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가 들었기에 믿음이 가는 '아라문의 검'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주연배우가 곧 드라마의 개연성이 될 때가 있다. 최근 스타트를 끊은 tvN 주말극 '아라문의 검'(극본 김영현·박상연, 연출 김광식)의 주인공으로 나선 배우 이준기가 그렇다.
줄거리와 상관없이 배우의 특출난 마스크로 채널을 고정시키는 경우에도 배우와 개연성을 등식화하는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이준기는 다르다. 평소에도 특유의 흡입력으로 작품을 견인한 그였는데, 이번에는 더 그렇다.
극중 전설 속 영웅이 돌아왔다며 '재림 이나이신기'로 불리고 있는 은섬 역의 이준기는 '재림(再臨)'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 싶은 모습으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드라마를 둘러싼 많은 난관을 뚫고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라문의 검'은 지난 2019년 방송한 '아스달 연대기'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4년 만에 선보이는 시즌2인데 새로운 이름으로 나왔다. '아스달 연대기'의 8년 후 이야기를 한다면서 흐름을 이어가는 원제목 대신 굳이 새 제목을 썼다. 시즌제 드라마가 제목을 완전히 바꿨다는 것은 연속성이 주는 친숙함이라는 시즌제의 장점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작진은 연맹제였던 아스달이 시즌1의 주요 배경이었다면 시즌2는 아스달과 아고의 통일 전쟁이 주된 이야기로 다뤄지면서 제목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라문의 검'은 '아스달 연대기'의 주연배우들을 비롯해 출연진이 대거 하차, 많은 등장인물들이 교체 투입되면서 새로운 변곡점을 맞은 만큼 제목부터 새롭게 한 측면이 있다.
그러니 새로운 출연진의 필두로 나서는 이준기의 역할은 더없이 중차대했다. 종영한 지 4년이나 된 시즌1의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동시에 시즌1의 잔상은 지우고 시즌2로 곧장 몰입하게 해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야 하는 이준기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역사에 없는 태고의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라며 특별한 세계관과 용어가 난무하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려보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컸고, 이준기는 보란 듯이 기대에 부응했다. 아직 2회밖에 방영하지 않았지만, 이준기의 활약에 힘입어 '아라문의 검'이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준기는 아고족 서른 개 씨족을 모두 통일하면서 아고연합을 완성한 전설 속 이나이신기의 재림이라 칭송받는 은섬 역, 그리고 그의 쌍둥이 형제 사야 역으로 1인 2역을 하면서 섬세한 연기력을 펼치고 있다. 일단 강렬한 눈빛과 날렵한 이목구비로 시선을 사로잡는 그는 얼굴 표현과 대사톤으로 차이를 보여주며 미묘하게 다른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어느덧 데뷔 22년차인 그의 내공은 시즌1로부터 8년의 세월이 흐른 주인공들의 깊이를 표현하는 데에도 제격이다. 제작발표회에서 타곤 역의 장동건이 "8년 후의 은섬과 사야의 모습에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려서 놀랐다"고 한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또 이준기는 몸 사리지 않는 거침 없는 액션으로 시청자들의 정신을 쏙 뺐다. 그동안 현대극과 사극 어느 것 할 것 없이 다양한 작품에서 꾸준히 액션연기를 선보여온 이준기다. 주짓수를 즐기고 춤사위가 남다른 것도 유명하다. 이번에는 대규모 전쟁신과 현란한 액션신을 연이어 펼치며 몸 잘 쓰는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이처럼 이준기의 눈부신 활약으로 포문을 연 '아라문의 검'에 한껏 빠져들다 보면 '역시 이준기' 하며 감탄하게 된다. 앞서 시즌1의 부진과 논란, 출연진 교체 및 제목 변경 등 우여곡절이 있는 드라마의 시즌2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던 건 은섬과 사야의 맞대결로 초반을 화려하게 수놓은 이준기 덕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영화 '왕의 남자'(2005)로 혜성처럼 떠올라 삽시간에 연예계를 평정했던 이준기의 재림이다. 태알하 역의 김옥빈이 "이나이신기가 왜 이준기여야 하는지 '아라문의 검'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고 한 말도 수긍이 된다.

사실 '아라문의 검' 방영 전부터 이준기에 대한 대중적 믿음은 남달랐다. 이준기가 그동안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면서 대중의 신뢰를 쌓은 덕분이다. 팬들은 매 작품 이준기의 하드캐리가 드라마의 개연성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믿음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준기가 이번 드라마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있었을 때부터 잘 맞는 조합이라는 예상평이 있기도 했다. 누구보다 사극을 많이 경험했고, 액션에 능하며 판타지에도 어울리는 비주얼까지 갖췄으니 말이다.
'믿고 보는 배우' 이준기가 이같은 팬들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맞춤옷을 입은 듯 연기한다. 캐릭터에 착 붙는 그의 연기가 드라마의 개연성을 높이고 몰입도를 높이니 그를 향해 신임을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아가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지며 그의 하드캐리에 더더욱 기대를 걸게 된다. 왜 이준기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아라문의 검'이 이준기의 새로운 인생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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