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살해' 아내 파기환송심 첫 재판…검찰, 전문가 추가 증인신문
1심 모두 유죄·2심 일부 유죄...징역 30년
대법 "추가적으로 심리 가능"…파기 환송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에게 치사량이 넘는 니코틴 원액을 탄 음식을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15일 열렸다.
대법원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낸 지 약 2개월만이다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박선준 정현식 배윤경)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병원을 다녀온 이후 남편인 피해자 B씨가 한 차례 더 흰죽을 먹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전문심리위원인 법의학 교수를 증인으로 불러 추가 심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서 니코틴을 음용할 수 있는지 ▲찬물을 마신 뒤 1시간 후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확인한 로그 기록이 있는데 실제 피해자가 이를 확인한 것이 맞는지 ▲A씨가 구입해 가지고 있던 니코틴 제품이 B씨의 사망에 사용된 것인지 등 대법원 지적 사안에 대해 포렌식 수사관, 니코틴 판매 업자 등을 증인으로 불러 추가로 확인하겠다고 의견을 냈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7월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내며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우선 찬물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피해자가 니코틴을 음용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피고인 진술 등에 의하면 B씨가 찬물을 마신 시간은 오전 1시30분~2시 사이인데 니코틴에 노출될 경우 통상 15분 내로 구토, 설사 등 증상이 발현되고, 경구투여 시 최고 농도에 이르는 시간은 30~66분 뒤이다.
그러나 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에 의하면 B씨는 오전 2시45분께 가상화폐 시세 호가창 등 캡처화면을 확인한 로그 기록이 발견된다.
이는 B씨가 찬물을 마신 지 1시간여가 지난 시간이므로 그가 고통을 호소하지 않고 실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면 오전 1시30분~2시 사이 니코틴이 들어간 물을 마시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B씨가 병원을 다녀온 후 흰죽을 먹었을 가능성을 추가로 제시한 이유는 A씨의 진술보다 물을 마신 시간이 늦어질 수 있는 점 등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은 추가 심리를 통해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없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의견을 내겠다고 피력했다.
이에 변호인은 "검사 측에서는 이 사건이 워낙 중한 사안이라 추가 신문 필요성을 말하지만, 피고인 입장에서는 1년 6개월가량 수감생활을 하고 있어 많은 정신적인 고통에 처해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심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냈다.
재판부는 추가 심리를 위해 증인을 소환하기 전 다시 한번 검찰 측 주장을 정리해 내면 이에 대한 변호인 측 의견을 확인해 추가 증인신문 진행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이날 또 A씨의 보석 심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이날 A씨의 보석을 신청하며 "대법원의 판단으로 A씨의 무죄 가능성이 높음에도 구속 기간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법의 논리에 맞지 않으며, 피고인이 가정으로 돌아가 본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사안이 중한 점을 고려해달라며 기각 의견을 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27일 진행된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26∼27일 남편 B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찬물 등을 마시도록 해 B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B씨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상태가 호전돼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한 차례 더 B씨에게 니코틴이 든 찬물을 마시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씨는 또다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아울러 A씨는 범행 후 B씨의 계좌에 접속해 300만원 대출을 받아 이득을 취득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니코틴 원액이 든 찬물을 통해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ga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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