놨는데, 집값 변동률이 크게 상승하자 직전 조사에 적용된 표본 가격을 임의로 올려 변동률을 0%대로 낮추기도 했다.
2021년에는 표본을 전면 교체하는 이른바 표본 재설계라는 작업 과정에선 과거 조작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구 표본과 신 표본의 간의 수치 격차가 크지 않도록 신표본 변동률을 하향 조작한 사례도 확인됐다.
◇소득 통계 '악화→개선' 조작…'소주성' 정책 성과 홍보에 활용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지시로 소득·고용 분야 통계에서도 조작이 이뤄졌다 봤다. 악화된 가계소득·분배 수치가 개선된 것처럼 조작해 소득주도성장 정책 성과 홍보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로 황덕순 전 일자리 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등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통계청은 2010년 이래 계속 증가하던 가계 소득이 2017년 2분기 감소로 전환되자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새로운 가중값(취업자가중값)을 추가로 곱해 전년동기 대비 가계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조작 행위는 2017년 3분기부터 지속돼 2017년 4분기와 2018년 1,2분기에는 분배지표인 '소득5분위배율'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018년 1분기 가계소득 집계 결과 소득5분위배율이 2003년 이후 최악인 수치(6.01)로 나오자 앞서 적용하던 취업자 가중값을 원래처럼 곱하지 않는 것으로 되돌리는 등으로 소득 5분위 배율을 5.95로 낮춰 공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청와대, 기간제 급증 원인 '병행조사 효과'로 몰아가"
감사원은 청와대가 기간제 근로자 수의 급증 원인을 병행조사 효과로 몰아가는 등 통계 발표와 보도자료 작성에 부당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2019년 10월 공표 예정인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기간제 근로자 급증(79만명)이 예상되자 청와대가 통계청에 "'기간제 79만명 증가'는 아주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병행 조사 효과가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토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병행조사란 2019년 3월과 6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시 '고용 예상기간'을 한 번 더 질문하는 것을 일컫는다.
통계청은 병행조사 효과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와 존재했다면 그 수치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은 채 병행조사 효과 추정치를 23만2000~36만8000명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청와대는 "이 정도예요?"라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최소,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이지요?"라고 재차 물으면서 병행조사 대응방안 등을 다음 날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통계청은 2019년 10월 청와대 지시에 따라 병행효과가 '약 30만~50만명'이고 '전년도와 비교 불가하다'는 보도자료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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