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토부, '부동산원 조직·예산 날려버리겠다' 압박"(종합)
"국토부, 부동산원장 사퇴도 종용…靑 김상조는 '경실련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 촉구"
"文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발언, 靑수석실이 노동연구원 개인 분석 자의적 해석"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2019년 6월 셋째 주, 국토교통부 직원이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집값 변동률이 '마이너스'(하락)로 나오도록 조작을 요구하며 했다는 말이라고 감사원이 15일 전했다.
1주택 보유 세대가 규제지역 주택을 추가로 살 때 엄격한 대출 제한을 가한 2018년 '9·13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2019년 상반기까지 집값이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내 다시 상승 조짐을 나타내자 난색을 보인 것이다.
감사원이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 중간결과 내용에는 이처럼 전임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 관계자들이 집값 통계에 개입한 발언이 다수 포함돼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초부터 청와대 정책실은 한국부동산원에 1주일마다 나오는 '확정치'가 아닌 '주중치'와 '속보치'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감사원 브리핑에서 "한국부동산원은 주중 조사가 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총 12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집값 변동률 주중치가 전주보다 높게 나올 때면 현장점검을 지시하거나 '세부 근거를 내라'고 요구하는 등 부동산원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2019년 2월부터는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조사조차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변동률을 임의로 예측해 보고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 사무차장은 "서울 매매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2019년 6월 이후, 국토부는 부동산 원장의 사퇴를 종용하거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하는 등 부동산원을 더 강하게 압박했다"고 했다.
조사에서는 시민단체 출신인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질책성 발언도 드러났다.
2020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11%'라고 발언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에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 전 대통령 취임 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52%에 달한다며 비판했다.
이때 김 전 실장은 국토부에 "적극적으로 감정원(한국부동산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하세요.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소극적으로 합니까"라고 따졌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2020년 이후에도 집값이 안정보다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자 청와대 관계자가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 "주택정책과장은 지금 뭐 하는 건가", "양천, 동작구 전세가 너무 오른 것 아닌가? 국토부에 살펴보라 해라"라는 등 여러 차례 압박했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정권 후반부인 2021년 6월에는 국토부 고위직이 직원 여럿이 있는 카카오톡 방에서 "차관님 생각은 이 정권의 명운이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달려 있다. 지금도 오르는데 두 배로 올리면 현 정부는 실패한 정부가 된다"라고 말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업무 관련자들의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에서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압박성 발언이었는지 당사자들 입장이 다를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대화 전후 정황, 연결된 사람들 조사 등을 통해 압박성 발언이었다는 것을 교차 확인했다"고 답했다.
한편, 2018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 발언이 나오게 된 과정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2018년 1분기 분배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자 홍장표 전 수석이 이끈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따로 분석을 부탁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때 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소득분배 지표의 증감률만 단순 비교했을뿐 최저임금 영향을 분석하지도 않았지만, 경제수석실은 문 전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은 개선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청와대가 노동연구원이 아닌 소속 연구원 개인의 분석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공표 전) 통계자료도 임의로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수석은 자신이 직접 나선 기자간담회에서도 문 전 대통령 발언이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을 바탕으로 했다고 설명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hye1@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글…익명사이트 관리자의 자작극이었다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
- "콜택시냐"…수험표까지 수송하는 경찰에 내부 와글와글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