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이틀째 불편 잇따라…시민들 "파업 이유 모르겠다"
부산역 찾은 시민들 불만…동해선은 배차간격 평소 2~3배
시민들 "왜 파업하는지 모르겠다" 공감대 형성 부족
철도노조가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이 불편을 호소하는 등 파업이 여파를 미치고 있다. 노조는 이번 파업이 시민 편익을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는 다소 한계를 보이고 있다.
철도노조 총파업 이틀째인 15일 부산역. 열차를 타려는 시민들 앞으로 '노조 파업에 따른 전동열차 지연'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발권 창구 앞에는 미리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현장 예매를 하려고 길게 줄을 늘어서 마치 명절을 앞둔 기차역 풍경을 연상케 했다.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열차표가 매진됐다는 안내를 받은 시민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열차 예매 애플리케이션 '코레일 톡'을 열어 다른 차편을 알아봤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기자가 많아 예매가 힘들다는 안내문이 뜨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재영(28·남)씨는 "부산에 출장 왔다가 돌아가야 하는데 표를 예매하기가 너무 힘들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시각이 확실하지 않아 미리 표를 끊어놓지 않았는데 지금 벌써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철도노조) 파업 소식은 알았는데, 이 정도로 자리가 없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부산과 울산을 잇는 광역철도 동해선 주요 역 승강장에도 주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이용객이 몰려 열차를 기다렸다. 일부 이용객은 평소 20분 남짓이던 배차간격이 무려 1시간 가까이 길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들은 뒤 불만을 터뜨리며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동해선 센텀역 인근에서 만난 이영자(80대·여)씨는 "원동역에서 열차를 타고 나오려 했는데 1시간씩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냥 버스를 타고 왔다"며 "파업은 뉴스를 통해 접했는데, 오늘 하는 것도 몰라 별생각은 안 했다. 외출이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철도노조가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일제히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이처럼 고속열차와 도시철도 등 이용객이 많은 열차를 중심으로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코레일에 따르면 파업 영향으로 KTX 고속열차 운행률은 60~70% 선을 보이고 있다. 화물 열차 운행률은 30% 아래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오는 18일까지 1차 파업을 이어간 뒤 국토부 등의 반응에 따라 이번 달 20일 이후 2차 총파업도 고려하고 있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오는 추석 연휴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의 주요 배경으로 부산발 SRT 열차 축소 등 시민 이동권 침해를 들고 있다. 노조는 국토교통부가 신규 노선에 열차를 투입하기 위해 부산발 SRT 열차 운행을 줄여 하루 4천 석이 넘는 좌석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수서행 KTX를 투입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시민 편의 보장을 명분으로 내걸고 파업에 나섰지만, 막상 시민들은 노조 파업 이유나 배경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시민 불편을 초래하면서 이처럼 대대적인 파업에 나서는 데에 대한 불평도 나오는 등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모습이다.
동해선을 타러 나왔다는 정남석(60대·여)씨는 "파업 소식은 뉴스로 접했는데, 배차 간격이 이렇게 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파업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이해하려 했지만, 평소보다 두 세배나 열차가 늦게 오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 파업 이유는 전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시민 반응에 대해 철도노조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증편 KTX 수서 배치'인데, 이는 시민 편익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1차 파업을 마친 뒤 홍보나 공감대 형성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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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송호재 기자 song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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