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투기' 굴리는 김정은, 러 전투기 공장서 최신형 노리나
돌려막기용 부품 수급이 급선무…신형 전투기 도입도 타진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러시아의 최신 전투기 공장을 방문하면서 북러 간 군사협력이 공군력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틀 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첫 시찰 일정으로 이날 하바롭스크 주의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찾았다.
수호이(Su) 계열 전투기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 돌아봤던 곳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곳을 찾은 것은 북한의 육해공 전력 중에서 가장 뒤떨어진 공군력 강화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공군은 전투기와 공격기 등 전투임무기 810여 대를 보유해 410여 대의 남측에 월등한 수적 우위를 지녔다. 공군 병력도 11만여 명 대 6만5천여 명으로 남측의 배 가까이 된다.
물론 우위는 숫자에 그친다. 6·25전쟁 때 사용된 미그(MiG)-15, 미그-17을 비롯해 1953년 초도비행한 미그-19, 1959년 생산 개시한 미그-21, 1967년 첫 비행한 미그-23 등이 북한 군용기의 대다수다.
'박물관에 있어야 할 항공기'라는 조롱이 북한 공군에 따라붙는 이유다.
그나마 4세대 전투기 미그-29가 북한의 최신 전투기로 평양 방공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지상전력은 탄도미사일로 무장했고 해군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을 만들고 있어 최소한의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공군은 내세울 게 전혀 없다.
약체 북한 공군에 당장 급한 것은 낡았을지언정 쓸 수는 있는 지금의 군용기들을 운용하기 위한 부품과 기름이다.
2013년 쿠바에서 출발한 북한 선박이 파나마에 억류된 적이 있는데 당시 배에는 쿠바의 미그-21 전투기 부품들이 실려 있었다. 북한이 보유한 같은 기종의 전투기에 돌려 막기용으로 쓸 엔진 등을 들여가려던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 항공우주군도 현재 미그-29나 수호이-25 공격기 등 북한에서 쓰는 군용기를 운용 중이어서 관련 부품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에서는 중간 억류 우려 없이 부품을 북한으로 가져갈 수 있다. 행여 첨단 전투기를 도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유지·정비를 위한 부품 조달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당장은 현용 전투기 부품이 우선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전투기용 항공유가 부족해 실제 공중기동훈련을 거의 못 하는 북한 현실에서 항공유 확보에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북한은 2015년 땅바닥에 그린 지도 위에서 조종사들이 모형 비행기를 손에 들고 움직이면서 하는 훈련을 공개했다가 '장난감 전투기 훈련'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실기동훈련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기존 전투기 부품과 항공유를 최대한 확보해 현용 기체 가동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는 것이 김정은을 위시한 러시아 방문단의 과제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서 러시아가 제작하는 신형 전투기들이 북한의 희망 목록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리 가가린 공장에서는 수호이-27, 수호이-30, 수호이-33 등 옛 소련제 전투기는 물론 2000년대에 개발된 4.5세대 전투기 수호이-35, 2020년 실전 배치된 첨단 5세대 전투기 수호이-57 등을 생산한다.
수호이-27만 해도 북한 전투기 중 가장 뛰어난 미그-29와 첫 비행 연도가 1977년으로 같아서 북한에서는 최신형 축에 든다. 우크라이나에 서방이 F-16 전투기를 지원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 북러 간에 연출될 수 있다.
다만 러시아가 자국도 양산·배치에 어려움을 겪는 스텔스 전투기 수호이-57을 북한에 줄 가능성은 희박하고, 그 외 신형 전투기를 북한에 넘긴다 해도 지대공 미사일, 조기경보기, 지상 레이더 등 종합적 공군 및 방공 역량에서 북한은 여전히 남측보다 몇 수 아래다.
더욱이 러시아가 북한 손을 잡아 '국제 왕따' 수준으로 전락한 이유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겪는 고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시간에 전투기 완제품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
유리 가가린 공장에서 제작하는 전투기들은 대부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 기종이다. 전쟁에 쓸 포탄마저 부족해 북한으로부터 받으려는 러시아가 전투기를 주는 게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우크라전을 치르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북한의 단기 과제는 현용 전투기 가동률 상승이며, 신형 전투기 도입은 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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