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AI, 환차손 1000억원...재무 책임자에 軍 출신 ‘낙하산’

조해수·김현지 기자 2023. 9. 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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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환차손-실적 악화·주가 하락-검찰 배임·횡령 수사-ESG 신용등급(G) 최하
"강구영 사장, ‘윤석열 바라기’ 행보만...‘사업 부풀리기’ 심각”
KAI 측 "환차익 많이 남길 때도 있었다" 등 반론

(시사저널=조해수·김현지 기자)

'공군 중장' 출신인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9월6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강구영 사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로 실적 악화를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 사장은 전체 임원의 절반 이상을 해임하고, 공군 출신 등 측근을 대거 기용했다. 특히 CFO(최고재무책임자) 역할을 하는 경영관리본부장에 재무 전문가가 아닌 예비역 공군 준장을 임명했는데, KAI는 지난해 말부터 1000억원대 환차손(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외적인 상황도 좋지 않다. 검찰은 전·현직 KAI 임직원의 '100억원대 배임·횡령' 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ESG 신용등급 중 지배구조(Governance)를 나타내는 'G' 부문은 최하 등급인 D까지 추락했다.

대내외적인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강구영 사장은 '윤석열 바라기' 행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 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동행하기 위해 '사업 부풀리기'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구영 사장(공군사관학교 30기)은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육군사관학교 38기, 예비역 중장)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일 때 군사지원본부장으로 함께 일했다. 또한 두 사람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군인 모임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에서 공동 운영위원장을 지냈다. 강 사장은 윤석열 캠프의 '국방포럼 정책·공약 자문회의' 멤버이기도 했다. 또한 2022년 3월경 대통령실 용산 이전 논란이 일자, 강 사장은 예비역 장성 1000여 명의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은 없다"는 입장문을 이끌어냈다.

강구영 KAI 사장 ⓒ사진공동취재단·시사저널 사진자료

"'낙하산'이 아니라 '공수부대 강하' 수준"

KAI의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이고 2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KAI는 사실상 정부 소유 기업이다. 이에 따라 KAI의 역대 사장은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강구영 사장도 마찬가지다. 강 사장이 지난해 9월경 KAI 수장에 임명되자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지난해 10월경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캠프 국방분야 낙하산 인사'라는 자료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줄 선' 사람들에게 군의 핵심 요직을 안겨줬다. 이는 능력에 따른 인사를 기대하며 성실하게 복무하는 수십만 군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강구영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대대적인 인사 개편에 착수했다. 강 사장은 전체 임원의 60%가 넘는 19명을 해고하고, 실장·팀장 등 중간간부 60여 명을 보직 해임했다. 이 중에는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을 주도했던 류광수 부사장도 포함됐다.

빈자리에는 강구영 사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외부 인사가 대거 영입됐다. 

강구영 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공군 출신들에게는 말 그대로 '꽃길'이 열렸다. 익명을 요구한 KAI 관계자 A씨는 "예비역 공군 중령인 B씨는 올해 2월 홍보팀에 입사했고, 공사 36기인 C씨는 부장에서 실장으로 2단계 고속 승진했다"면서 "심지어 최근에는 공군 법무관 출신 D변호사가 법무팀에 들어왔다. 이 정도면 '낙하산' 정도가 아니라 '공수부대'가 강하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던 황임동씨는 감사 역할을 하는 윤리경영실장에 임명됐다. A씨는 "황임동 실장은 지난해 9월 고문으로 입사했다가 곧 상무로 승진했고, 3개월여 만에 전무에 올랐다"면서 "황 실장은 국정원 4급 출신이다. KAI라는 대기업의 전무 자리에 실무 경험도 없는 사람을 단지 사장과의 인연 때문에 임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퇴직 간부에게 위로비 명목으로 자문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강구영 사장이 온 후 이 기간을 퇴직 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기까지 했다"면서 "KAI가 강구영 사장과 측근들의 '금고'로 전락한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 박근혜 정부의 황재영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전략홍보실장에 임명됐다. 황 실장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총선 예비후보로 뛴 적도 있는 정치인 출신이다.

KAI의 또 다른 관계자 E씨는 "강구영 사장은 대대적인 인사 개편의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을 주장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살아남았다"면서 "강 사장도 2019년 문재인 정부 때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공모에 응모하지 않았나. 그때 강 사장은 최종 5인까지 올라갔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다고 '부역자' 취급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KAI 측은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 "자세한 상황은 관련 부서에 확인해야 한다"고 밝힌 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강구영 KAI 사장(왼쪽 사진)과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 ⓒ뉴시스

1000억원대 환차손, 실적 악화에 주가 하락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는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1000억원가량의 환차손이다. KAI는 지난해 9월경 폴란드와 경공격기 'FA-50' 48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30억 달러 규모다. 올 7월경 1, 2호기가 폴란드에 인도되는 등 연말까지 12대가 납품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30일 약 10억 달러가 KAI에 입금됐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 1331.50원이었다. 그런데 환율은 지난해 12월30일 1260.50원으로 급락했다. A씨는 "2022년 KAI 4분기의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은 –488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이를 봤을 때 평가손 560억원, 매각손 50억원 등 약 610억원의 환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KAI 2022년 영업이익 1416억원의 42%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라고 설명했다.

KAI는 올해 2월경 5억2000만 달러를 추가 매각했는데, 돈이 들어온 지난해 11월30일과 비교했을 때 또다시 354억원 정도의 환차손이 발생했다고 한다. E씨는 "상반기 원화 약세 추세에도 무리하게 달러를 매각해 환차익을 낼 수 있는 기회마저 날려버렸다. 이것까지 고려하면 1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은 셈"이라면서 "FA-50의 대당 가격은 약 450억원이고 이 중 KAI의 마진은 5%로 대당 22억5000만원 수준이다. 올해 납품할 12대를 통해 약 270억원을 벌어들이는데, 환손실로 5배 정도를 손해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KAI 측은 "KAI가 금융회사도 아니고, 환율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면서 "수출 대금이 들어온 후 환율이 오른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환차익을 많이 남기기도 했다. 특정 기간만 보고 환차손을 입었다고 지적하면, 우리로서는 억울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전체적인 경영 실적도 악화일로다. KAI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78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의 –65%, 전년 동기 대비 –19%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1%로,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산업이 최악의 실적을 거둔 2021년(2.3%)보다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KAI 측은 "(상반기 실적에) 초소형 위성 등 미래 신성장사업 투자 비용이 반영됐으며 국내 관용 헬기 시장 확대를 위한 충당금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방산업체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을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년 동기 대비 257%, LIG넥스원은 130%, 현대로템은 216%의 성장을 거뒀다.

실적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를 제치고 방산 대장주로 올라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때 주가가 12만원을 돌파하면서 시가총액 6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KAI의 주가를 보면, 강구영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9월6일 6만2000원에서 현재 약 5만원으로 주저앉으며 시가총액 5조원 선이 무너졌다.

회사 분위기마저 뒤숭숭하다. 올해 초 KAI 직원이 회사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사망 전에 부서 이동을 희망했고 면담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부서 이동이 안 되자 휴직까지 고려했다. 그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면서 "이를 관리 감독할 지위에 있는 인물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KAI 측은 "회사 문제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AI는 2022년 9월경 폴란드와 경공격기 'FA-50' 48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대통령 눈에 들려고 사업 부풀리기"

강구영 사장은 지난 5월경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해 전·현직 임직원을 100억원 상당의 배임·횡령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KAI 내부에서는 "강 사장이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이라는 공을 세워 윤석열 대통령의 눈에 들려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팽배했다고 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KAI에 돌아왔다. 검찰 수사 의뢰 여파로 한국ESG기준원의 ESG 신용등급은 올해 또다시 강등됐다. 한국ESG기준원은 KAI의 통합 ESG 신용등급을 B에서 C로 낮췄다. 특히, 지배구조를 나타내는 'G' 부문은 최하 등급인 D로 떨어졌다. 이는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 가능한 경영 체제를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 가치의 훼손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강구영 사장의 '윤석열 바라기' 행보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맞춰 KAI의 해외 일정을 결정하는 게 대표적이다.

A씨는 "KAI는 지난 6월 파리 에어쇼에 참가할 계획이 없었다. 관련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 정해지자 뒤늦게 파리 에어쇼에 참가 신청을 했다"면서 "이 바람에 한국관 근처에 KAI 부스를 잡지 못하고 공항 한 귀퉁이에 자리 잡는 촌극을 빚었다. 파리 에어쇼에 참가해서도 마케팅이 아닌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만 치중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유럽 순방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 일정이 잡히자 사절단으로 동행하기 위해 베트남과의 헬기 수출 MOU(양해각서)를 급히 준비하기도 했다. KAI는 베트남과 군용 헬기 '수리온' 수출을 위한 물밑 교섭을 진행 중이라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MOU를 체결할 수준이 못 됐다"면서 "강구영 사장이 베트남 현지에서 윤 대통령과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대국민 쇼'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KAI 측은 "베트남의 항공우주 연구개발 전문기업 'VTX'와 헬기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미국은 2024∼25년경 약 280대 규모의 공군 전술훈련기와 220대 규모의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KAI는 이를 수주할 경우 56조원의 매출이 예상되며, 미국 방산 기업 '록히드마틴'과의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약(Teaming Agreement)'에 따라 물량의 70%를 KAI가 담당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E씨는 "2018년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은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 수주에 실패한 바 있다. 이에 강구영 사장은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대통령실이 도와줘야 한다'면서 방위사업청 등 관련 부처를 볶아댔다"면서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방미 때 강 사장을 어렵게 대기업 회장단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구영 사장 측의 주장과 달리 행사장에는 록히드마틴 회장은 물론 사장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아무런 결정 권한이 없는 부사장급만 참석했다. 이와 관련해 KAI 측은 "당시 상황에 대해 관련 부서에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만 했다.

더 큰 문제는 KAI가 미국 사업 규모를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KAI의 주장과 달리 수출 품목은 완제기가 아닌 동체, 주날개, 캐노피 등 T-50 기체 구조물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산 우선구매법(Buy American Act)'에 따라 부품 역시 대부분이 미국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쉽게 얘기해서, 이 사업은 KAI의 '수출 사업'이 아닌 미국 기업인 록히드마틴의 '내수 사업'에 불과하다. KAI가 가져올 수 있는 액수도 56조원이 아닌 5조원 정도일 것이다. 강구영 사장이 고의적으로 사업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AI 측은 "전체적인 사업 규모를 말한 것이지, KAI가 이 사업을 주도한다고 밝힌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강구영 KAI 사장은 누구?

1959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대구 영남고를 거쳐 공군사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공군 조종사로 임관해 제5전술공수비행단장, 남부전투사령관, 공군교육사령관, 공군참모차장을 지낸 뒤 공군 중장으로 예편했다. 영국 왕립시험비행학교 최고 전문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경남 사천시 항공우주산업 정책관, 영남대 석좌교수를 거쳐 2022년 9월6일 KAI 대표이사에 올랐다.

강구영 사장의 최대 업적은 2022년 9월16일 폴란드 군비청과 체결한 'FA-50' 전투기 48대 수출 계약이다. 30억 달러로 규모로, KAI 설립 후 역대 최대 액수다. 최초의 유럽 시장 진출이기도 하다. 이후 2023년 7월, 폴란드 수출계약을 체결한 지 10개월 만에 납품을 시작했다. 이 또한 역대 최단기간 납품 기록이다.

강구영 사장은 폴란드를 마케팅 거점으로 삼아 FA-50의 유럽시장을 확대하고 항공 산업의 본토인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강 사장은 2023년 3월경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수주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2024년부터 미국 시장 수출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 기사가 나간 후 KAI 측은 "2022~23년 누적 환손실은 약 100여억원에 불과하며, 파리 에어쇼 참가 및 베트남 MOU 체결은 현지 수출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T-50 미국사업은 국내 전문기관의 분석에 근거하여 국내 생산유발효과가 최대 44조에 달하는 대형사업으로 KAI는 개발과 제작, 후속지원 사업에 모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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