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이틀째…출근길 직장인·주말 여행객들 불편 이어져
물류수송도 절반 이하로…시멘트업계 "장기화시 차질 불가피"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14일부터 약 4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파업 이틀째인 15일에도 큰 혼란은 없었지만, 열차와 지하철 운행이 평소보다 줄면서 시민들은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해야 했다.
주말에도 파업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집을 떠나려던 여행객들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객열차 운행률 60%대로 줄어…모임 계획 수정
부산에 사는 50대 A씨는 이번 주말 가족 모임을 취소했다.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이 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오늘 가족 저녁모임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서 결국 포기하고 내려오지 않기로 했다"면서 "어떻게 내려오더라도 주말에 다시 상경하는 표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해 그러면 다음에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철도파업 여파로 부산역 오가는 KTX 고속철도 운행률은 평소의 70%대로 줄어든 상황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여객 열차 운행률이 평소의 60∼70%로 떨어졌다. KTX 강릉·동해, 태백선, 누리로 등 열차 운행률은 평상시와 비교해 60% 대로 감축됐고, 광주 송정역·여수 EXPO역 등을 운행하는 광주와 전남 구간 여객열차 운행률은 평시 대비 62% 수준으로 줄었다.
해외로 떠나는 가족을 배웅하기 위해 이번 주말에 창원에서 서울에 가야 한다는 50대 B씨는 창원중앙역 매표소에서 긴 시간 직원과 이야기 끝에 결국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B씨는 "열차시간을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원하는 시간대에 맞는 열차가 없어서 다른 수단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급하게 역을 빠져나갔다.
대체교통수단 찾아 철도역서 발길 돌린 시민들
열차 편성이 줄고, 코레일 애플리케이션 접속량이 폭주하면서 열차 대신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남춘천역 입구에서 만난 대학생 김지환(23)씨는 "주말 껴서 오랜만에 본가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파업 중이라 원하는 시간대 열차가 없어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고 한다"고 했다.
춘천에서 서울로 이동하려던 김진영(68)씨도 ITX 청춘열차 대신 전철을 타기로 했다. 김씨는 "춘천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고 서울 서대문구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적절한 시간대 ITX가 없어서 예매를 못 했다"며 "집에는 돌아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전철을 타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열차 변동에 마음졸일 바엔 자차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인천에서 서울 종로구 직장을 오가는 박모(30)씨는 "평소 서울지하철 1호선을 이용할 때 연착이 잦다고 느끼는데 이번에 파업까지 겹쳤다"며 "아침마다 마음 졸일 바엔 당분간 자차로 출퇴근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주말 대전에서 경북 경주로 출장을 가는 이모(31)씨도 2주 전에 예약했던 예매표를 취소했다.
그는 "주말이라 열차 편이 대거 취소될 수도 있고, 정상 운행을 한다 해도 지연이 심할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그냥 자가용을 운전해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물류 수송률도 감소…"장기화되면 차질 불가피"
파업 여파로 화물 열차의 운행도 감축됐다.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철도 수송량이 평시의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왕ICD에 따르면 철도 파업이 시작된 전날 물류 철도를 통해 의왕ICD로 들어온 물동량은 72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지난주 목요일 물동량인 1천348TEU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전날 의왕ICD에는 상행 12대와 하행 3대 등 총 15대의 물류 철도가 오갔다.
이날에는 상행 5대와 하행 4대 등 총 9대가 계획돼 전날보다 물동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경기 침체 영향으로 물동량 자체가 줄어든 탓에 아직은 현장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왕ICD 관계자는 "오늘은 어제보다도 철도 운행량이 줄어들어 물동량 역시 평시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은 혼잡이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2차 파업으로 운행 감소가 장기화한다면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의 약 20%를 철도 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시멘트업계도 철도파업의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충북 제천과 단양에 있는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는 철도를 통한 시멘트 출하가 평소보다 70∼90%가량 감소했다.
이들 관계자는 "아직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이용한 육송 출하를 늘리고, 전국 시멘트저장소(사일로)의 재고를 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전체 출하량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정상 김솔 강태현 김상연 김근주 이주형 정종호 차근호 정회성 권준우 나보배 기자)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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