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장 설립 난항’ TSMC, 日에 희망 거는 이유는

최지희 기자 2023. 9. 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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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日 소니·덴소 합작 공장 건설 순항
“두번째 공장 건설도 고려 중”
“日 근로자, 강도 높은 업무도 감수”
美 애리조나 공장선 근로자와 갈등 이어져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교도통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전 세계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늘려나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적합한 생산 기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TSMC가 미국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은 난항을 겪고 있지만, 일본 공장 가동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 문화의 유사성과 대만과의 근접성, 일본의 장비·재료 공급망이 장점으로 꼽힌다.

15일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을 생산 기지로 두는 데 대한 TSMC의 신뢰가 커지고 있다면서, 현재 짓고 있는 첫번째 공장에 이어 두번째 공장 건설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번째 공장에서는 더 첨단화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SMC는 일본 소니, 덴소와 함께 86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작년 4월부터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 건설 비용의 절반은 일본 정부가 지원한다. 이 공장에서는 내년 말부터 12·16·22·28나노(1나노=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소식통은 공장이 계획대로 지어지고 있으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는 TSMC의 핵심 협력사인 소니의 카메라 센서 공장이 있어 유기적인 공급망을 갖추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2021년 착공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 사업은 전문 인력 부족 문제와 현지 노조와의 갈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 400억달러(약 53조원)를 투입해 당초 내년부터 4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숙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공장 가동 시점을 2025년으로 미뤘다.

TSMC는 업무 분위기 측면에서도 일본과의 접합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현지 공장 건설을 돕기 위해 파견되는 대만 근로자들을 환영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앞서 TSMC는 대만 숙련공 500여명을 애리조나 공장에 단기 파견해 인력 구멍을 메우려 했으나, 애리조나 현지 노조는 ‘자국민 우선 고용’을 강조하며 반발했다.

또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일본 근로자들이 초과 근무 등 강도 높은 업무를 기꺼이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역시 미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회사와 고용주를 평가하는 미국 웹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 TSMC 애리조나 지사는 별점 5점 만점 중 2.4점을 받았는데, 회사 업무 문화가 고되다는 평가가 부정적인 의견 대다수를 차지한다.

일본도 TSMC의 투자 확대 기조를 반기는 분위기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세부 사항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대체로 TSMC의 두번째 공장 프로젝트를 환영한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노리는 일본은 TSMC 구마모토 공장과 일본 주요 기업 8곳이 함께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홋카이도 공장이 반도체 부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88년 세계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던 일본 반도체는 미국의 공세와 한국·대만의 적극적인 투자에 밀려 현재 점유율은 9%에 불과하다.

TSMC와 더불어 일본이 기대를 걸고 있는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작년 11월에 설립한 회사다. 일본 정부가 투자금의 3300억엔(약 2조700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 이 회사는 2나노 공정 반도체를 2025년에 시험 생산하고,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이달 1일 홋카이도 공장 기공식에서 “인재 확보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IBM에 기술자 60여명을 파견하는 등 국제적인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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