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차후에 유격수를 해야 할 선수” 김종국은 믿는다, 산을 만난 이 거대한 재능을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를 앞두고 KIA는 선발 유격수로 누구를 넣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주전 유격수인 박찬호(28)가 전날(12일)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을 다쳤기 때문이다.
삐끗한 것을 넘어 인대에 손상이 발견됐다. 글러브를 끼고 있는 손이라 대수비나 대주자는 가능하다. 그러나 타격이 어렵다. 타석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박찬호를 선발로 넣기는 어렵다. 새로운 유격수가 필요했다. 김종국 KIA 감독과 KIA 코칭스태프의 선택은 2년 차 김도영(20)이었다. 13일 롯데전에 선발 유격수로 출전했고, 비로 열리지는 않았지만 14일 광주 롯데전 선발 유격수도 김도영이었다.
김도영은 고교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고 불릴 정도의 탁월한 재능을 자랑했다. 공‧수‧주 모두에서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자자했다. 그것도 내야에서 가장 수비 비중이 큰 유격수 자리에서 나온 능력이었다. KIA가 시속 150㎞대 중반을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 문동주(한화)를 포기하고 김도영을 선택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에는 유격수로 뛸 기회가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선배인 박찬호의 수비력과 경험이 김도영보다는 한 수 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지난해 3루수 자리에서 407이닝, 유격수 자리에서 160⅔이닝을 소화했다. 올해는 김도영이 부상으로 빠진 시기도 길었고, 결정적으로 박찬호가 공‧수‧주 모두에서 대활약을 펼쳤으니 유격수 자리에 들어갈 기회가 없었다. 3루에서 472⅔이닝을 뛴 반면, 유격수 자리에서는 9이닝 소화에 그쳤다.
고교 시절 해봤던 포지션이지만 프로는 또 다르고, 2년간 감이 많이 사라진 상황이라 낯설게 느껴질 수는 있다. 프로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가 검증된 선수는 당연히 아니다. 김 감독도 14일 롯데전을 앞두고 “유격수 수비는 고등학교 때 봤지만 수비는 부족한 것 같다. 도영이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대처하는 건 조금 부족한 게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넘어서야 할 벽이 분명히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 감독은 내심 기대도 건다. 수비력도 완벽하게 여물지 않았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이 거대한 재능이라면 이 고비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당장 13일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는 건, 현시점에서 KIA 코칭스태프가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유격수라는 것을 상징한다.
김 감독은 “도영이도 차후에는 유격수로 해야 할 선수”라고 강조했다. 지금이야 박찬호가 건재하지만, 두 선수의 나이는 8살이나 차이가 난다. 추후 박찬호의 뒤를 이어 받을 1순위 선수가 김도영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KIA가 꿈꾸는 이상적인 그림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유격수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지만 워낙 능력이 좋은 선수라 잘 대처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서 “컨디션은 전체적으로 괜찮다”고 김도영을 응원했다. 수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상대방 투수들에 적응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타구 스피드나 정타, 주루도 마찬가지”라면서 수비가 마지막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3루수와 유격수는 수비 부담이 다르다. 체력 소모도 유격수 쪽이 상대적으로 크다. 수비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당연히 선수의 신경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 수비에서의 실책이 공격에 영향을 줄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3할 유격수’가 괜히 어려운 게 아니다. 어쩌면 수비 부담이 커져 김도영의 좋은 공격 생산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언젠가 유격수로 뛰려면, 혹은 유격수로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얻으려면 넘어서야 할 산이고 이겨내야 할 과제다.
박찬호가 돌아올 때까지 유격수 포지션에서 무난한 활약을 한다면 그 자체로 ‘스텝업’이다. 선수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구단의 향후 내야 운영에도 탄력이 붙는다. 수비 범위가 넓고 주루에서도 전력을 다하는 박찬호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스타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 더 관리를 하며 써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김도영이 그 휴식 시간을 커버하면서 경험을 쌓는 건 중요하다. 장기적인 미래를 봤을 때 구단은 물론 박찬호 김도영의 선수 가치를 한꺼번에 다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13일 첫 경기에서는 1회 윤동희의 땅볼 정도만 받아봤다. 어려운 타구는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에서는 김도영의 수비력을 실험할 만한 상황이 나오지는 않았다. 긴장이 됐을 법한 경기에서 어쩌면 운이 조금은 따라줬다고도 볼 수 있다. 고비는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김도영의 스타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KIA가 현재와 미래를 모두 다 잡은 채 박찬호의 복귀를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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