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심술 '코로나' 실체 규명에 한걸음 더 가까이
태양은 지구와 1억5000만km나 떨어진 곳에 있지만 직접적인 열과 빛을 포함해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열과 빛 외에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에 있는 가스층인 ‘코로나’가 대표적이다.
평균 온도가 100만℃에 이르는 코로나는 이온화된 뜨거운 가스로 구성된 플라즈마 대기다. 이곳에서는 수소폭탄 수천만 개가 터지는 수준의 강력한 태양면 폭발인 태양 플레어와 코로나 질량 방출 현상이 일어난다. 이들은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 극단적인 기상 변화를 일으키고 지구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미친다.
문제는 코로나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피해를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발레리 나카리아코프 영국 워릭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코로나 가열 메커니즘의 단서를 규명한 논문을 공개했다.
● 감쇠력 없는 꼬임진동 관측해 가열 실마리 발견
코로나는 태양 표면층보다 온도가 약 3배 높다. 코로나에 어떻게 이처럼 많은 에너지가 전달돼 플라즈마 가열 현상이 유지되고 있지는 아직 수수께끼다. 과학자들은 코로나의 가열 현상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전기적 성질을 갖는 유체들의 움직임으로 파동과 진동을 연구하는 자기유체역학을 활용했다. 전기적 성질을 지닌 유체인 플라즈마의 파동과 진동을 분석하면 플라즈마 가열을 위한 에너지가 어디서 공급되는지 흐름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태양 궤도선·태양역학관측소 데이터를 이용해 여러 관측 지점에서 코로나를 관측한 결과 4분간 발생하는 ‘작은 진폭의 감쇠력 없는 꼬임진동’을 확인했다. 이는 여러 진동 주기 동안 진폭이 감소하지 않아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지 않는 나선 모양의 파동 유형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분석 모델링을 적용해 이 진동이 선형 편광이라는 점도 발견했다. 선형 편광 진동을 구동하는 일정한 흐름이 코로나를 가열하는 에너지 공급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태양의 코로나가 뜨거운 이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태양의 열 자체를 우리 힘으로 막을 순 없지만 태양에서 대규모 열이 방출되는 지점과 시점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 지구에서 발생 가능한 환경 변화와 피해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고, 정전 등 대비하려면 코로나 이해해야...인도, 관측위성도 발사
태양 활동과 코로나가 방출하는 열을 규명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오랜 관심사였다. 코로나가 지구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우주방사선이다. 코로나에서의 열 방출 규모가 클수록 우주방사선도 세진다. 우주방사선 강도가 높아지면 고고도에서 일을 하는 우주인이나 비행기 조종사, 승무원 등이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코로나가 세져 열이 대량으로 방출되는 시점을 인지하면 비행을 자제해야 할 시점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코로나에서 방출된 방사선과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로 다량 유입되면 통신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방사선 등의 유입은 지구 대기 상공에서 이온 밀도가 큰 전리층의 전자밀도를 변화시켜 통신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비행기나 선박에서 통신이 안 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지연되거나 사라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GPS에 문제가 생기면 내비게이션으로 저녁 약속 장소를 찾는 일을 방해받는 수준이 아니라 항공기가 항로를 이탈하거나 선박 충돌 위험이 높아진다. 태양의 플라즈마에서 방출된 물질이 지구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면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인도가 최근 태양 관측 위성 '아디티아 L1'을 쏘아올린 것도 태양 대기 바깥층인 코로나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나 열을 관측하기 위해서다. 아디티아 L1은 지구와 같은 속도로 돌면서 코로나에서 관측한 이미지를 하루 1440장 지상 관제센터로 전송할 예정이다. 아디티아 L1이 진행하는 연구는 방사선, 열, 자기장 흐름 등을 통해 지구 날씨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양의 속성과 역할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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