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영웅의 귀환으로 착각한 클린스만 감독 비난받아 마땅하다
[스포탈코리아] 지난 13일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유럽 일정을 취소하고 14일 급거 귀국하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는 그동안 클린스만 감독이 보인 행보와 예정되어 있던 일정으로 봐서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클린스만 감독의 귀국은 클린스만 감독 개인적 결정이라기 보다는 "오라고 해서 왔다"라는 점을 유추해 봤을 때 대한축구협회(KFA)의 요청에 의한 귀국으로 받아들여 진다. 여기에는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 의구심과 더불어 부적절한 언행으로 갈수록 KFA에 가해지는 리스크 역시 크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취임 기자회견 이후 지도자로서 지도력이 아닌 말 축구로 변명과 핑계 그리고 자화자찬은 물론 해외 체류의 정당성을 내세우는데 만 몰두했다. 그 중 "해외 체류 이유는 선진 축구를 한국 축구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다"라는 말은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말로 간주된다. 한국 축구는 이미 선진 축구의 전술, 전략적인 면을 접목시켜 세계에서 6번째로 10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4강(2002 한.일 FIFA월드컵)은 물론 2022 카타르 FIFA월드컵에서는 원정 16강 진출의 역사를 썼다.
단언컨대 이런 업적은 현재 추락을 거듭하며 2회(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탈락과 2018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는 한국에게도 완패(0-2)한 독일 출신 축구인이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의 말은 궤변으로 간주된다. 그렇다. 클린스만 감독 말처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감독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클린스만 감독의 의도된 발언으로 읽힌다. 즉, 한국 축구를 우습게 보는 '배째라'식 처사다. 분명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1-0으로 이기는 경기보다 4-3으로 이기는 경기를 원한다"라는 공격 축구 철학을 강조했다. 하지만 6경기(1승3무2패)를 소화하며 공격 축구에 대한 전술, 전략적인 지향성이 전연 엿보이지 않는 '무색무취' 축구로 일관했다.
이는 국민과 축구 팬들이 전연 예상하지도 또한 원하지도 않았던 비효율적이고도 비효과적인 축구다. 그렇다면 더 이상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 역량을 기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이전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서 명성은 유효했지만, 지도자로서는 지도력 무능과 부적절한 사적 언행으로 경질을 피해가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인물을 한국 축구가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에 아직까지 선임 배경에 의구심과 함께 '설왕설래'의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축구계에 회자되고 있는 하나의 통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말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표적인 사항으로는 선수로서의 능력을 앞세운 자기 주관적인 지도력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K리그는 볼 필요가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 이 어처구니 없는 말도 결국은 그 같은 맥락으로 평가된다. 맞다. 현대 사회는 과거와는 다르게 통신 수단이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재택 근무를 하며 화상만으로 선수의 경기력을 파악하고 선발하는 지도자는 없다. 단언컨대 지도자의 선수 파악은 공식 경기든 비공식 경기든 최소한 두 세 경기를 현장에서 경기력을 확인하고 선발하는 것이 자도자의 기본 자세요 임무다.
그렇다면 검증이 필요 없는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관람 계획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클린스만에게 부여된 주 업무가 아니라 단지 나들이 일 뿐이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나는 인터내셔널이다" " 또 나갈것이다"라며 본업이 무엇인지 조차 착각하는 '주객전도'의 행태에 올인하고 있다. 실로 클린스만 감독이 입만 열면 거센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도 침묵했던 KFA다. 현재 KFA는 조직 개편으로 그동안 대표팀 감독을 관리 감독해 왔던 전무이사, 기술위원장 직책을 폐지하고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직책을 신설 대표팀의 전반적인 업무 실권을 부여해 주고 있다.
현재 전력강화위원장은 누구인가. 바로 독일 출신 마이클 뮐러(58)다. 한 마디로 초록은 동색이며 전통성을 지닌 한국 축구는 다문화 축구로 변질된 채 독일 축구가 판을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휘봉을 잡은지 불과 7개월여에 불과한 감독이 그동안 유지되어 오던 관례까지 무시하는 처사를 일삼으며 한국축구를 농락하고 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의 신상 문제 결정과 함께 마이클 전력강화위원장의 직위 해제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할 일이 없어서 외국으로 나갔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클린스만 감독의 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마이클 전력강화위원장의 역할 무용론은 이미 2023 호주 여자 FIFA월드컵을 통하여 무의미한 상대팀 전력분석으로 명백히 드러났다.
이에 믿음과 신뢰가 백지화된 현 상황에서 한국 축구의 현실은 암울할 뿐이다. 따라서 지금 클린스만 감독과 마이클 전력강화위원장의 신상에 관한 문제를 논한다는 것은 사치다. 한국 축구에 지도자 및 행정가로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물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럼에도 KFA는 이의 등용을 외면한 채 외국인을 기용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이는 한국 축구 140여년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한편으로 축구인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그 파격적인 선택은 급기야 KFA에게 엄청난 리스크를 안겨주는 부메랑이 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행정의 난맥상으로 가뜩이나 궁지에 몰려있는 KFA다. 그렇다면 클린스만 감독을 옹호하며 귀국 기자회견 만으로 전적인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물론 KFA로서는 당장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2024.1.12~2.10)을 염두에 둔다면 현 상황은 그야말로 '진퇴양난' 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클린스만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도 없다. 우리의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클린스만 감독이 귀국 기자 회견에서 "아시안컵이 끝나고 평가해달라"며 제기된 비난을 해소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해도 그동안 클린스만 감독의 언행을 간과할 때 속담의 참고성은 다분하다.
따라서 이 시점부터 클린스만 감독과 마이클 전력강화위원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필요로 한다. 이는 KFA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60년 한국에서 개최됐던 대회 우승 후 63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다. 만약 이 숙원을 풀지 못한다면 KFA는 클린스만 감독으로 인한 최악의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그 만큼 상황은 엄중하다. 진정 KFA는 지금 이 시점 부터 클린스만 감독과 마이클 전력강화위원장이 쏘아올린 공에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만약 KFA 직원이 재택 근무를 고집하며 업무 태만과 직무 유기를 일삼는다면 KFA는 이를 '수수방관' 할리 만무다. 이 연장 선상에 클린스만 감독과 마이클 전력강화위원장도 결코 예외 일 수 없다.
귀국장에서 무엇이 잘못됐고, 왜 문제인지 그 심각성을 전연 인식하지 못한 채 만면에 웃음을 띠며 그야말로 영웅의 귀환같은 태도를 보인 클린스만 감독이다. 그야말로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다. 하기야 공식 경기를 앞두고 이틀 전에야 현지에서 팀에 합류하고 상대팀 선수 유니폼 사인 받기에 몰두했던 클린스만 감독이기에 새삼스러울게 없지만 그러나 국민과 축구 팬에게 안겨준 충격과 분노는 커, 혹여 앞으로 한국 축구가 클린스만 감독으로 인하여 더 큰 상처를 받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진정 무능한 지도력과 부정적인 사적 언행 그리고 변명, 핑계, 꼼수의 말 축구로 일관하는 지도자는 한국 축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한국 축구는 '독이 든 성배' 결단에 과감할 필요성이 있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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