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사랑해, 결혼하자'며 성희롱, 성추행 해놓고 '꽃뱀 아니냐'는 사장

심영구 기자 2023. 9. 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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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제보] 여자 아르바이트생들 괴롭힌 프랜차이즈 카페 사장을 복면 제보합니다 (글 : 배윤주 작가)


저는 20대 중반의 취업준비생입니다. 아직 취업에 필요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경제적으로 마냥 부모님께 의존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 집과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카페가 오픈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새로 오픈하는 카페면 직원들도 전부 새로 뽑기 때문에 텃세도 없고, 다른 곳보다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는데요. 게다가 테이크아웃 전문점 카페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아서 더 좋더라고요. 면접을 본 후 바로 출근을 결정했습니다.

첫 출근을 해서는 같이 뽑힌 또래 여자 아르바이트생들과 같이 사장님께 교육을 받으며 일을 했어요. 여느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무난한 곳이기에 무탈하게 용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교육이 끝나고 정식 근무에 들어갔는데요.

저는 평일 오전에 시작하는 오픈 담당이었기 때문에 사장님과 단 둘이 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어요.
 

단 둘만 근무하자 시작된 30대 사장의 성희롱

"아르바이트 면접 보러 온 애가 가슴을 다 내놓고 왔는데 딱 보니까 C컵은 돼 보이더라." (카페 사장 A 씨)

사장님과 단 둘이 근무 중인데 갑자기 저에게 '전 여자친구가 가슴성형을 했었는데 만져보면 보형물 느낌이 엄청났다.'며 '수술한 가슴을 만져본 적 있냐?'고 하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다른 아르바이트 면접 보러 온 사람들 이야기를 하며 가슴 크기가 어떻다는 둥, 옷차림이 어떻다는 둥 하는 거예요. 뭐라고 대답을 해야 될지 몰라 저는 그냥 '아, 네'하고 말았지만, 그때부터 사장님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거죠.

모든 20대 여자 알바생들에게 성희롱 일삼은 사장

저는 너무 이상해서 다른 여자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사장님이 어떤지 물어봤어요. 알고 보니 사장님이 이 친구들에게도 저에게 했던 이야기를 똑같이 하고,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한다든지, '호텔 잡아서 회식하자'고도 했다는 겁니다. 또 사장님은 저를 포함한 20대 여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이상한 지시를 하기도 했는데요.

"남자 손님들에게 커피 가져다 드리면서 애교도 떨고 해라." (카페 사장 A 씨)

당시 코로나19가 한창 유행 중이었기 때문에 저희는 위생상 쓰는 모자 외에도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다 가리고 일하는 게 기본적인 근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계속 손님이 오면 마스크와 모자를 벗으라고 하면서 '손님들이 너희 얼굴 보고 더 많이 와야 된다'고 하는 거예요.

또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이 되면 마스크와 모자를 벗고 길거리를 돌아다녀서 손님을 끌어오라고도 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바로 옆에 부동산이 있었는데요. 부동산에서 남자직원들이 음료를 주문하면 직접 가져다 드리면서 '애교를 떨어라'라고 하는 겁니다.
 

'사랑해 결혼하자'…사장이 근무 중 구애까지?

사장님은 저에게도 '일 끝나면 술 한 잔 하자, 호텔에 가서 회식하자' 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저는 사장님이 불편하니까 '싫어요'라고 단호하게 대답을 더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일 있어서 안 돼요. 오늘 안 돼요'라며 돌려서 거절을 했는데, 그래서 그런 걸까요? 사석에서의 만남을 매번 제안하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근무 중에 갑자기 저를 부르며 '사랑해. 결혼하자'는 말까지 했습니다.

근무 중 벌어진 성추행…이후 위협적인 언행까지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뒤에서 껴안고 뽀뽀하려고 하더라고요."

제가 더 불쾌했던 건 사장님의 성희롱이 말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앞치마를 고쳐 매어 주는데 그 빈도가 너무 잦아졌습니다.

팔뚝을 만지며 '팔뚝이 말랑말랑하다'고 한다든지 '싫다'고 하는데도 어깨를 주무르더라고요. 그러다가 점점 수위가 세져서 한 날은 뒤에서 저를 껴안고 얼굴을 들이밀며 뽀뽀를 시도했습니다. 단 둘이 있는 작은 카페였기 때문에 저는 사장님의 행동에 당황하고 불쾌한 감정에 앞서 진짜로 입술이 닿을까 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정색하며 '뭐 하는 거예요?'라고 했죠.

"제가 '뭐 하는 거냐'고 하자, 사장님이 '오빠한테 뭐? 씨X'이라고 하더라고요. 무서워서 제가 '죄송하다'고 사과했어요."

본사에 도움 요청해 봤지만 돌아온 건 2차 가해

사장님이 자리를 비운 어느 날, 본사 직원이 찾아왔기에 제가 겪은 일들을 다 말씀드리며 도움을 요청했어요. 하지만 본사 측의 대답이 저를 더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본사 이사님이 전화가 와서는 '회사가 커 가는 단계여서 경찰에 신고하면 곤란하다. 없던 일로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고요."

본사의 황당한 요구에 저는 그러면 혹시 사장님에 대한 가맹 해지를 해줄 수 있냐고 여쭤 보았습니다. 이에 '그건 어렵고 성교육을 할 테니 참고 일해 달라. 너희 아르바이트생들이 동시에 관두면 가게가 힘들다'라고 하는 거예요. 더 요구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저희는 곧바로 이 카페를 관뒀습니다.

용기를 내 고소 진행…여전히 반성 없는 사장

"사장님한테 사과할 것 없냐고 했더니 '사과할 거 전혀 없고 내 돈 뜯으려는 꽃뱀 아니냐'고 했어요."

저는 퇴사 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사장님이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면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 없이 도리어 저를 자신의 돈을 뜯으려고 하는 '꽃뱀'으로 몰고 갔습니다.

사장님의 태도에 끝까지 싸워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다행히 매장 CCTV가 남아 있었고, 제가 근무 중 모아 온 녹취 등의 증거가 있어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장님에게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고, 저에게 주어야 할 위자료도 주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그 카페를 운영 중이고요.

살면서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 막상 겪고 나서 인터넷을 살펴보니 많은 20대 여성 분들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고소를 주저하더라고요. 증거를 모으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나의 정보를 이미 많이 알고 있는 직장 상사에게서 혹시나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렵기 때문에요. 하지만 피해자는 잘못한 게 없으니 절대 숨지 말고, 고소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오늘의 복면제보는 한 20대 여성이 아르바이트 중 겪은 성추행 피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강성신 변호사, 이주영 노무사와 함께 아르바이트, 직장 내 성추행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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