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뱃속 딸 두고 참전한 스물 하나 아빠, 73년만에 귀환
1950년 북한의 6·25 남침 전쟁이 발발할 당시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뱃속 아기는 딸.
“꼭 살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전쟁의 참화 속으로 떠난 6·25전쟁 참전용사. 낙동강 전선에서 내려오는 북한군을 막다 전사한 이 참전용사의 유해가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딸은 안타깝게도 최근 아버지의 유해가 발견되기 직전 세상을 떠났다. 하늘에서 만나겠지만.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05년 경북 포항 도음산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26연대 소속 고(故) 박동근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박 일병의 유해는 지역 주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유해발굴 조사팀이 추적을 거듭해 수습했다. 국유단은 고인의 병적 자료에서 본적지를 전라북도 익산시로 파악한 후 해당 지역의 제적등본과 비교해 지난해 10월 고인의 조카로 추정되는 박영식 씨를 찾아냈다. 박 씨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정밀 분석한 끝에 고인과 가족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유해 발굴을 통해 수습한 유해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216번째다.
박 일병은 1929년 9월 익산 성당면에서 4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다.
유가족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꿈꿨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임신중인 아내를 뒤로하고 전선에 나갔다. 당시 혼인신고 없이 출생한 딸은 불가피하게 고인의 큰형 호적에 올려졌고 큰아버지 가정에서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랐다. 딸은 아버지의 유해가 확인되기 전인 최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고인의 입대일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지만 제26연대 소속으로 1950년 8월경 ‘포항 전투’에 참전해 북한군 남하를 저지하다 1950년 8월 19일 스물 하나라는 꽃다운 나이로 전사했다.
포항 전투는 국군 동부전선을 돌파하여 부산으로 조기에 진출하려던 북한군의 계획을 국군이 포항 도음산 일대에서 저지함으로써 낙동강 동부지역 작전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전투다.
확인된 전사자의 신원을 유족에게 알리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전날 인천의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고인의 조카 박영식(63)씨는 고인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가슴이 뛰어올랐다”면서 “삼촌의 얼굴도 못 본 채 유해만이라도 보고 싶어 했던 누나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촌을 찾기 위해 노력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6·25 전사자 유가족은 전사자의 8촌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로 신원 확인에 참여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 신원이 확인되면 포상금 1000만 원이 지급된다.
국유단은 “6·25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유가족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유단 탐문관들은 각지에 계신 유가족을 먼저 찾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고 계시지만 거동 불편, 생계 등으로 방문이 어려우신 유가족께서는 대표번호 1577-5625 (오! 6·25)로 언제든 연락 주시면 직접 찾아뵙고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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