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틀째 출·퇴근 대란 없어…주말 여행객 불편 우려[철도파업]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이틀째인 15일 열차 운행 감축으로 출·퇴근 대란 등의 큰 혼란은 없었지만 예약 취소 등 일부 차질이 이어졌다. 오는 18일까지 이어지는 파업으로 주말여행을 위해 열차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15일 오전 동대구역 제1맞이방. 열차 출발 상황을 알리는 전광판에 운행 중지를 알리는 자막이 표시돼 있었다. 이날 오전 9시52분과 54분 각각 부산과 서울로 떠나는 열차 옆에는 빨간색으로 ‘중지’라는 알림이 표시됐다. 이용객들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전광판을 쳐다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친척과 대전으로 나들이를 하러 간다는 박모씨(61)는 “예매한 기차가 취소된 것을 확인하고 역무원에게 따져 물었더니 다행히 바로 뒤에 출발하는 열차로 표를 바꿀 수 있었다”며 “여유있게 역을 찾지 않았다면 많이 당황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동대구역 1맞이방에서는 한 60대 남성이 열차가 취소된 것에 항의하며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청주 오송역은 다소 한산했다. 3층 맞이방도 평소엔 열차를 기다리는 이용객들로 북적였지만 이날은 눈에 띄게 줄었다. 오송역 관계자는 “이용객 대부분이 세종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이라며 “파업 소식에 열차 대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 송정역 상황도 비슷해 열차 이용에 큰 혼란은 없었다. 이날 안내 창구를 이용한 대학생 박상현씨(23)는 “열차 운행이 중단된다고 해서 확인 차 들렸다. 다행히 제가 예매한 열차는 정상 운영된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송정역 관계자는 “1~2주 전에 예매한 이용객들이 많고, 열차 운행이 중단되더라도 인터넷이나 전화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의 혼란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열차 운행 중단이 주말까지 예정돼 있어 열차를 이용해 여행하려는 승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일부 시민들은 주말 열차 이용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하기 위해 기차역에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송역을 찾은 A씨(74)는 오는 17일 정읍으로 가는 열차표를 미리 예매했다. A씨는 “철도 파업 얘기를 듣고 불안한 마음에 미리 표를 구하기 위해 매표소를 찾았다”며 “운행이 줄어든 탓인지 대부분 입석이어서 빈 좌석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 남춘천역에서 만난 이윤성씨(28)도 “아직 큰 불편은 없으나 나들이객이 많은 주말과 휴일에 운행 횟수가 줄어들면 다소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하지만 노조원들이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파업을 벌이는 만큼 어느 정도 불편은 감내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열차 운행률은 경부선 기준 KTX 79%(기존 291대·운행 230대), 새마을호 77%(기존 24대·운행 16대) 등이다. 무궁화호는 56대가 운행될 예정이었지만 절반인 28대만 운행한다.
호남·전라·경전선의 운행률은 여객 62%, 화물 21%다. 호남선 기준 KTX는 78회에서 54회로 평시 대비 69.2%, 무궁화호는 64회에서 36회로 56.3%, 하루 16회 운행하던 새마을호는 8회로 50% 줄었다.
KTX 강릉·동해, 태백선 등의 열차 운행률은 평상시와 비교해 60% 대로 줄어들었고, 춘천~용산 간 ITX 열차도 38.8% 줄었다.
이번 파업으로 화물 열차의 운행도 줄어들었지만 큰 혼란은 없는 상태다. 의왕ICD에 따르면 철도 파업이 시작된 전날 물류 철도를 통해 의왕ICD로 들어온 물동량은 72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지난주 목요일 물동량인 1348TEU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다만 최근 경기 침체 영향으로 물동량 자체가 줄어든 탓에 아직은 현장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왕ICD 관계자는 “오늘은 어제보다도 철도 운행량이 줄어들어 물동량 역시 평시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은 혼잡이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2차 파업으로 운행 감소가 장기화한다면 영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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