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볼 영화가 없어요" 추석 앞두고 또 공백기 생긴 한국 영화[TEN초점]
한국 영화의 새로운 돌파구는?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추석 3파전·대작 영화들이 앞다투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지만 9월 초반부터 추석 전까지는 '한국영화'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잠'(감독 유재선), 13일 개봉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치악산'(감독 김선웅)과 '차박-살인과 낭만의 밤'(감독 형인혁), '안녕, 내일 또 만나'도 있건만, 흥행은 누적 관객 수 71만명(9월 15일 기준)의 '잠'이 유일하다. 이 상황, 분명 데자뷔다.
여름 텐트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지난 5월 31일 개봉했던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이 장기흥행을 하며 1,068만명의 동원했지만, 6월부터 7월까지 볼만한 한국 영화가 없었던 것. 6월에는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감독 조아키 도스 샌토스) 등의 외화가 흥행을 이어갔다. 분명 6월에도 '귀공자'(감독 박훈정), '라방'(감독 최주연) 등이 개봉했지만, 각각 68만명, 1.3만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다.
7월에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 사이에서 유일하게 지난 7월 26일 개봉했던 '밀수'(감독 류승완)만이 512만명의 누적 관객 수를 달성하며 극장가에서 살아남았다. 텐트폴 영화의 첫 주자였던 만큼 부담감이 컸지만, 스타트를 잘 끊어줬다. '비밀의 언덕'(감독 이지은), '비닐하우스'(감독 이솔희),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감독 김희정) 등의 독립영화가 작품성을 입증받으며 관객들을 모으기는 했지만, 상업영화만큼의 흥행은 어려웠던 상황.
8월 텐트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야 상황은 괜찮아졌지만, 이마저도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8월 2일 개봉했던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과 '더 문'(감독 김용화)는 손익분기점을 뛰어넘지 못한 각각 105만명, 51만명의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비공식작전'의 손익분기점이 약 500만명이고, '더 문'이 약 600만명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이어 개봉한 작품은 8월 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다. 누적 관객 수 377만명을 기록하고 현재 박스오피스 7위(9월 15일 기준)을 지키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작품성을 인정받고, 해외의 유수한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손익분기점이 400만명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는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막판 스퍼트를 내는 만큼 얼마나 흥행을 이어갈지 주목할 시점이다.
8월 15일 개봉한 '달짝지근해: 7510'(감독 이안), '보호자'(감독 정우성)도 있었다. 그중에에서도 '달짝지근해: 7510'은 로코 첫 도전인 유해진의 열연과 케미 넘치는 김희선의 앙상블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재 박스오피스 6위(9월 15일 기준)로 128만명의 누적 관객 수를 달성했다. 손익분기점이 165만명인 것을 생각하면, 좋은 성적표다. 하지만 같은 날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박스오피스 3위(9월 15일 기준)를 차지하며 누적 관객 수 304만명을 기록하며 외화가 더욱 흥행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8월의 끝자락에 개봉한 '타겟'(감독 박희곤)도 일상적인 중고거래 소재로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39만명의 누적 관객 수를 모았다. 5월부터 9월까지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3'과 '밀수'가 유일하다. 후발주자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위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손익분기점과 박스오피스 순위가 영화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지표는 아니다. 하지만 관객수는 가장 객관적인 수치다. 관객들이 얼마나 영화를 찾아서 보느냐는 상업영화로서 가장 주요한 것 중에 하나다.
그러나 2023년 한 해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 한국 영화의 성적표는 다소 우울하다. 상반기 한국 영화의 데자뷔 같은 상황이 또다시 보이기 때문이다. 텐트폴 영화 이전에 공백기를 가졌던 한국 영화는 8월 이후 또다시 자취를 감췄다. 종종 개봉한다고 해도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추석 연휴 전에 '폭로'(감독 홍용호), '경미의 세계'(감독 구지현)등의 작은 규모의 영화와 다시 돌아온 시리즈 '가문의 영광: 리턴즈'(감독 정태원)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9월 27일 추석 연휴에 3편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한다.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각각 손익분기점은 약 200만명(거미집), 240만명(천박사), 450만명(보스톤)이다. 영화 '거미집'은 개봉 전부터 대중성 측면에서 호불호가 가릴 것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화란 개봉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추석 이후, 한국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10월 3일에는 강하늘, 정소민 주연의 로코 '30일'(감독 )이 개봉하고, 오는 10월 11일에는 송중기와 홍사빈 주연의 '화란'(감독 김창훈)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어 조현철 감독의 '너와 나',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엄정화의 '화사한 그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이 싫어서'의 장건재 감독의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영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일까. 두 세편의 흥행작도 중요하지만, 다 같이 잘 되는 것이 사실 중요하다. "한국 영화가 다 같이 잘 되면 좋겠다"라는 하정우의 말처럼 지금 한국 영화는 위기다. 팬데믹 이후, 형태를 바꾼 극장가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관객들을 모을 신선하고 재밌는 이야기다. 손익분기점을 뛰어넘는 일이나 흥행은 그다음 수순이며, 작품성이 좋다면 따라올 것이다.
중간중간 비어있는 공백기도 큰 문제다. 같은 시기에 영화가 개봉하고 중간에 이렇다 할 한국 영화가 개봉하지 않는다면, 서로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터다. 데자뷔 같은 한국 영화계의 상황에 돌파구가 필요할 때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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