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양승태 징역 7년·박병대 5년·고영한 4년 구형... 12월22일 선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피고인으로 기소된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한 1심 재판 심리가 15일 종결된다. 이 사건을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7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22일 1심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15일 오전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 피고인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피고인들의 행위들로 인해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 가치가 철저히 무시되고 재판 당사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며 “이 사태를 본 국민들은 과연 사법부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는지 깊은 좌절감을 토로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법관들의 자성과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주시고 이 사건 재판을 통해 법관을 통한 법 파괴가 일시적 현상이었음이 입증되길 바란다”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최후진술을 통해 “실체도 불분명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를 기정사실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법원 내부에 물의가 일어나자 사법부는 2018년 5월까지 거의 1년에 걸쳐서 3번이나 자체 조사를 했지만, 형사 조치를 할 만한 범죄 혐의는 없다고 결론이 났다”며 “하지만 그 당시 집권하고 있던 정치세력의 생각은 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음흉한 정치세력이 바로 이 사건의 배경으로, 검찰이 수사라는 명목으로 그 첨병 역할을 한 것”이라며 “그동안 법원에 의해 수시로 수사 제동이 걸리는 일로 불만이 쌓여있던 차에 사법부를 공격함으로써 민주적 헌정질서 위협한다면 심각함이 너무나 크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사법부를 초토화해놓고 이 모두가 법관 독립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니 참으로 어안이 벙벙하다”며 “재임 동안 일어난 일로 인해 새삼 깊이 사과드린다”고 20여분 동안의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는 14명이었고, 지금까지 6명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2명은 2심까지 무죄, 다른 2명은 2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아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나머지 1명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임기 6년간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 등을 통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2019년 2월 구속 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은 296쪽으로 혐의만 총 47개에 달한다. 이 중 41개가 재판 개입 또는 특정 성향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직권남용 혐의다. 재판에서 이 혐의가 인정되느냐에 따라 그의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옛 통진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양승태 법원’ 법원행정처가 사법 행정이나 특정 판결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판사들 명단을 작성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실제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전·현직 판사 100여 명을 조사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모든 공소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공정해야 할 법관이 정치적·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 당연히 관리해야 한다. 이는 이전 대법원장 때도 했던 일”이라는 입장이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양 전 대법원장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은 2019년 5월 첫 정식 재판이 열린 이후 이날까지 276회의 기일이 열렸다. 검찰은 증인으로 211명을 신청했다. 그 사이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 석방됐다.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자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은 형사소송법 원칙대로 ‘재판 갱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약 7개월간 재판정에선 과거 증인신문 녹음 파일이 재생됐다. 2019년 말 코로나 확산으로 그 이후 재판이 자주 열리지 못했고, 양 전 대법원장이 2020년 1월 폐암 수술을 받아 재판이 두달 정도 열리지 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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