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도 배럴당 90달러 돌파…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확산

WTI, 10달만에 최고치 기록
미국 Fed 긴축 장기화 가능성도

기름 넣기 무섭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도 연일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1.83원 오른 1765.29원으로 집계됐다. 백동현 기자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이어지면서 브렌트유에 이어 미국 내 원유 가격의 지표가 되는 서부텍사스유(WTI) 가격도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생산과 소비에 부담을 주는 유가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위축 속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다음 주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나타날 정책 기조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장보다 1.64달러(1.85%) 상승한 배럴당 90.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WTI 가격이 90달러를 넘은 것도 10개월여 만이다. 같은 날 런던 ICE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도 1.82달러(2%) 상승한 배럴당 93.70달러를 기록해 올해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이 같은 유가 상승세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날 낸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으로 올해 4분기까지 상당한 공급 부족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면서 가팔라졌다.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겪지 않고 연착륙할 것이란 전망도 수급 부족 우려를 키워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리비아에서 최근 발생한 홍수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골드만삭스는 공급 부족으로 원유(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뛰어오른 유가는 벌써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날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휘발유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7월 상승률(3.2%) 대비 상승 속도가 가팔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세가 각국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19∼20일 열릴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향후 회의에서 다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10차례 연속 긴축 행보를 이어나갔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