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6일' 이재명 건강 악화…출구전략 없어 답답한 민주당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보름을 넘기면서 건강 상태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단식 출구 전략 찾기에 부심 중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데다가 이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완강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 단식 16일차를 맞은 15일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은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전체적인 신체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돼 있고 특히 공복 혈당 수치가 매우 낮아 건강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의료진이 이 대표의 입원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 대표는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매우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입원을 강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기 위한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성주·김성환·김용민·남인순·민형배·박주민·백혜련·신정훈·윤영덕·이동주·이학영·주철현 의원 등은 이날 이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당대표실을 찾았다. 이들은 '대표님 단식을 멈춰주십시오 이제 저희가 싸우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손피켓을 들고 이 대표에게 단식을 중단하라고 권했다. 이들은 오후에는 용산 대통령실에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이들에 앞서 당내 대표 비명계 조응천 의원도 이 대표를 찾아 단식을 만류하기도 했다.
우상호‧이학영 의원은 전날 의원들에게 이번 주말을 '비상 투쟁 기간'으로 설정해 농성에 돌입하자고 제안했다. 원외 인사들로 구성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무기한 동조 단식에 돌입하기로 했다.
다른 한편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전 실장이 이 대표를 찾아 문 전 대통령의 우려를 전하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으나 역부족이라는 이야기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3일 오후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수일 내로 문 전 대통령이 상경해 단식을 만류해주는 모습을 갖춰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대표 단식이 14일이면 보름째 접어든다"며 "그럼 인체상에서 괴사 등 여러 가지 반응이 온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 행사 참석을 계기로 이 대표를 찾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노 전 실장은 문 전 대통령의 직접 방문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대표 단식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이 대표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연이틀 흉기 난동 소동을 벌였다. 이날 정오께 이 대표 단식장인 당 대표실 앞에서 70대 남성 김모 씨가 자해를 시도하다 국회 방호과 소속 직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이날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자신의 손가락에 상처를 내 혈서를 쓰려고 하다 제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나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이라며 "나라가 망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늦은 오후에는 50대 여성이 본관 앞 천막 농성장 앞에서 쪽가위를 휘둘러 경찰 2명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즉시 체포해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李 '가결 선언' 결코 없을 것" …고민정 "한쪽 목소리만 나와 동의 안 해"
이 대표가 침상에 누워 있는 동안 의원들 사이에서는 다가올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논쟁을 벌어지고 있다.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하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친(親)명계 의원들이 이를 일축하는 형국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항간에 '이재명 대표가 나서서 체포 동의안이 들어올 경우 가결을 선언하라'라고 설왕설래한다"며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제 생각에 이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억지 주장"이라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는 분명히 영장을 치려거든 비회기 때 치라 했고, 혁신위와 의원총회 결의에서도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가 있었다"며 "이재명 대표로서는 가결해달라고 선언하는 순간 검찰 수사, 검찰의 야당 탄압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셈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제가 이재명 대표라도 절대 할 수 없는 말이고, 절대 해서도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예상컨대 이재명 대표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단식 중에도 '어떻게 하면 총선을 승리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무도한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막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이재명 당대표의 직인이 찍힌 총선 공천장을 들고 총선을 승리해야 한다"라고 이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검찰이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보내면 가결할 것이냐, 부결할 것이냐 질문을 한다는 이 질문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윤석열 검찰의 만행에 일치단결하여 단호하게 대응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야 할 때"라고 맞장구쳤다.
반면 조 의원은 지난 5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6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을 명백히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약속을 지켜야 된다"며 "체포동의안이 들어오면 '가결시켜달라'고 먼저 말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고 한 바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런 당내 분위기와 관련해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당내에서 나오는 목소리들 가운데는 '부결시켜야 된다', '투표를 하지 말아야 된다', '무조건 다 대표를 살려야 된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은 저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표라는 존재를 떠나서 어쨌든 우리의 동료이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대표께서는 다만 단 한 번도 입장을 한 번도 낸 적이 없기 때문에 대표가 생각하시는 당을 살리는 그 방안이라는 것은 뭘까, 저도 여전히 물음표에 있다"면서 "지금은 한쪽의 목소리만 계속 일방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정답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저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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