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순윈데, 기 살려주시죠"...혹사 투수 아닌 귀한 신인, 유니폼에 박은 구단의 진심

김민경 기자 2023. 9. 1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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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김택연 ⓒ곽혜미 기자
▲ 김택연에게 유니폼을 입혀주는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 ⓒ 두산 베어스
▲ 두산 김태룡 단장 인천고 투수 김택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2순위 지명인데, 선수 기 한번 살려주시죠."

두산 베어스는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인천고 우완투수 김택연(18)을 지명했다. 최대어로 꼽혔던 마산용마고 우완투수 장현석(18, LA 다저스)이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하면서 한화 이글스가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장충고 좌완투수 황준서(18)에게 사용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두산 역시 오래전부터 김택연을 새 식구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증거가 이름과 등번호를 새긴 유니폼이었다. 두산은 김택연을 지명하고, 김태룡 두산 단장이 '김택연 2024'가 박힌 유니폼을 손수 입혀줬다. 김택연을 어느 구단에도 뺏기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대가로 지난해 신인드래프트까지 7년 연속 9순위 아니면 10순위 지명권을 행사해 왔다. 1라운드도 하위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기에 유니폼에 이름을 박는 과감한 이벤트는 준비하기 어렵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 시즌 9위로 추락한 것은 뼈아팠지만, 신인드래프트에서 모처럼 상위 지명권을 행사할 기회가 생겼다. 구단 내부에서는 오랜만에 찾아온 상위 지명 기회를 잘 누려보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선수 기 한번 살려주자"는 취지로 김택연만을 위한 유니폼까지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김택연은 당연히 감동했다. 그는 "다들 두산 유니폼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유니폼에 내 이름을 새겨주셨을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나를 생각하고 유니폼을 제작했다는 것에 대해서 감동적이고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며 입단 전부터 투지를 불태웠다.

▲ 인천고 김택연 ⓒ곽혜미 기자
▲ 인천고 김택연 ⓒ곽혜미 기자

김택연은 신인드래프트 직전 가장 뜨거운 투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긍정적 이슈는 아니었다. 최근 대만에서 열린 U-18 야구월드컵에서 5연투를 하면서 '혹사 논란'의 주인공으로 연일 이름을 올렸다. 김택연은 대회 기간 모두 6경기에 등판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6이닝, 247구를 던졌다. 지난 11일 열린 미국과 동메달 결정전에는 선발 등판해 7이닝 98구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선수는 선수대로 최선을 다해 던졌고, 동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도 이끌었으나 혹사당한 투수라는 이미지만 강하게 남아 내심 힘이 빠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두산은 더더욱 김택연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다. 그저 유니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두산이 얼마나 김택연을 귀하게 여기고 데려가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실제로 두산 스카우트팀은 일찍이 김택연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두산 스카우트 관계자는 "구위가 굉장히 좋다. 볼 끝에 힘이 있고, 수직 수평 무브먼트가 뛰어나다. 패스트볼이 솟구치는 느낌이 있다. 볼의 움직임만큼은 장현석보다 뛰어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 두산 신인 선수단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김태룡 단장과 스카우트팀, 2024년 신인 선수들 ⓒ 두산 베어스

두산 스카우트팀은 드래프트를 마친 뒤에도 "1라운드에서 김택연을 지명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김택연의 수직 무브먼트는 KBO리그에서도 상위 레벨이다. 단장님이 지명 배경으로 말씀하셨듯 향후 몇 년 안에 두산의 뒷문을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김택연 외에도 모처럼 상위 지명에 나선 결과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2라운드 여동건(내야수, 서울고) 3라운드 임종성(내야수, 경북고) 4라운드 강태완(외야수, 대구상원고) 5라운드 박지호(투수, 동강대), 6라운드 전다민(외야수, 강릉영동대) 7라운드 김무빈(투수, 신일고) 8라운드 손율기(외야수, 마산용마고) 9라운드 김태완(투수, 선린인터넷고) 10라운드 류현준(포수, 장충고) 11라운드 안치호(투수, 세광고) 등 예상하 그림대로 새내기 11명을 품었다.

두산 스카우트팀은 "올해 드래프트는 라운드마다 계획대로 진행됐다. 눈여겨본 선수들을 지명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키워드였던 야수 보강을 성공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2라운드 유격수 여동건은 5툴 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빠르고 어깨가 좋고 타격의 정확성도 빼어나다. 3라운드 임종성은 어깨가 뛰어나고 장타를 갖춘 3루수다. 올해 지명한 11명 선수들 모두 두산의 미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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