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불호령에···국토부 “저희 다 죽는다, 한 주 더 낮춰달라”
보도자료도 “강남 상승세”→“보합세”
부동산원 12차례 중단요구 했지만
국토부 “조직·예산 날려버리겠다” 협박
경실련 文정부 집값 50% 상승 비판에
참여연대 출신 김상조 “강하게 반박하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2주년을 앞둔 2019년 6월. 1년 전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후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이 꿈틀하더니 6월 셋째 주 들어 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됐다. 청와대는 국토부에 “왜 이렇게 차이(초반-중간집계차)가 크냐”고 불호령을 내렸다.
국토부는 집값 통계를 담당하는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에 급히 연락을 넣었다.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1차관 산하 주택토지실) 다 죽는다. 전주와 마찬 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 부탁드리면 안되겠나.”
압박을 느낀 부동산원은 마지못해 서울 매매 확정치를 당초 ‘보합’에서 ‘0.01% 하락’으로 바꿨다. 보도자료도 당초 “서울 지역이 보합세로 전환, 강남 4구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지만 “서울은 32주 연속 하락세 지속, 강남 4구는 대체로 보합세”라는 내용으로 바꿔 배포됐다.
임기 내 총 26회에 걸친 부동산대책을 쏟아내면서도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당시 문재인 정부는 통계법을 어기고 작성 중인 통계를 사전 입수하고 통계작성 기관인 부동산원을 국토부를 통해 수시로 겁박하고 몰아부쳤다.
통계법은 통계 작성 기관이 작성 중인 통계를 다른 기관에 미리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른 기관들이 통계 작성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를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초부터 청와대 정책실은 매주 7일간 진행돼야 하는 조사가 3일만 진행된 상태에서의 중간 집계(주중치) 수치를 보고하도록 하고, 나중에 나온 속보치나 확정치가 중간 집계 수치보다 높게 나오면 부동산원에 ‘그 이유를 대라’라고 압박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부동산원은 주중 조사가 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총 12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부동산대책 발표가 잦았던 만큼 대책 발표 후에는 규제효과 큰 것으로 보이도록 부동산원에 조작을 수시로 지시했다. BH(Blue House·청와대를 뜻함)는 지난 2018년 2월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서울 매매 주중치가 0.25%로 상승하자 하향을 요구했고, 부동산원은 전주 확정치와 유사한 0.23%로 임의로 변동률을 산출했다.
또 2018년 8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발언으로 집값이 불붙으면서 8월 4주차 서울 매매 주중치가 0.67%로 높게 보고되자 BH는 부동산원에 속보치와 확정치까지도 낮추라고 지시했다. 부동산원은 확정치를 주중치 대비 0.22%p 내린 0.45%로 조작하여 공표했다.
2020년 7·10대책 발표 후에도 집값 변동률이 두 자릿수(0.12%) 상승조짐을 보이자 BH는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뭐하는 거냐”며 강하게 질책했고 결국 상승률 최종치는 한 자릿수(0.09%)로 변경됐다.
감사원 조사에서는 지난 2020년 참여연대 출신인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겨냥한 압박성 발언도 드러났다.
당시 경실련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은 11%’라고 발언했는데 경실련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52%에 달한다”고 맹비판했다. 이때 김 전 실장은 국토부 고위 관계자에게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 그렇게 소극적으로 하냐”라고 질책했다.
이런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심각한 국기문란이자 국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통계조작은 임기 내내 진행돼 문재인 정권의 정책 실패를 덮었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경제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변명거리가 됐다”며 “정책실패를 통계조작으로 덮으려 한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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