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광고 임신부, 통풍에 도움되는 맥주···판치는 불법 주류광고
임신 중인 인플루언서를 와인 광고에 출연시키고, 맥주와 막걸리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문구를 사용하는 등의 불법 주류광고 적발 건수가 최근 5년간 557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주류회사들이 국민건강증진법 등 관련법을 위반해 주류광고를 하다 적발된 사례가 총 5575건에 달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TV·라디오 등 방송매체,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 SNS·동영상 등 통신매체, 대중교통수단과 옥외광고 등 기타에 대해 주류광고 위반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적발 건수는 2019년 576건, 2020년 495건, 2021년 1438건, 2022년 1734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6월까지만 1332건이 적발됐다.
이 중 불법 주류광고로 가장 많이 적발된 상위 5개 업체들의 사례는 총 1583건으로, 전체 주류광고 적발사례 중 28.3%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주류광고 규정을 가장 많이 위반한 주류업체는 오비맥주로 총 490건이 적발됐고, 다음으로는 대선주조·제주맥주(각 315건), 비어벨트코리아(239건), 하이트진로(224건) 순이었다. 그밖에 롯데칠성음료는 189건, GS리테일은 137건, BGF리테일은 53건 위반 사례를 적발당했다.
구체적인 위반 사례를 보면,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 SNS 광고에서 “건강관리에 철저한 소비자와 통풍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사회공헌적 취지로 출시됐다”고 표기했다. 국순당은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광고에서 “내 몸속의 좋은 유산균은 키우고 나쁜 유해균은 억제시키는 프리바이오 막걸리”라고 표현했다. 음주가 체력 또는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거나 질병의 치료 또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표현 등 국민의 건강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주류광고에 표시하는 것은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한 와인 SNS 광고에 임신 중인 인플루언서를 사용해 적발됐다. 오비맥주는 ‘카스’ 광고에 ‘맥주 한 잔 할까?’ 등 음주를 권유하는 문구를 사용했고, 제주맥주는 넷플릭스 관련 제품을 상품으로 제공해 적발됐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방송광고 시간대를 위반했고 음주를 미화했다. 국민건강증진법은 주류광고에서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음주를 권장·유도하는 행위, 주류의 판매촉진을 위해 경품·금품 제공을 표시하는 행위, 임산부나 미성년자의 음주하는 행위를 묘사하는 행위 등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이 주류업체들의 반복되는 불법광고에 대해 그간 과징금 부과나 형사처벌이 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시정 요청은 사실상 강제력이 없어 적발 후에도 주류업체들이 광고를 시정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복지부에서 내리는 시정명령은 법적 강제력과 구속력이 있어 시정명령을 받은 후에야 불법광고들을 시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주류회사들이 음주를 권장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주류업체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광고를 매년 수백건씩 내보내지만 처벌이 사실상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해 관련법 개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불법광고를 송출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가중처벌을 하는 등 처벌수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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