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변동금리 선택하면 대출한도 수천만원 깎인다
변동금리 대출 한도 계산 시 가산금리 반영
금리 변동성에 따른 상환능력 계산
변동금리 선택 韓 60%…美 99%, 英 91%
금리 변동성을 고려해 대출받는 사람의 대출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도입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동일한 조건으로 대출을 실행하더라도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대출 한도가 최소 수천만원 축소된다. 이는 달리 말하면 대출 한도를 최대로 받으려는 차주(돈 빌리는 사람)가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전체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스트레스 DSR 제도를 고안한 금융 당국은 고정금리 확대를 통한 가계부채의 질도 함께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그동안 금리 인상이 곧바로 차주의 이자 부담으로 늘어나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금융의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변동금리 주담대 비중을 축소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15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변동금리 선택 시 금리 변동성을 고려하는 스트레스 DSR을 연내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 상환 능력을 평가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제도다. 현재 DSR 제도에서는 변동금리로 대출을 실행하더라도 대출 시점의 금리를 기준으로만 연소득 대비 대출 한도를 정하고 있다. 이 경우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금리가 변동될 때 실제 늘어나는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반영하지 못한다. 현 기준에서는 상환이 가능한 범위에서 실행한 대출이라도 금리가 변동되면 차주의 상환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대출이 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정금리의 경우 금리 변동 등의 변화가 생겨도 상환해야 할 부담은 똑같지만, 변동금리의 경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이 되면 예상했던 금리 테이블에서 벗어나 상환 부담이 커진다”라며 “스트레스 DSR 제도는 대출 한도를 설정할 때 이런 부분을 반영한다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에 비해 대출 한도가 낮게 구현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스트레스 DSR을 적용해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과거 대출금리 수준을 고려해 가산금리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과거 5.5%에 달했던 대출금리가 현재 4.5%라고 한다면, 금리가 다시 5.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가정해 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식이다. 실제 대출금리가 높게 적용되진 않지만,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DSR 산출 시에 실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계산돼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크게 줄어든다.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50년 만기 주담대를 연 4.5%의 변동금리로 대출할 때 기존의 한도는 4억원이다. 하지만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 도입을 하면 가산금리가 1%포인트(가정) 부과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억4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만기가 길수록 대출 한도 감소 폭은 크다. 연봉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4.5% 금리로 돈을 빌린다면 기존에는 6억6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지만,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면 7000만원 깎인 5억9000만원만 빌릴 수 있다. 동일 조건에서 만기가 40년으로 늘어나면 대출 한도는 스트레스 DSR 도입 전 7억4000만원, 도입 후 6억5000만원으로 9000만원이 깎인다.
대출 한도가 수천만원이나 차이 나다 보니 최대한으로 대출을 실행하려는 차주는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 당국이 강조해 온 대출의 질적 건전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DSR을 꽉 채워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에게 스트레스 DSR 도입은 고정금리를 선택할 유인이 된다”라며 “스트레스 DSR은 금리 변동성을 완화해 대출의 건전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했다. 신 센터장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전체 가계부채에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은 금리 인상기 이전부터 고정금리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 변동성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대출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매달 갚던 대출 원리금이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어난 차주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차주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담이 커진다. 부실채권이 늘어난 금융사의 리스크 증대는 경제 전반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고정금리 차주의 경우 상환해야 할 원리금 수준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어 금리 변동성에 민감하지 않다. 이것이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에서 고정금리 비중을 확대하려는 이유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월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고정금리 확대는 가계부채 질적 개선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의 위기 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라며 “급격한 금리상승기에 과다한 변동금리 대출은 가계의 부담을 급증시켜 차주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주담대의 변동금리 비중은 미국, 영국, 독일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 7월 기준 59.6%에 달한다. 고정금리 비중은 40.4%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고정금리 비중(2019년 말~2020년 말 평균 기준)은 98.9%에 달한다. 영국과 독일도 각각 91.4%, 89.5%로 고정금리 비중이 월등히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이자와 함께 원금을 많이 갚는 경우 금리가 변동되더라도 부담이 크지 않지만, 상당수가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장기간 끌고 간다는 문제가 있다”라며 “이 경우 금리 변동성에 크게 노출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당장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지만, 나중에 금리 변동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이외에도 만기 40년 이상의 장기 주담대 등은 보다 높은 고정금리 목표 비중을 설정해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금융기관별 변동금리 대출 실적을 예금보험료 차등평가 보완지표로 반영하는 등의 가계부채 질적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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