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쉰들러' 정체는 청소년 성범죄자… 탈북 돕던 목사 구속기소

기숙사서 13~19세 학생 6명 상습추행

탈북 청소년들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목사 천모씨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자신이 보호하던 탈북 청소년들을 장기간 성추행한 목사가 구속 상태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그는 북한 주민 1,000여 명의 탈북과 국내외 정착을 도와 '아시아의 쉰들러'라는 별칭까지 붙은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부장 김은미)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제추행·준강제추행) 및 강제추행,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목사 천모(67)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천씨는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자신이 교장으로 재직하던 기숙형 대안학교의 여자 기숙사에서 탈북 청소년과 탈북민 자녀 등 13~19세 학생 6명을 8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안학교는 천씨가 2009년 탈북청소년들의 국내 정착을 도울 목적으로 만든 곳이다.

이번 수사는 7월 피해 학생 3명이 경찰에 천씨를 고소하며 시작됐다. 이들을 비롯해 6명의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법원은 지난달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며, 이후로도 피해자들의 추가 고소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현재 추가 피해에 대해 서울경찰청에서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천씨는 1996년 사업 구상차 방문한 중국에서 탈북민의 실태를 보고 1999년 탈북민을 돕는 재단을 설립했다. 그 뒤로 20여년 간 북한 주민 1,000여 명의 탈북을 도왔다. 각종 외신은 그를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 1,200여 명의 목숨을 구한 오스카 쉰들러에 빗대 '아시아의 쉰들러'라고 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씨는 피해 학생들과 쌓은 신뢰관계를 범행에 악용했다.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학생들에게 "미국 유학을 보내줄 테니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거나 "은혜를 그런 식으로 갚냐"며 무마하거나 회유하려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