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이군인 탁구선수들, 세계대회서 金·金·金
패럴림픽 경험으로 압도적 플레이
탁구로 삶의 새 희망…세계에 우뚝
이날 오후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에서 열린 탁구 단식 TT3 (장애 등급) 종목에 출전한 정은창(54) 선수는 결승에서 만난 프랑스 선수를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벌어진 단식 TT2 종목 결승에선 최일상(48) 선수도 독일 선수에 완승을 거뒀다.
세트당 11점제로 치러지는 이들 경기에서 상대 선수들은 3점을 내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프랑스 선수가 2세트에서 6점을 기록한 게 한 세트 최고 점수였다. 결승전임에도 일방적인 흐름이 이어졌던 셈이다.
두 선수의 금메달 수상은 이미 경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전날 복식에서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한 이들은 전문 선수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대전시 장애인체육회 탁구부 감독으로 활동하는 정은창 선수는 2000년 시드니를 시작으로 2012년 런던 대회까지 패럴림픽에서만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한 바 있다. 최일상 선수도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에서 각각 은메달, 금메달 하나씩을 따냈다.
이들은 이번 인빅터스 게임이 지금껏 출전한 여느 국제 대회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입을 모았다. 국적을 떠나 군 복무 중 다친 뒤 스포츠로 다시 일어섰다는 공통점이 다른 대회에서 느껴본 적 없는 동료애를 만들어냈다.
정 선수의 경우 상병 시절 교통사고로 다친 뒤 탁구를 통해 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평생 못 걷는다는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면 옛날 생활의 감정이 한 번에 몰려올까봐 보훈병원 체육관 쪽으로 발길을 돌렸던 게 탁구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며 “탁구채를 잡은 지 1년 만에 국가대표가 돼 30년 넘게 탁구계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살 때 전경으로 군 복무를 하던 중 다치고 3년간 방황했던 최 선수에게도 탁구는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탁구가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은연중에 느꼈던 것 같다”며 “선배들을 따라 무작정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밖에 TT1 종목에선 신법기(44)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제대 휴가를 하루 앞둔 말년 병장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3년간 재활에 매달린 뒤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했다. 신 선수는 “움직이기는 어렵지만 팔 힘을 길러 혼자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자는 마음가짐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어머니와 이번 대회를 함께 한 신법기 선수는 “내가 다친 뒤 어머니는 생업을 포기하고 오로지 내 뒷바라지만 하셨다”며 “수상 여부보다 ‘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 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전할 수 있어 뜻 깊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날까지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등 총 8개 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선수들은 오는 15일 핸드사이클과 양궁에서 마지막 메달 사냥에 나선다.
뒤셀도르프(독일)=국가보훈부 공동취재단·서울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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