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에세이] 급격히 올라선 일본 농구, 희망 가질 수 있었던 '마무리'
3박 4일간 지바에서 일정을 정리하고 11일 아침, 서울 삼성과 부산 KCC가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나고야로 향했다.
마쿠하리혼고 역에서 전철(JR 라인)을 타고 약 40분 정도 이동 후 도쿄역에 도착했다. 신간센을 이용해 나고야로 이동하는 루트였다. 생애 첫 신간센 탑승이었다. 조금은 설레이는 느낌도 있었다.
시작은 어렵지 않았다. 순조로운 이동이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여유로운 전철 이동 속에 도쿄역 근처에 이르자 바다를 끼고 있는 디즈니랜드의 웅장함이 장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쿄역에 도착했고, 신간센 이용을 위해 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시간이 좀 걸렸다. 복잡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도쿄 철도와 전철 구조 속에 티켓 부스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10분 정도를 찾아본 후에 매표소에 다다를 수 있었고, 3분 정도 기다린 후 표를 구했다.
표를 구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 열차 출발 시간과 해당 플랫폼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것. 조금 살펴보니 티켓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고, 4개 정도 플랫폼에서 나고야로 향하는 신간센이 존재했다.
이후 기차 구내 식당 같은 곳에서 탄탄면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기차에 올랐다. 지정석과 자유석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지정석은 비행기로 따지면 비즈니스와 이코니미 같은 것이었고. 나는 자유석으로 향해 자리를 잡았다.
출발 시간은 오후 1시 33분. 기차는 시나가와를 지나 신요코하마를 거쳐 나고야로 향했다. 350km 정도 거리였다. 신요코하마를 지나치자 한국 농촌 마을 풍경으로 가득했다. 간혹 좌측 창문으로 바다도 보였다.
3시가 조금 넘은 시점, 나고야에 도착했다. 체감상 KTX보다 빠른 느낌이었고, 약 한 시간 반 정도 후에 일본의 또 다른 도시인 나고야에 만났다. 이후 전철을 이용해 숙소를 찾아갔다.
삼성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었다. 삼성 선수단 역시 같은 날 아침 숙소를 출발해 인천 공항과 나고야 추부 국제 공항을 통해 숙소에 도착했다고 한다. 오후에 간단한 적응 훈련을 끝낸 후 다시 숙소로 돌아온 후였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그 간의 안부도 물었다.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현재 국내 선수들의 구성에 대한 담소도 나누었다. 이후 식사와 함께 나고야에서의 첫날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외국인 선수 2명(코피 코번, 이스마엘 마인과 아시아 쿼터인 아반 나바도 합류했다.
3x3 대표팀에 선발된 이원석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일본 전지훈련을 소화 중이다. 15명, 10명, 프런트 3명으로 구성된 28명이 함께한다.
둘째 날, 삼성은 일본 첫 전지훈련 연습게임이 가졌다. 오전 10시 연습체육관을 찾아 1시간 정도 간단한 전술 훈련을 가진 후 12시 30분 숙소에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가리야 시 아이신 연습 체육관을 찾았다.
이동 과정에서 최진영 사무국장은 “예전에도 같은 루트로 연습 게임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태풍 때문에 고가도로에서 앞차가 전복 되었다. 우리는 버스였음에도 심하게 휘청였다. 그래서 게임을 취소한 적이 있다.”며 조금 빠른 출발에 대한 이유를 전해 주었다.
또, 최 국장은 “예전에 나고야에서 도쿄로 넘어가는 일정이 있었다. 당시 태풍이 일본에 상륙했다. 다행히 도쿄까지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하네다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공항 다리에 태풍으로 인해 유조선 한 척이 다리와 부딪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한국으로 넘어가는 루트가 막혀 버렸다. 다시 나고야로 내려와서 한국으로 돌아갔다.”라는 아찔했던 기억을 하나 더 전해주었다.
경기장에서 반가운 얼굴을 마주했다. 미카와에는 이대성과 나카무라 다이치가 있었다. 두 선수는 이번 시즌 나란히 아이신 소속으로 B리그를 누빈다. 이대성이 먼저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청해왔고, 다이치도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가벼운 담소를 나누었다. 아직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살을 좀 빠져 있는 이대성에게 ‘그렇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고, ‘일본 가드들이 너무 빠르다. 살을 빼서 스피드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더해 주었다. 이대성은 ‘연습 벌레’다. 그 다운 멘트였다. 가족까지 함께 생활하는 이대성 표정에는 안정감이 가득해 보였다.
선수들은 슈팅과 스트레칭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경기를 기다렸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기대감이 키워드였다. 전지훈련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과정과 결과는 아쉬웠다. 빠르고 정확하게 삼성을 공격하는 미카와 선수들에게 삼성은 힘을 쓰지 못했다. 1쿼터를 19-31로 뒤졌다. 이후에도 별다른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
NBA 경력을 지닌 두 외국인 선수와 귀화 선수 그리고 일본 국가대표가 포함되어 있는 미카와를 끝까지 넘어설 순 없었다.
이대성도 한 몫을 했다. KBL에서 보여주었던 기량 그대로였다. 혹은 위크 사이드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코트 밸런스는 그 이상이었다. 승패를 떠나 다른 부분에 만족해야 했던 전지훈련 첫 경기였다.
삼성 두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 쿼터인 아반 나바를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옵션인 코번은 공격에서 제 몫을 해냈고, 나바 역시 좋은 리듬감을 보여주었다. 2옵션인 레인은 ‘성실함’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자원이었다.
그렇게 삼성 전지훈련 첫 번째 연습 경기는 막을 내렸다. 많은 숙제를 남긴 첫 번째 연습 경기였다.
은희석 감독은 “이번 전지 훈련의 첫 번째 목표는 외국인 선수와 조합 찾기다. 4경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를 끝낸 후 깊고 높은 초가을 하늘을 품고 나고야 시내 숙소로 돌아오는 40분 정도 시간 동안 버스 안은 고요하고 차분했다. 그렇게 삼성의 전지훈련 두 번째 날은 마무리되었다.
나고야 일정 3일째, 삼성은 오전에 휴식을 취한 후 지난 경기에서 남긴 숙제를 풀기 위해 오후 훈련 일정을 소화했고, 10일부터 나고야에 1차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KCC는 산엔 네오피닉스와 경기를 위해 아침 11시 연습 경기 장소로 출발했다. KCC 전날 이미 나고야 다이아몬드 돌핀스와 전지훈련 첫 경기를 가졌다고 전했다. 선수단과 동행했다.
KCC 그리고 산엔의 경기는 어떨까 궁금증이 컸다. 미카와 경기력이 생각 이상으로 높았고, KCC는 이승현과 라건아 그리고 송교창이 빠졌지만, 알리제 존슨 등이 합류한 경기는 거의 처음이기 때문이다. 얀센은 미카와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지만, 역시 1부 리그를 뛰고 있다.
약 1시간 20분 정도를 갔을까? 경기장이 보였다. 경상북도 상주와 같은 느낌의 도시에 작고 아담한 연습 체육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2시였던 경기 시작 시간보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이른 시간이었다. 여기서도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해 KBL 고양 데이원(현 고양 소노)에서 뛰었던 모리구치 히사시와 원주 DB에서 활약했던 얀테 메이튼이 이 팀 선수였다.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스트레칭 등을 통해 몸을 푸는 시간을 가졌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기다린 후에야 경기는 시작되었다. 2시 토스였다.
KCC는 대표팀에 차출된 라건아 공백으로 인해 존슨이 홀로 뛰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존슨을 직접은 처음 보는 순간이었다. 설레였다. 기대감이 있었다. 게임에 앞서 KCC 관계자가 “득점력 만큼은 누구 못지 않다.”라고 했기 때문.
실화였다. 외국인 선수 치고는 다소 가냘픈듯한 느낌이었지만, 트랜지션 마무리, 페이스 업과 포스트 업 그리고 플로터의 완성도는 압권이었다. 1쿼터 20점이 넘는 득점을 거의 책임졌다. 한국 선수들과 벤치는 ‘한번 해볼 때까지 해봐’라는 분위기로 존슨에게 공격을 몰빵했다. 존슨은 배신하지 않았다. 적어도 1쿼터는 그랬다. 22점 중 19점을 책임졌다.
경기로 돌아가야 했다. 전광판 점수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얀센 역시 이날 KCC에 비해 빠르고 정확했다. 두 외국인 선수까지 트랜지션에 포함되어 KCC를 공략했다. 일본 가드 진 역시 동참했다.
쿼터를 거듭하며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 2명이 뛰는 얀센을 버텨내기 힘들었다. 체력적인 문제도 존재했다. 또, 일본 국내 선수들 수준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허웅과 최준용에 대한 수비를 수준급으로 해냈다.
공격에서는 빠른 트랜지션과 빠른 패스에 이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외곽 찬스를 좀처럼 놓치지 않았다. 4시가 다 되어서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KCC가 큰 점수 차로 패했다. 당연히 선수단 분위기는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모두 머리 속에 생각이 복잡한 듯 했다. 마무리 단어는 절치부심이었다. 내일부터 정리하자는 기운이 강해 보였다.
게임 후 분위기는 다소 침체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서로를 위해 애써 분위기를 수습한 선수단은 다시 버스를 통해 1시간이 넘는 귀가길에 올랐고, 나고야 시내로 접어든 어느 고속도로 위에서 앞선 두 차의 접촉 사고 탓에 교통 체증을 경험한 후 본진에 다다를 수 있었다.
6시가 거의 다된 시간이었고, 선수단은 이날 분위기를 털어내기 위해 전체 회식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키워드는 ’소고기‘였다고 한다.
두 경기를 종합해야 했다. 키워드는 ‘헷갈림’이었다. 외국인 선수 두명이 동시에 뛴다는 것 때문인지, 일본 선수들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진 것 인지, 한국 선수들 체력 혹은 이제 막 합류한 외국인 선수와 호흡이 부족한 것인지 등 머리 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확실한 한 가지는 있었다. ‘일본 남자 농구가 확실히 예전같지는 않다.’라는 점이었다.
이미 여자농구는 일본에게 많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 부정할 수 없다. 남자 농구도 격차가 이미 없어졌거나 혹은 뒤질 수도 있는 생각까지 들었던 두 경기였다.
그렇게 일본 남자 농구에 대한 달라진 점을 느끼며 나고야의 세 번째 날은 저물어갔다.
나고야의 마지막 날, 삼성의 두 번째 연습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거리는 앞선 두 곳에 비해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나고야 다이아몬드와 경기였다. 앞서 KCC가 경기를 치렀던 팀이다. 큰 의미는 없지만, 20점 가까이 패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오전 조식을 먹고, 오사카로 이동하기 위한 정비를 하고, 나고야 시내를 잠시 둘러본 후 오후 1시 20분에 선수단 버스에 올랐다. 20분도 채 가지 않아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 곳 역시 도심 속에 조화롭게 섞여 있는 한 체육관이었다.
미쓰비시는 남녀 팀이 존재한다고 한다. 여자 팀 역시 수준급 전력이며, 남자 팀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불안했다. 대패를 보고 싶진 않았기 때문. 외국인 선수 두명이 뛰는 것과 특유의 3대7 정도의 심판 콜이 시작되는 ‘대패’의 확률은 매우 커진다. 이 부분은 1,2년 경험이 아니다.
완전히 달랐다. 코번을 앞세워 앞서갔다. 코번은 다소 스몰 사이즈의 상대 외국인 선수를 효과적으로 제압하며 득점을 쌓아갔다. 이정현이 도우미로 나섰다. 공격을 효과적으로 전개했다. 근소하게 앞서는 삼성이었다.
이후 삼성은 나고야 역공에 말려 리드를 허용했다. 3쿼터 중반을 넘어 달라졌다. 추격전과 역전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아반이 주도했다. 연거푸 공격을 성공시켰다. 코번과 최승욱이 조연이었다.
4쿼터 후반, 삼성은 한 때 7점차로 앞섰다. 이내 3점슛을 연거푸 허용하며 한 차례 역전을 허용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코 재역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켜냈다. 승리를 거머쥐었다. 승리와 연습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순간이었다.
이틀 전 경기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 속에 따낸 승리였다. 승리에 대한 열망과 집중 그리고 투지 등이 삼성을 지배하며 나고야를 넘어섰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틀 동안 일본 팀과 경기에서 아쉬움을 겪어야 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엔딩이었다.
은희석 감독은 “운이 따랐다고 본다.”는 짧은 멘트를 던져주었지만, 얼굴에는 만족감이 비쳐졌다.
이제 우리는 오사카로 향해야 했다. 기쁜 마음을 안고 나고야를 떠날 수 있었다. 적어도 ‘절대 열세’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5분 정도를 걸었고, 오조네 역에서 전철을 타고 나고야 역으로 향했다. 6정거장 정도였고, 오사카로 향하는 신간센 열차에 몸을 실었다.
40분 정도를 달렸을까? 오사카 역에 다다를 수 있었다. 150km가 되는 거리라고 한다. 다시 전철로 환승한 우리 일행은 난바역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4박 5일간 오사카 일정의 첫 번째 발걸음이었다.
사진 =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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