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로컬 보이’··· 단숨에 NC팬 사로잡은 김휘건의 특별했던 지명 소감, 그 뒷이야기

심진용 기자 2023. 9. 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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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2024 KBO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은 김휘건이 휘문고 동료들이 보내준 축하 리본을 목에 걸고 웃고 있다. 심진용 기자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소감으로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건 1라운드 5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은 휘문고 우완 김휘건(18)이었다. “미리 준비한 게 있다”고 운을 떼더니, 400자 분량의 소감을 막힘 없이 쏟아냈다. NC 구단을 시작으로 휘문고 이사장과 교장, 야구부 오태근 감독과 김수환 코치, 김재민 코치, 이시찬 코치까지 한명 한명 감사를 표시했고,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향 고백이 이어졌다. 김휘건은 “창원에서 태어났고, 창원에서 야구를 시작했다”며 “NC 다이노스를 보며 야구선수로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김휘건은 “돌고 돌아 NC로 왔는데, NC 다이노스가 주신 사랑 1000배로 돌려드리겠다. NC 다이노스를 위해 오른팔을 바치겠다”고 소감을 마쳤다. 좌석에서 1차 지명자를 지켜보던 NC 임선남 단장, 민동근 스카우트 팀장 등 구단 관계자들이 ‘아빠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알고 보니 뜻밖의 ‘로컬 보이’였다. 김휘건은 강원도 춘천 소양초와 춘천중을 나왔다. 충남 천안북일고에 입학했고, 서울 휘문고를 졸업했다. 프로필만 보면 창원과 전혀 인연이 없다.

사연은 이랬다. 김휘건의 어머니 정윤숙씨가 경남 마산(현 통합창원시) 출신이다. 출산 당시 마산 친가를 찾아 지역 한 산부인과에서 아들을 낳았다. 김휘건은 창원 구암초에서 2학년까지 다녔고, 지역 리틀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그 무렵 막 KBO 1군에 진입한 NC 이재학, 나성범 등을 보며 꿈을 키웠다. “창원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야구를 시작했다”는 말 그대로였던 셈이다.

14일 2024 KBO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은 김휘건(가운데)이 아버지 김만석씨(왼쪽), 어머니 정윤숙씨와 함께 기념촬영 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김휘건의 부모님은 모두 체육인이다. 어머니 정씨가 여자 농구 국가대표로 뛰었다. 아버지 김만석씨도 대학까지 농구를 했던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다. 강렬했던 지명 소감도 부모님의 조언에서 나왔다. 아버지가 “팀 이야기부터 해서 동료들까지 멋지게 소감을 한 번 준비해보라”고 했다. 정씨는 “이틀 전부터 혼자서 중얼중얼 연습하더니, 생각보다 더 잘한 것 같다”고 했다.

김휘건은 “새벽까지 연습했고, 행사장 오는 아버지 차 안에서도 계속 연습을 했다”고 웃었다. “NC에 오른팔을 바치겠다”는 마지막 한 마디도 차 안 ‘리허설’에서 나왔다. 김휘건은 “더 강력한 한 방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면서 “차 타고 오면서 그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NC팬들은 김휘건의 당찬 소감에 이미 흠뻑 취했다. 정씨는 “마산 친정 식구들은 벌써 난리가 났다”고 했다.

김휘건의 NC행은 올해 초만 해도 사실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191㎝, 105㎏의 체격조건에 구위까지 빼어나 마산용마고 장현석, 장충고 황준서와 함께 고교 ‘톱 3’로 꼽혔다. NC 지명 순위까지 내려오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김휘건은 제구 난조 등으로 올해 고교야구 무대에서 예상보다 부진했고, 결국 5순위 지명을 받았다. 장현석은 LA다저스와 계약했고, 황준서는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김휘건은 “원래는 (장)현석이랑 라이벌 관계로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올해 성적이 아쉽기도 하다”면서도 “NC에 오기 위해, 올해 조금 주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웃었다. 창원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말에 그는 “제가 창원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창원에 왔습니다. NC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고, 다이노스의 우승을 계속해서 이끌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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