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아랍연맹과의 약속 어겼나…UAE “13톤 규모 마약 압수”
외신 “시리아에서 흘러왔을 가능성 크다”
시리아, 아랍연맹 복귀하며 캡타곤 근절 약속
사우디 등 중동 국가엔 큰 위협 될 듯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당국이 14일(현지시간) 무려 8600만알의 마약 ‘캡타곤’을 실은 선박을 급습해 물품 전량을 압수하고 관련자를 체포했다.
UAE는 마약 밀수선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등 자세한 정보를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캡타곤 유통의 진원지인 시리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캡타곤 근절을 조건으로 시리아의 아랍연맹(AL) 복귀를 승인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국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UAE 두바이 경찰은 이날 제벨 알리 항구에 정박해 있던 한 화물선을 수색해 캡타곤 8600만알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무게로는 13톤, 가치로는 10억달러(약 1조3275억원) 수준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는 2020년 7월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에서 14톤 규모의 캡타곤이 적발된 이후 최대 규모다.
두바이 경찰은 “국제 갱단이 캡타곤을 UAE로 운송한 다음 다른 국가로 옮길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캡타곤이 어디에서 유입됐는지, 갱단 조직원이 어느 국가 출신인지, 어디로 유통될 예정이었는지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에 중동 전문 매체 알모니터는 “시리아에서 흘러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캡타곤은 과거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전투에 나서기 전 복용했던 마약으로 일명 ‘가난한 자의 코카인’으로 불린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는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가 가해지자 캡타곤 불법 유통으로 자금을 마련해왔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는 캡타곤 판매로 2021년 한해에만 57억달러(7조5700억원)를 벌어들였다. 캡타곤 한 알이 3달러(40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시리아가 엄청난 양의 캡타곤을 전 세계에 보급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캡타곤 유입 방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연맹은 지난 5월 시리아 복귀를 허가하며 캡타곤 통제를 주요 조건으로 내걸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마약 수출 포기 조건으로 시리아에 40억달러(5조3000억원)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알모니터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2011년 내전 발발로 아랍연맹에서 축출됐던 시리아는 캡타곤 밀매 중단을 약속하며 국제무대에 돌아왔다”며 “(이번 적발은) 중동 지역 국가엔 심각한 우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BBC는 “시리아 정부는 부인하지만, 여전히 군 유력 인사들이 캡타곤 제조와 유통에 연관돼있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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