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 車통행 끝…서대문구 “상권 살아나” 서울시 “코로나 풀려서”

손덕호 기자 2023. 9. 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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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년 3월까지 차량 통행 제한 영향 분석해
내년 6월쯤 대중교통 전용지구 존폐 여부 결정
서대문구는 “해제해야” 입장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연세로가 다시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변경돼 시내버스가 아닌 일반 승용차가 통행할 수 없게 된다. 이 길에 승용차가 진입할 수 있게 할지는 내년 6월에 최종 결정된다. 서대문구는 승용차가 통행할 수 있게 되면서 상권이 살아났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다른 대학가 상권도 회복됐기 때문에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2022년 11월 23일 연세로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조선DB

서울시는 지난 1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실시한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일시 정지 기간이 종료되어 10월 1일 오전 0시부터 대중교통 전용지구 운용을 재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는 버스와 16인승 이상 승합차, 긴급 차량, 자전거만 연세로를 통행할 수 있다. 택시는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제한적으로 다닐 수 있다.

서울시는 차량이 통행이 막힌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 간 교통·환경·문화·상권이 받는 영향을 종합 분석할 예정이다. 연세로에 차량 통행을 허용할지 아니면 계속 막을지는 내년 6월 최종 결정된다.

연세로는 신촌로터리부터 연세대삼거리까지 이어지는 길이 550m의 거리다. 2014년 1월 보행자·대중교통 전용 공간으로 지정됐다. 그 전까지 연세로는 만성적인 교통 체증에 시달렸고, 좁은 인도에 불법 노점상도 있어 보행자들이 항상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서울시는 연세로를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하면서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축소하고, 보도 폭은 최대 8m까지 넓혔다. 차도와 보도를 구분짓는 턱을 제거해 보행 환경을 개선했다. 지속 가능한 도시교통 체계로 전환을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받아 2018년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세로 거리 위치. /조선DB

그러나 지역 상인들은 상권이 위축된다고 반발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이 더 어려워졌다. 서대문구와 상인들은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를 요구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도로망을 더 촘촘하고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이 도시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요구를 받아들여 올해 1월20일부터 9월30일까지 모든 차량의 운행을 시범적으로 허용했다.

서울시는 이 기간 연세로에서 교통혼잡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후 7시를 전후한 퇴근 시간대에 정체가 발생했고, 버스 정시성이 악화됐다. 또 현재 차도와 보도 사이에 높이 차이가 없는 상황이어서, 이면도로에서 연세로로 진입하는 차량 때문에 보행자에게 위험 요소가 늘었다. 반면 서대문구는 “연세로 이면도로에 차량이 줄어 보행자 안전이 확보됐다”고 했다.

상권 활성화도 서울시와 서대문구 입장이 갈린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13일 공청회를 열어 “신촌 상권의 월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485억원에서 코로나19 때 385억원으로 떨어졌다가 현재 510억원으로 늘었다”며 상권이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전용지구 재시행을 결정한다면 불합리한 제도인만큼 연세로 관리주체로서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윤상혁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가 서울신용보증재단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연세로 상권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대입구역 상권 매출액은 4.1% 줄었고, 교대역 상권은 14.8%, 건대입구역 상권은 11.5% 증가해 연세로 상권 매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서울시도 서울신용보증재단 통계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1~3월) 신촌역 상권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3% 늘었다. 그러나 비슷한 대학상권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면서 “매출 증가가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인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기간 홍대입구역 상권은 47%, 대학로는 39%, 건대입구역은 35%, 교대역은 28%, 서울대입구역은 18% 늘었다는 것이다. 또 연세로 상권 내에서도 상점 규모와 위치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23일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폐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조선DB

또 서울시는 연세로는 상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며, 공동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근 대학 학생들은 보행권을 강조하며 차량 통행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권 매출만을 고려해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해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연세로는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운영되던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는 평일에만 대중교통이 통행했고, 주말에는 완전한 ‘차없는 거리’로 운영됐다. 주말에는 도로 위에서 버스킹 공연이 펼쳐졌다. 이 구청장은 취임 후 ‘차 없는 거리’를 없앤 데 이어 서울시에 대중교통 전용지구 폐지를 요청한 것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보행친화도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이었다”며 “대기질 개선,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큰 상징성을 가진 정책인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돌아갔을 때 연세로 특유의 활력 있는 변화, 매력적인 공간으로 부흥할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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