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부 “통계 협조 제대로 안하면 조직·예산 날려버리겠다”

정순우 기자 2023. 9. 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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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청와대, 집값 통계 94회 조작 지시
2020년 6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당시 관계부처장들이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준 국세청장./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연출하기 위해 정권 내내 국가 통계를 수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비서실이 사전 공개가 금지된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집계기간 중 미리 보고받고 숫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승률을 낮추도록 국토교통부를 압박했으며, 국토부는 조직 축소, 예산 삭감 등을 들먹이며 부동산원에 통계 조작을 강요했다. 주요 대책이 발표된 후에는 집값 하락 폭이 큰 것처럼 통계가 작성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조작된 통계를 바탕으로 당시 집값이 급등하고 있었음에도 정부 고위 인사들은 ‘부동산 시장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조사중인 통계 미리 보고받고 조작 지시

15일 감사원이 공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부동산원이 조사하는 서울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3일치(화~목)만 조사된 상태로 매주 금요일에 보고받았다. 기존에는 목요일 공표를 앞두고 화요일에 국토부가 보고받는 절차만 있었는데, 이를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로 전주(前週)에 미리 받아본 것이다. 이는 통계법 위반이라는게 감사원 판단이다.

그해 7월부터 비서실은 3일치 통계로는 시장 상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다며 일주일치를 예측해서 보고하도록 지시했고, 부동산원은 임의의 가중치를 곱하는 방식으로 부정확한 예측치를 제공했다. 이 예측치에 비해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비서실은 부동산원에 사유를 규명하도록 요구했는데, 이런 요구가 조사자들에게 확정치를 낮게 작성하는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실제 감사원 조사에서는 비서실과 국토부가 노골적으로 통계 조작을 지시한 정황들이 다수 포착됐다. 2018년 1월 4주 예측치에서 양천구 등의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나오자 비서실은 “시장을 똑바로 보고 있는거냐”고 국토부를 질책했고,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재점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양천구 주간 변동률은 예측치(1.32%)보다 낮은 0.89%로 정해졌다. 2018년 8월 용산·여의도 통개발 보류, 8·27 대책 발표 등의 이슈가 있던 당시 비서실은 “보도자료에 정부 발표 감안시 다음주 안정 효과 내용을 담아달라”고 국토부에 요구했다. 이 요구를 전달받은 부동산원은 예측치에서 0.67%였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0.45%로 낮췄고 보도자료에 ‘금주 조사는 정부 정책발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음’이라는 문구도 넣었다.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예산 날리겠다” 협박도

2019년 6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집값 하락세가 멈추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 변동률로 부탁드리면 안되겠습니까”라고 압박했다. 이에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보합(0%)에서 -0.01%로 바꿨다. 이후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그해 7월 국토부는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부동산원의 옛 이름)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집값 폭등세가 나타났던 2020년, 6·17 대책에 이어 7·10 대책까지 발표했음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비서실은 “주정과장(주택정책과장)은 뭐하는 거냐”며 국토부 실무자를 질타했다. 이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윗분들이 대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변동률을 한자릿수로 낮춰달라고 요구했고, 부동산원은 0.12%였던 서울 상승률을 0.09%로 낮췄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돕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9년 12월 12·16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이 금지되면서 서울 강남 집값은 꺾였지만 강북과 경기·인천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수도권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하지만 2020년 2월 비서실은 여론 반발을 우려해 규제지역 지정 등의 대책을 총선 이후로 미루기로 하고 수도권 아파트값 동향도 사전 보고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후 서울처럼 수도권 아파트값도 상승 원인을 파악하도록 부동산원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조사자들의 통계 조작을 압박한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감사원은 비서실과 국토부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94회 이상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감사원은 주택 통계 조작과 관련해 대통령비서실 관계자 6명, 국토부와 부동산원 직원 각각 3명씩 총 1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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