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文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김수현 등 23명 수사 요청"

최상현 2023. 9. 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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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과 예산 전부 날려버린다" 압박
8월 3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과 통계청을 압박해 부동산·소득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27차례에 걸친 부동산 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꾸며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감사원은 청와대 관계자 12명을 포함해 총 23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감사원은 15일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에서 이 같은 불법행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범죄혐의가 확인된 청와대 정책수석들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감사결과를 확정해 조치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수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첫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2017년 6월초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효과를 확인하기 부족하다"며 국토부에 서울 주간 주택 매매동향을 추가로 주중조사해서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원은 그동안 주 1회 보고했던 주택동향을 주중치와 속보치, 확정치로 구분해 청와대와 국토부에 주 3회 제공하게 됐다.

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3일간 조사해 보고하는 주중치와 화요일부터 다음주 월요일까지 5일간 조사하는 확정치는 그 수치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청와대는 예측치로 보고된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그 사유를 규명하게 하는 방식으로 변동률을 낮추도록 압박했다. 이에 조사원들이 부담을 느껴 표본가격을 소극적으로 입력하는 결과가 초래됐고, 2019년 2월부터는 아예 표본가격 조사를 하지 않고 변동률을 '입맛대로' 예측해 보고하기까지 했다.

또 청와대는 총선을 앞둔 2020년 2월 수도권 지역의 주택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변동률을 관리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수도권인 경기·인천도 주중조사를 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여당이 총선 전에 규제지역을 지정하면 지역 주민 불만 등으로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고 함에 따라, 규제지역 지정을 총선 이후로 미루고 대신 통계 조작을 감행한 것이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통계 조작 이면에는 강압적이고 거친 '압박'이 다수 있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취임 2주년을 앞둔 2019년 6월, 서울 매매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됐다. 이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리면 안되겠습니까"라며 압박했다.

같은 해 6월 말부터 서울 주택 가격이 보합을 넘어 상승하자, 국토부는 부동산원 직원을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원 원장에 사퇴까지 종용한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감사에서 확인된 것만 총 94회 이상 부동산원의 통계 작성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 그 결과 민간 통계와 공공 통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초래됐다. 2017년 5월 이후 5년간 부동산원 통계에서는 주택가격이 19.46% 오른데 비해, KB부동산은 62.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 가계소득통계 분야에서도 광범위한 조작 행위가 적발됐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2017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공표를 준비하면서 가계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하자, 새로운 가중치를 추가해 전년 동기 대비 1% 상승한 것으로 조작했다. 같은 해 3분기와 4분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가계소득 증가율을 높이거나 근로 소득이 감소 추세인데도 증가하는 것처럼 왜곡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이 악화되는데도 개선된 것처럼 공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렇게 조작한 통계를 가지고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소득 분배가 개선으로 전환됐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 성과로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통계 분야에서도 조작이 일어났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2019년 10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비정규직이 86만 7000명 급증하고, 그 사유로 기간제(79만 5000명) 증가가 크다는 통계청 분석을 입수했다. 이에 청와대는 "기간제 79만 5000명 증가는 '아주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병행조사 효과'가 주된 원인이므로 통계 결과를 발표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분석해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통계청장은 청와대 보고에서 병행조사 추정치가 23만 2000명~36만 8000명인 것으로 보고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 정도에요?"라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최소 30만, 최대 50만으로 수치를 맞춰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통계청은 병행조사 효과를 35~50만명으로 올려 청와대에 송부했고, 청와대는 인포그래픽에서 비정규직 86만 7000명 증가와 같은 내용을 모두 삭제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감사원은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전현직 고위 공무원 22명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통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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