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유전자 진단의 현 주소는? 마크로젠 '유전자 검사' 해보니
시장조사기업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가 조사한 글로벌 유전체학 서비스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유전체학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43억 달러(약 5조7000억 원)규모에서 매년 11.2%씩 성장해 2032년 123억 달러(16조3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체학은 유전자와 유기체의 DNA 세트에 대한 연구로 개인의 게놈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다양한 과학 및 기술 서비스를 뜻한다. 비침습 검진 및 진단 기술의 발전은 유전체학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고, 또 생명공학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생명공학 스타트업들의 확장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2007년까지 14년 간 진행된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바이오텍 2000)을 토대로 생명공학 산업이 육성되기 시작했으며, 2014년에는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사업단이 출범해 2021년까지 국내 유전체 연구 산업을 지원한 바 있다. 국가 차원에서 유전체 산업을 주력으로 지원해 왔다. 그 중심에 있는 기업들 중 하나가 마크로젠이다.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 B2C 시장에 도전하다
마크로젠은 1997년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으로, 현재 153개 국가에 고객을 두고 있다. 유전체 분석 인프라로는 국내 1위이며, 글로벌에서도 5위 수준으로 집계될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의료기관의 의뢰를 받아 유전체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접할 일이 잘 없는 기업이지만, 지난 2019년 2월 처음 개최된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 직접 신청) 방식의 개인 유전체 진단이 가능해지면서 개인의 의뢰를 받아 유전체 검사를 시작하게 됐다.
오전 10시에 뱅크샐러드를 오픈런하게 만든 화제의 유전자 검사가 바로 마크로젠의 서비스였고, 올해 6월부터는 자체적으로 헬스케어 플랫폼 ‘젠톡(GenTok)’을 출시해 개인 대상의 유전체 진단 서비스에 돌입했다. 젠톡의 유전체 검사 서비스는 일반적인 DTC와 달리 69가지(세부 항목 73가지) 유전자 검사 중 개인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개별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마크로젠이 제공하는 개인 유전체 진단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봤다.
신청 후 키트 배송, 반송까지가 첫 단계
젠톡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젠톡을 검색하고 다운로드하면 된다. 이후 회원 가입을 진행하고, 마켓에서 원하는 유전체 검색 항목을 구매하면 된다. 젠톡 검사는 만 18세 이상만 신청할 수 있고, 최초 구매 시 유전자 검사 키트가 제공된다. 만약 69개 전체에 대한 검사를 하고 싶다면 올 패키지를 선택하면 되고, 조건에 따라 피부 관리나 탈모 관리, 운동 관리, 수면 건강 등 10종씩 묶여 있는 패키지나 패키지 하나당 1000원 단위로 개별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처음에 검사를 할 때 데이터 보관 및 추가 분석 동의서에 서명하면 최초 1회만 키트를 보낸 뒤, 나중에 앱에서 항목을 구매만 하면 바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데이터 보관 및 추가 분석에 동의하지 않으면 처음에 선택한 항목의 데이터만 볼 수 있고, 추가로 보려면 다시 키트를 구매해서 타액을 담고 반송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항목을 구매했으면 앱 상에서 배송지와 주소,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택배를 기다린다.
젠톡 키트는 택배로 배송되며, 키트에 타액을 담고 다시 보내는 식이다. 먼저 키트를 열고 설명서의 QR코드를 스캔해 검사 소개와 동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 및 데이터 보관 및 추가 분석 동의서나 인체유래물 연구 동의서 등에 서명한다. 이 과정에서 키트 번호와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영상을 통해 사용법을 숙지한 뒤 구성품을 개봉한다.
타액을 채취하기에 앞서, 최소한 30분 전부터 양치 및 식사, 음료는 금지되며, 립스틱, 틴트, 립밤도 지운다. 이 조건을 쉽게 맞추려면 저녁에 양치를 하고,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곧바로 타액을 담자. 타액은 파란색 깔때기에 거품과 가래를 제외한 침을 빨간 선까지 충분히 담고, 깔때기를 제거한 다음 보존액을 채운 후, 뚜껑을 닫고 섞는다.
그다음 반송용 봉투에 넣고 젠톡 앱 상에서 반송을 신청하고, 반송이 완료되고 열흘 정도 지나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때 포장된 패키지는 하루에서 이틀 정도 보관하게 될 텐데, 냉장이나 냉동, 가열하지 않고 실내에서 실온 상태를 유지한다. 실내에서 그늘에 적절히 보관하다가 전달하면 된다.
재미로 보는 검사 결과, 의외의 항목이 가득
키트가 성공적으로 도착했다면 앱과 카카오톡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고, 진행 과정이나 절차도 확인할 수 있다. 분석이 끝나면 젠톡 앱에서 분석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영앙소, 운동, 피부 및 모발, 식습관, 개인특성, 건강관리까지 여섯 가지 항목이다. 만약 추가 분석에 동의했고, 추후에 제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늘어나면 그때 가서 추가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금 현재로는 세부 항목을 포함한 73가지가 최대다.
분석 결과는 유리한 결과와 불리한 결과로 분류되며, 각각의 항목에서 세 단계의 능력치로 볼 수 있다. 만약 비타민 D 농도가 매우 좋다면 파란색 별 3개를 받고, 극소수의 우월한 인자를 가졌다면 황금 카드로 받는다. 불리할 경우 빨간색 별을 받고 3개에 가까울수록 좋지 않다. 그리고 비타민 D 농도가 부족할수록 ‘어둠의 뱀파이어’라던가, 충분하면 ‘태양의 후예’같은 식으로 재치있는 설명이 덧붙는다.
영양소 항목에서는 비타민 A, B6, B12, C, D, E, K와 코엔자임 Q10, 셀레늄, 루테인 및 지아잔틴, 베타인, 아르기닌은 물론 오메가-3와 오메가-6, 마그네슘, 아연, 철, 칼륨, 칼슘 등이 골고루 제공된다. 영양소 항목은 지금 결핍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의 처리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칼슘 농도에서 빨간색 별 세 개를 받았으면 칼슘이 결핍된 게 아니라 유전적으로 칼슘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몸이라는 의미다.
물론 해당 항목에서 부정적이라면 실제로도 부족할 수는 있다. 기자는 칼슘에서 빨간색 별 세 개를 받고, 건강관리 항목에서도 골질량이 부족하다고 나왔다. 실제로 건강검진에서도 골밀도가 연령 예상치보다 낮다고 나오므로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체감하는 것보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평가도 있다. 개인 특성의 경우 알코올 대사, 알코올 의존성, 니코틴 대사, 카페인 대사, 수면습관, 통증 민감성 등이 다양하게 있는데, 실제 생활환경과 결과를 비교하면 맞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건강 관리 측면에서는 복부비만 발생 가능성과 운동에 의한 체중감량 효과에서 파란색 별 세개를 받았는데, 숨만 쉬어도 살이 찌고 복부 비만도 사라진 적이 없다. 즉 결과 자체는 유전적인 분석 결과일 뿐, 실제 상황과는 다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도 유전자 검사 자체를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상당히 재미있고, 또 나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된다. 평소에 어떤 비타민과 식단을 주로 하면 좋을지 생각하게 되고, 나에게 맞는 운동이 어떤 것일지도 시도하게 된다. 피부에 좀 더 맞는 화장품을 고르고, 수면 습관이나 기호식품 섭취도 따지게 된다. 좀 더 값지게 활용해보고 싶다면 마크로젠의 유전상담사와 임상영양사를 통한 1:1 상담도 고려해 보자.
성장하는 DTC 시장, 민관 협력 중요해
DTC 유전자 검사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진료가 보편화하고, 또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처음 생명윤리법을 개정하면서 DTC 유전자 검사가 허용됐고, 2019년에 들어서야 상업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초기에는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허용됐으나, 매 분기별로 새 항목이 추가돼 지난 9월 14일을 기준으로는 129개의 항목을 수행할 수 있어 숨통은 트인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중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혈통 검사나 특정 질병 위험도, 유전 질병 등 민감한 부분은 아직 허용되지 않는다. 데이터 자체가 예측치를 기반으로 하고, 또 모순된 결과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검사 자체가 고유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부분인 점도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유전체학 관련 시장이 매년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과감히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들은 안전하고 품질 좋은 DTC 생태계를 만들길 바란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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