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일하다 트랙터 깔려서”…농기계 사고 막을 ‘사고 알람 단말기’
지난달 1일 강원특별자치도 철원의 한 농촌 마을, 수풀 사이에 트랙터 한 대가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홀로 트랙터를 운전하던 70대 남성이 좁은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사고를 당한 겁니다.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안타깝게도 남성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본격적인 수확철인 가을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농기계 사고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 사이 농기계 사고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0년에는 700여 건 수준이던 사고가 지난해에는 1,000여 건 일어났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450여 건이 넘습니다. 농기계 사고는 수확기를 맞아 바쁜 8월과 10월 사이 집중됐습니다.
농촌 인구는 줄고 있는데 농기계 사고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동시에 농기계 사용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용이 잦은 만큼 사고도 늘고 있는 겁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기계를 이용할 때는 작업 보조자와 함께 2인 1조를 이뤄 작업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안전을 위해섭니다. 하지만 노인들만 남은 농촌에서는 당장 일손 하나가 귀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 사고 감지 알람 단말기, 농기계 사고 막는 대안 될 수 있을까?
농기계 사고는 대부분 농기계가 뒤집어지거나 옆으로 쓰러지면서 발생합니다. 트랙터나 콤바인 등 덩치 큰 농기계가 지나다니기에는 농로의 폭이 좁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앞선 철원에서의 사고처럼 홀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하면 제때 신고를 하지 못해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홀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 농촌의 특성을 고려해 농기계 사고 감지 알람 단말기를 개발했습니다. 농기계가 일정 기울기 이상으로 기울면 자동으로 신고가 들어가는 시스템입니다. 이 단말기는 3년 전부터 전북 남원과 전남 장흥, 충북 제천과 인천 계양구에 시범 보급됐고, 올해 9월부터 강원특별자치도에도 처음으로 40대의 단말기가 도입됐습니다.
단말기의 작동 원리는 간단합니다. 먼저, 단말기가 30도 각도로 기울 경우 위험을 경고하는 알람이 울립니다. 45도 이상 기울어진다면 농기계가 전복되거나 전도된 것으로 인식해 위치정보와 함께 자동으로 119에 신고합니다. 어플리케이션에 가족 등 제3자의 연락처를 등록해둘 경우 그들에게도 알람이 전송돼 사고 상황에서 더 빠른 후속 조치가 가능해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단말기가 설치된 농기계가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도로 교차로로 접근하면 센서가 이를 인식해 주변 도로 전광판에 농기계가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 문구가 나타납니다. 실제로 농기계 교통사고의 평균 치사율은 14.4%로 일반 교통사고의 8배 이상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 "혼자 작업할 때 많은데 이제는 좀 안심이 되네요."
"농사 짓는 사람들은 흉터 하나씩은 다 갖고 있어. 10년 전에 경운기를 몰다 팔을 크게 다쳐서 아직도 철심 박아둔 곳이 아파."
사고 감지 단말기 보급 소식에 농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온 이선봉 씨도 10년 전 경운기를 몰다 나무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아찔한 기억을 떠올리며, 단말기 설치가 하루 빨리 농가 전체에 보급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새 트랙터를 산 지 일주일도 안 됐어요. 요즘 나오는 트랙터는 구형 트랙터보다 크기도 훨씬 큰데 작업하러 갈 때면 길이 좁아서 불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얼마 전 새로운 트랙터를 구매해 좁은 길을 지날 때마다 마음을 졸이던 윤대기 씨도 이제야 안심이 된다고 전합니다. 값비싼 트랙터를 따로 개조하지 않고 자석만 붙일 수 있다면 단말기를 설치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전원만 연결하면 트랙터뿐만 아니라 콤바인과 경운기에도 운용할 수 있으니 효용성도 높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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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newjean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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