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니코틴 살해' 징역 30년 아내 파기환송심…'범행 시각' 쟁점화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니코틴이 든 물과 음식을 먹여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30대 아내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범행 시각'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15일 수원고법 제1형사부(박선준·정현식·배윤경)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38·여)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열었다.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 B씨에게 3차례에 걸쳐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물을 마시도록 해 B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과 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제시된 간접 증거들만으로는 유죄 확신을 주저하게 되는 의문점이 남아있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특히 남편이 다른 경위로 니코틴을 먹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자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1심과 2심에서 검찰은 남편이 사망하기 전날 아침, A씨가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탄 미숫가루를 마시도록 한 뒤 같은날 오후 8시쯤 속이 좋지 않아 식사를 거부한 남편에게 니코틴을 섞은 흰죽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남편과 함께 새벽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귀가한 2021년 5월27일 새벽 1시30분~2시, A씨가 치사량(3.7㎎) 이상의 니코틴 원액을 탄 물을 재차 남편에게 마시도록 해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남편은 아침 7시20분 상의는 러닝셔츠를 입었고 하의는 다 벗고 엎드린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파기환송심 첫 재판인 이날, 검찰은 '범행 시각'부터 다시 짚었다. 검찰은 "남편 부검 결과 위장에서 흰죽이 그대로 확인됐다"면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전날 저녁 8시에 먹었다는 흰죽이 남편이 사망한 시점으로 추정되는 새벽 3시까지 위에 남아있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통 음식을 섭취 후 1시간 내에 위에서 배출된다는 게 일반적인 의학계 정론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남편 위장에서 발견된 흰죽은 전날 저녁 8시에 먹은 흰죽이 아니고, 남편 사망 전에 먹은 흰죽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니코틴이 들어있는 물을 먹은 시각도 달라져 범행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외에도 검찰은 △의식이 있는 남편이 니코틴이 들어있는 음식을 자발적으로 먹었을 가능성 △니코틴 원액 구입 관련 △사망 전후 남편 휴대폰 사용 내역 등에 대해 추가로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공소장 변경을 고려할 것을 검찰측에 주문했다.
A씨측 변호인은 '무죄'라는 증거로 A씨가 새벽에 남편과 병원에서 돌아온 후 내연남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꺼내들었다.
A씨가 내연남에게 "의사들이 돌팔이인 것 같다"고 하자 내연남은 "내일 꼭 큰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답했다. 변호인은 이를 근거로 "A씨가 큰 병원에 가서 남편의 병을 낫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A씨측이 신청한 보석 심문 절차도 진행됐다. A씨측 변호인은 "이 사건으로 피고인은 1년6개월간 구속됐다"며 "거대한 권력 조직이자 공권력을 갖고 있는 국가가 억울한 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건 기본 논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또 A씨가 수감 이후 우울증과 불안장애 치료를 받고 있다는 관련 자료도 제출했다.
재판부가 A씨에게 의견이 있냐고 묻자 A씨는 "아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고 아빠도 없다"며 흐느꼈다.
재판부는 "워낙 원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사건이라 피고인이 이로 인한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을텐데 보석된 후 혼자 감당할 수 있을지와 무엇보다 추가심리 할 게 남아있다"며 보석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 추후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10월27일 열린다. 이날 검찰측 주장을 뒷받침할 전문가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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