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 안 하면 예산 날려버린다"...통계 조작하라고 협박한 文정부

안채원 기자 2023. 9. 15. 14: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 모습./사진=뉴스1

15일 감사원이 문재인정부 시절 집값 등에 대한 통계 조작을 이유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등의 인사 22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전 정부가 고의로 조작했다고 감사원이 지목한 통계 분야는 크게 3가지다. 주택 통계, 가계소득 통계, 고용 통계 등이다.

"대통령 비서실이 '작성 중'인 통계를 불법 제공받은 뒤 변경 압박"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은 통계 작성 기관에서 '작성 중'인 주택 통계를 제공 받고, 결과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자 조정을 압박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법 제27조의2는 통계 작성 기관에서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2017년 6월 초 대통령 정책실장은 첫 부동산 대책발표를 앞두고 주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며 6월9일 국토부에 작성 중에 있는 서울 주간 주택동향을 추가로 조사해 보고하도록 요구했다"며 "부동산원은 제공 중인 정보로도 시장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했으나, 다음 날인 6월19일 정책실장은 주중조사를 재차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부동산원이 그간 주 1회 국토부에 보고해 오던 것을 주중치(화~목 조사), 속보치(화~월) 조사, 확정치(화~월) 조사로 보고해 대통령 정책실과 국토부에 주 3회 제공했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다.

감사원은 이를 두고 "거듭된 주중조사 중단요구를 묵살하고 오히려 사전제공 범위를 확대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예측치로 보고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그 사유를 규명토록 하는 등으로 변동률을 낮추도록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감사원은 또 "대통령 비서실과 국토부가 주택 통계에 있어서 부동산값을 전주 변동률보다 낮게 나오도록 하는 등 부동산 대책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부동산원에 통계 조작을 지시했다"고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가 국토부 관계자 등을 향해 "시장을 똑바로 보고 있는 거냐, 수치가 잘못됐다", "보도자료에 금주 정부 발표 감안 시 다음 주 안정 효과 내용 부탁해요", "언제쯤 하락할 거 같냐", "전주보다 올라가면 안 될텐데 확인해보라" 등 메시지를 보낸 점을 제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6월 4주 차부터 서울 매매 변동률이 보합을 넘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토부는 2019년 7월4일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정권에 불리한 수치 발표에 부담 느껴 새로운 가중값 부여"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최달영 감사원 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3.9.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계소득 통계 분야에서는 전 정부 출범 이후 가계소득 및 분배가 감소하고 악화되자 대통령 비서실이 통계를 조작했다고 감사원은 봤다. 특히 감사원은 전 정부에서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2010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로 전환되자 통계 결과 산정 방법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처럼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는 대통령 비서실이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취업자가중값'이라는 새로운 가중값을 추가로 곱해 소득을 올려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가계소득 수치를 발표한 점 등을 꼽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 비서실은 본인들이 '취업자가중값'을 반영해 놓고도,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국민 소득의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 낮을수록 소득 분배가 균등하다는 뜻)이 2003년 이후 최악인 6.01로 나오자 그간 임의 적용해 온 '취업자가중값'을 다시 빼고 계산해 5.95로 낮춰 공표했다고 한다.

즉 본인들의 추진하는 정책 방향성과 판이한 통계 결과가 나올 경우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입맛에 맞게 특정 가중치를 반영하거나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통계 수치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비서실이 '있을 수 없는 수치'라고 가이드라인 줘"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최달영 감사원 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3.9.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용 통계 분야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새로 등장한 개념인 '병행조사 효과'가 문제가 됐다. 병행조사 효과란 응답자가 이전에는 자신 비기간제 근로자로 것으로 오인했다가 병행조사를 거치면서 기간제 근로자라는 점을 제대로 인지해 갑작스레 '기간제 해당'으로 답변을 바꿨을 수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통계청은 2018년 10월 개정된 국제 종사상지위분류 도입을 앞두고 2019년 3월과 6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시에는 '고용 예상 기간'을 한 번 더 질문하는 병행조사를 실시하게 됐다.

이 병행조사를 실시한 때에는 다른 달에 비해 기간제 근로자 수가 다른 달에 비해 더 많이 증가했는데, 감사원에 따르면 이 결과에 대해 당시 노동연구원 소속의 한 연구원은 대통령 비서실에 "병행조사 영향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통계청에 "아주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다. '병행조사 효과'가 주된 원인이므로 통계 결과를 발표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분석해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또 대통령실에서는 통계청장에게 "최소,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이지요?"라고 재차 물으면서 해당 범위에 맞는 통계 수치를 발표하도록 통계청장을 압박했다는 게 감사원이 파악한 내용이다.

감사원은 "병행조사 효과가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응답자와 면접을 통해 자신을 비기간제로 오인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나, 당시 이런 검토와 분석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병행조사 효과가 실제 존재하는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 비서실이 이같은 효과를 재차 언급하면서 통계청을 압박한 건 본인들의 정책 방향성에 맞는 통계 결과를 발표하고자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린 것에 해당한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