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16일차, 출구 전략이 안 보인다

박순봉·신주영 기자 2023. 9. 15. 15: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5일로 단식 16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로 지팡이를 짚고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이 15일로 16일째를 맞았다. 이 대표는 전날부터 지팡이를 짚고 걷기 시작했고, 의료진은 이날 입원을 권고했다. 이 대표 건강이 악화되는만큼 당내 단식 중단 여론은 강해졌고, 당내 지지층 결집도 단단해졌다. 하지만 여권이 이 대표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0’에 가깝고, 당내 설득을 근거로 단식을 중단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단식을 끝낼 마땅한 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당내에선 입원 외에는 단식이 중단될 조건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단식이 보름을 넘어서면서 이 대표 건강 상태는 악화됐다.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의료진이 이 대표의 입원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이 대표의 신체 기능이 전체적으로 저하됐고, 공복 혈당 수치가 매우 낮아 “건강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고 천 실장은 전했다. 이 대표는 단식 보름째인 전날부터는 지팡이를 짚고 이동했다. 이날도 국회에서 지팡이를 짚고 걷는 모습이 보였다. 단식 13일째였던 지난 12일 수원지검에 출석했을 때는 자력으로 서서 발언했다.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당내 요구는 강해지고 있다. 이학영 의원 등 14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이 대표가 단식 중인 당 대표실을 찾아 단식 중단을 권고했다. 이들은 ‘대표님 단식을 멈춰주십시오 이제 저희가 싸우겠습니다!’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도 이 대표를 찾았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 주축의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부터 국회와 전국 농성장에서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이 장기화하자 친명계 지도부는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체포동의안 부결론을 띄웠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강서구의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자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경우 이재명 대표가 나서서 가결을 선언하라고 설왕설래한다”면서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회기 그리고 정당한 영장 청구가 체포동의안 처리의 전제 조건이라고 정 최고위원은 밝혔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재명 대표를 구속해야 할 사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고, 서영교 최고위원은 “체포영장 낼 만한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그 흔한 통화기록 하나 없지 않느냐”며 “검찰이 그래도 영장을 치고 싶거든 비회기 때 하라”고 말했다.

지지층 결속은 더 단단해지고 있지만 단식을 중단할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명분은 여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 기조 전환 등 이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 내부의 설득에 의해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기도 어렵다. 한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와서 설득하더라도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긴 어렵다”면서 “내부 설득으로 중단하면 내부 결속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주도권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결기를 가지고 시작한 이상 어떤 이유에서든 스스로 단식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민주당 내부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의식을 잃었을 때 병원에 이송하는 게 거의 유일한 단식 중단 조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6일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어 단식 장기화로 인한 이 대표의 건강 악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