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대출 잡자' 인뱅 3사 눈돌리는 이유
낮은 금리와 비대면 편의성 등이 차별점
주담보 대출증가 주범, 당국 지적도 의식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전·월세대출 시장에서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와 편의성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담보대출이 없던 토스뱅크가 전·월세대출 시장에 뛰어들면서 불을 지핀 것이다.
아울러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주범 중 하나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하자 전·월세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월세대출 서비스 강화하는 인뱅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3일 비대면 방식으로 전·월세대출을 대환할 수 있는 '전·월세보증금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전까지는 카카오뱅크 앱에서 기존 전·월세대출 대출을 새로 받거나 연장하는 계약만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보증금이 오르거나 이사를 떠날 때도 비대면 방식의 대환대출이 가능해졌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카카오뱅크 및 다른 은행의 전·월세대출을 카카오뱅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은행 3사중 당·타행 전·월세대출의 대환 서비스를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구현한 것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토스뱅크는 지난 5일 처음으로 전·월세대출을 선보였다. 토스뱅크의 전·월세대출의 특징은 전세지킴보증 서비스이다. 토스뱅크는 전세지킴보증 서비스를 통해 편의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전세지킴이보증은 전·월세대출 신청은 물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까지 앱으로 한번에 신청할 수 있다. 보증기관에 보증금반환보금을 신청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 것이다. 보증료 역시 저렴하다. 그간 수십만원에 달하는 보증료를 부담해야 했지만 토스뱅크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함께 최저 연 0.02~0.04%의 보증료를 적용해 비용을 최소화했다.
아울러 토스뱅크 전·월세대출 특징은 은행권 최초 다자녀 특례 대출도 도입했다. 다자녀 특례 대출은 미성년 자녀 수가 2명 이상인 고객이 대상이다. 임차보증금의 88% 한도로 최대 2억22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 전·월세대출의 특징은 일반, 청년 전세대출 외에 고정금리 전세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3월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대출 상품은 대출 기간 동안 금리가 고정돼 이자 비용 관리를 계획적으로 할 수 있다. 단일금리이기 때문에 일반 전월세대출의 최저 금리를 받지 못하는 고객의 경우 고정금리를 선택해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 대비 가산금리 3%P 이상 ↓
이런 편리성 외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낮은 금리도 매력도를 높였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는 15개 은행중 올해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연 3.74%를 제공하는 카카오뱅크였다.
15개 은행중 카카오뱅크를 제외하고 3%대 금리를 제공한 은행은 KB국민은행(3.82%), IBK기업은행(3.84%) 두 곳뿐이였다. 케이뱅크 또한 4.02%로 15개 은행의 평균 금리(4.48%) 대비 0.4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대출금리는 △카카오뱅크 연 3.361~4.916% △케이뱅크 연 3.66%~4.17% △토스뱅크(출시일 기준) 연 3.32~5.19%이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 3.56~5.56%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시중은행 대비 금리 하단이 0.2%포인트 가량 낮은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전월세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담대와 마찬가지로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공통으로 적용되는 준거 금리에 개별 은행이 붙이는 '가산금리'를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순 평균 가산금리만 비교할 경우 5대 시중은행은 2.54~3.67%의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우 0.11~0.18%로 최대 3.56%포인트 차이가 난다.
그 결과 이들의 전월세대출 잔액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전월세대출잔액은 지난 3월말 12조6000억원에서 지난 6월말 13조1000억원으로 5000억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전세대출 잔액이 126조6022억원에서 123조6309억원으로 2조9713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대출 강화, 뒤에는 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전·월세대출에 집중하는 이유중 하나로 감독당국의 분위기도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담대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가격 경쟁 촉발에 대해서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태생을 보면 중·저신용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되는지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고, 이런 것들도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대출을 하지 않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주담대 취급을 줄일 경우 신용대출밖에는 선택지가 없다"며 "신용대출 부실화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담보대출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월세대출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 비중 목표를 맞춰야 한다. 신용대출을 늘릴 경우 그만큼 중·저신용자들에게 신용대출을 더 많이 내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이 증가하면 그만큼 부실채권도 늘어나 연체율이 높아져 건전성이 악화한다.
반면 전·월세대출은 보증금대출로 HF, SGI 등 보증기관이 대출을 보증하는 만큼 발급한 보증서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담보대출의 경우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도 "전·월세대출의 경우 꼭 필요한 소비자들에게만 나가는 상품이다 보니 당국에서도 가계부채 증가 원인에 예외를 둔 바 있다"며 "하반기에도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판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대출 잔액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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