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출생도 못보고 6·25 참전해 전사한 20살 아빠, 73년 만에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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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뱃속에 있는 딸의 출생도 보지 못하고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20살 젊은 나이에 전사한 고(故) 박동근 일병이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05년 경상북도 포항시 도음산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26연대 소속 고(故) 박동근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써 고인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모실 수 있게 됐으며, 이는 유해발굴을 개시한 이후 216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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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05년 경상북도 포항시 도음산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26연대 소속 고(故) 박동근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신원확인은 병적자료 등을 바탕으로 유가족을 찾아가는 기동탐문을 통해 진행했다. 국유단 기동탐문관은 고인의 병적자료에서 본적지를 전라북도 익산시로 파악한 후 해당 지역의 제적등본과 비교하여 고인의 조카로 추정되는 박영식 님(63)에게 2022년 10월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이후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를 정밀 분석하여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이로써 고인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모실 수 있게 됐으며, 이는 유해발굴을 개시한 이후 216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다.
유해 발굴 조사팀은 지역주민들에게 유해의 소재를 물어보는 탐문 활동을 했고, 주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고인의 희생과 헌신의 흔적을 끈기 있게 추적했다.
6·25 전쟁 중에 부역으로 동원된 지역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흩어져 있던 유해를 수습하여 도음산 정상 부근에 매장했다고 한다. 이를 확인한 후 2005년 3월경 전문 발굴병력을 투입해 좁은 공간에 겹겹이 쌓인 다수의 유해를 수습했다.
1929년 9월, 전라북도 익산시 성당면에서 4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도와 함께 농사를 지었던 고(故) 박동근 일병은 국군 제26연대 소속으로, 낙동강 방어선인 ‘포항 전투’(1950.8.18~9.22)에 참전 중 전사했다.
유가족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고인은 부인 태중에 있는 딸을 못 보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선에 나갔다.
당시 혼인신고 없이 출생한 딸은 불가피하게 큰 형 호적에 올려 졌고 큰 형의 가정에서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랐다. 이후 어른이 되어 서울로 상경해 자영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최근 아버지의 유해를 보지 못한 채 안타깝게 먼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입대일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지만 제26연대 소속으로 1950년 8월경 ‘포항 전투’에 참전해 북한군 남하를 저지하다 안타깝게도 1950년 8월 19일, 20세의 나이로 장렬히 전사했다.
‘포항 전투’는 국군의 동부전선을 돌파해 부산으로 조기에 진출하려던 북한군의 계획을 국군이 포항 도음산 일대에서 저지함으로써 낙동강 동부지역 작전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전투다.
한편,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14일 인천광역시 서구에 있는 유가족의 자택에서 열렸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6·25전쟁으로 당시 산야에 묻혀 계셨던 ‘전사자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행사’다.
행사는 유가족 대표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 등에 관한 설명을 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며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되었다는 소식에 조카 박영식 님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가슴이 뛰어올랐다. 삼촌의 얼굴도 못 본 채 유해만이라도 보고 싶었던 누나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며 “삼촌을 찾기 위해 노력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국가에 대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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