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두고 20세에 산화한 고 박동근 일병,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지역 주민들 제보 바탕으로 추적해 유해 수습
임신 중인 아내를 두고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20세 나이에 산화한 국군 전사자가 73년 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2005년 경북 포항 도음산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국군 제26연대 소속 고 박동근 일병으로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고인은 1929년 9월 전북 익산 성당면에서 4남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부모를 도와 농사를 짓던 중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임신 중인 아내를 뒤로하고 입대했다. 딸은 아버지의 유해가 확인되기 전인 최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입대일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지만 제26연대 소속으로 1950년 8월경 ‘포항 전투’에 참전해 북한군 남하를 저지하다 1950년 8월 19일 20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포항 전투는 국군 동부전선을 돌파하여 부산으로 조기에 진출하려던 북한군의 계획을 국군이 포항 도음산 일대에서 저지함으로써 낙동강 동부지역 작전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박 일병의 유해는 지역 주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유해발굴 조사팀이 추적을 거듭해 수습했다.
국유단은 고인의 병적 자료에서 본적지를 전라북도 익산시로 파악한 후 해당 지역의 제적등본과 비교해 지난해 10월 고인의 조카로 추정되는 박영식 씨를 찾아냈다. 박 씨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정밀 분석한 끝에 고인과 가족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인의 조카 박영식 씨는 “삼촌의 얼굴도 못 본 채 유해만이라도 보고 싶어 했던 누나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라며 “삼촌을 찾기 위해 노력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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