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티온랩테라퓨틱스 “지속성·표적성 약물 전달체로 환자 삶의 질 높인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효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야 한다. 약물을 제때 투여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투약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야기한다.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한 경우 치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바이오 스타트업 티온랩테라퓨틱스가 약효 지속성을 최대 6개월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병원 방문 시 한 번만 투여하면 다음 방문 시까지 약효가 유지된다. 약을 매일 복용하지 않아도 되니 약물 복용의 불편함을 덜 수 있다. 현재 티온랩테라퓨틱스는 이 기술을 비만치료제에 적용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티온랩테라퓨틱스는 표적성을 높인 약물 전달체도 개발했다. 표적성이 검증된 알부민을 이용해 원하는 부위에 약물을 전달한다. 덕분에 약물을 적게 투여할 수 있고, 부작용도 줄인다.
티온랩테라퓨틱스를 이끌고 있는 임덕수 대표를 만나 지속형 및 표적형 약물 전달체 기술과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실무형 인재가 뭉친 티온랩테라퓨틱스
IT동아: 안녕하세요, 임덕수 대표님. 우선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임덕수 대표: 안녕하세요. 티온랩테라퓨틱스 임덕수입니다. 저는 15년 이상 국내 대형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주로 제형 개발, 약물 전달 시스템을 연구했어요. 참고로 제형은 의약품을 사용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적절한 형태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연구만 한 건 아닙니다. 제가 직접 연구한 제품을 상용화하기도 했고, 미국 FDA 신약 임상 승인도 받았습니다.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나 바이오 스타트업과 협업한 경험도 있고요.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21년 2월에 티온랩테라퓨틱스를 창업했고,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 및 신약 기술 기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임직원 역시 국내 대형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으로 연구, 제품 허가, 생산 등 실무 경험을 갖고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개발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티온랩테라퓨틱스는 기술(Technology)과 혁신(Innovation) 기반의 환자 맞춤형(On-demand) 약물 개발 연구소(LAB)라는 의미입니다.
IT동아: 티온랩테라퓨틱스는 어떻게 창업하게 되었나요?
임덕수 대표: 당시 대웅제약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는데요. 대웅제약에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연구 아이템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 아이템으로 지원하면, 1년 동안 보육 및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창업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당시 약물 전달체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좀 더 깊이 연구하고 상용화까지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대웅제약 대표와 연구 개발 임원진, 대학 교수의 공정한 심사와 평가를 거쳐 통과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 아이템을 구체화할 수 있었고 1호 사내벤처로 선정되어 창업까지 했습니다. 다소 보수적인 제약업에서 성공적인 사내벤처 사례로 알려져, 국내 여러 제약회사가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말도 많이 듣고 있습니다.
IT동아: 티온랩테라퓨틱스는 어떤 기술을 갖고 있나요?
임덕수 대표: 저희는 두 가지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1회 주사로 약효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큐젝트 스피어(Quject Sphere)’와 원하는 질병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표적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큐젝트 지질나노입자(LNP)’입니다.
큐젝트 스피어는 이미 상용화된 미세입자 기반 장기 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한층 고도화해 빠르게 사업화할 수 있는 모델이고, 큐젝트 LNP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지만 저희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여 줄 수 있는 모델이에요. 저희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도화된 플랫폼 기술과 개발 역량 덕에 창업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2021년 글로벌 진출형 세마글루타이드 장기 지속형 주사제 개량신약 개발’ 과제에 선정 됐고, 창업 2개월만에 벤처캐피탈 투자도 유치했습니다.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과제를 포함해 4건의 정부 과제에도 지속적으로 선정되고 있고요.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죠. 참고로 이들 기술은 현재 국내 특허 등록 완료한 상태고요. 이외에도 15건 정도가 국내외 특허 출원 중입니다.
이중 캡슐 기술로 지속성 높이는 ‘큐젝트 스피어’
IT동아: 말씀을 들어 보니 어떤 기술인지 궁금해집니다. 우선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임덕수 대표: 제가 처음 이 기술을 연구할 때는 비만치료제로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 제품인 삭센다(Saxenda)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주목받던 시기였어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치료제였죠. 그런데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글로벌 임상 3상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를 맞아도 체중을 최대 15% 줄일 수 있다는 논문과 임상 결과가 공개 되고 있었습니다. 기존 리라글루타이드보다 효능 및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덜한 것이죠. 저는 이런 트렌드를 좀 빠르게 파악하고 세마글루타이드가 더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요즘 많이 알려진 ‘위고비’입니다.
저는 이 약물을 좀 더 효과적인 형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위고비의 경우 아직도 매주 주사를 맞아야 해요. 환자 입장에선 아무래도 번거로울 수밖에 없죠. 그래서 개발한 것이 지속형 약물 전달체입니다. 한 번 맞으면 4주 이상 약효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죠.
저희는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약물을 캡슐화했습니다. 물론 단순히 약물을 감싸는 게 아니에요. 투약 후 약물이 조금씩 나와야 하거든요. 잘못해서 일주일 안에 모두 나와 버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이중 코팅 기술로 해결했습니다. 덕분에 원하는 기간 동안 기간 동안 활성 약물의 체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IT동아: 지속형 약물 전달체를 이용하면 약효가 어느 정도 지속되나요? 체중 감량 효과는 어떤가요?
임덕수 대표: 저희가 실험할 때는 6개월까지도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의 경우 4주 단위로 투약하도록 만들고 있어요. 현재 환자들이 4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거든요. 저희도 그 주기에 맞췄습니다. 효능 효과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약물 처방 간격이나 빈도도 시장 진출에 중요한 요소거든요.
또한 저희가 개발하는 제품은 ‘위고비’와 비교했을 때 요요현상 등의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동물 실험을 통해 검증했습니다.
IT동아: 지속형 약물 전달체의 경우 경쟁사 대비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임덕수 대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제형이 강점입니다. 기존에 나온 기술을 보면 첨가제를 섞는 수준이에요. 저희는 약물 표면을 미세하게 코팅하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좀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균일하고 안정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생산성이나 사업성 측면을 고려해 대량 생산화 설비 기술도 개발했어요. 주변의 바이오 스타트업을 보면 독자 기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정작 좋은 약을 개발해도 생산 설비를 만들다가 지치는 경우가 있어요. 제약업의 경우 의약품 생산도 허가가 필요한데, 못해도 3년은 걸리거든요. 완공 후 검증에도 시간이 소요되고요.
그래서 저희는 어느 정도 표준화된 설비에 저희 특허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을 개발했어요. 기존 설비만으로도 대량생산까지 가능한 것이죠.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고요. 덕분에 기존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형 제약회사와 생산 협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지금 개발 단계는 어떻게 되나요? 언제쯤 상용화될까요?
임덕수 대표: 의약품은 체내에 투여하다 보니 검증하는 기간이 좀 길어요. 단 신약이냐, 개량신약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개량신약은 공식 용어가 '자료 제출 의약품’입니다. 독성 등의 자료를 이미 제출해 허가받은 의약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개량신약은 좀 짧죠.
신약의 경우 독성 테스트만 4년 이상 소요됩니다. 특히 발암성 테스트가 중요한데 여기에만 최소 2년이 걸려요. 하지만 개량신약은 일반 독성 테스트만 하면 됩니다. 6개월이면 끝나요.
또한 신약은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쳐야 합니다. 1상은 건강한 환자 대상으로 내약성, 그러니까 투여했을 때 생명에 지장이 없는지를 살펴요. 2상은 소규모 환자에게 투여해 효능 및 효과가 있는지를 보고, 3상은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확인합니다.
개량신약은 소규모 임상 1상을 진행하면서 기존 의약품과 체내 혈중 농도를 비교합니다. 체내 혈액 농도가 같으면 효과도 같다는 의미거든요. 그러면 2상은 면제될 수도 있습니다. 이후 3상을 거쳐 승인을 받는 것이죠. 신약의 경우 임상 기간만 10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개량신약은 4년이면 됩니다.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것은 신약이 아닌 개량신약입니다. 투여 용량만 바꾼 것이어서 독성 등의 자료는 기존 자료로 대체할 수 있어요. 제형 과정에서 검증이 필요한 일부 테스트만 하면 됩니다. 또한 임상도 1상과 3상만 하면됩니다. 그만큼 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요. 물론 신약 만큼의 시장성도 확보할 수 있고요.
저희는 그동안 기술 개발을 마치고 비임상, 그러니까 동물 실험은 완료했어요. 비만에 걸린 쥐에 투여해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임상을 시작할 계획인데요. 임상 1상, 3상 모두 거치는데 3~4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8년에 상용화 의약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내년에 진행 예정인 임상은 여러 대형 제약회사와 공동 진행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IT동아: 지속형 약물 전달체는 비만치료제로만 사용할 수 있나요?
임덕수 대표: 물론 그 안에 약물을 바꿀 수 있어요. 전달체이기 때문에 확장성이나 활용도가 좋습니다. 지금은 비만치료제를 만들고 있지만, 이를 만성질환 약물로 대체할 수 있어요. 그래서 비만 치료제 외에 조현병, 당뇨, 통증제어, 항암 치료 전 복용하는 구토 방지제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발이 끝난 후 임상 과정은 각각 거쳐야 합니다.
알부민 기반 신물질로 표적성 강화한 ‘큐젝트 LNP’
IT동아: 말씀만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이번에는 표적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임덕수 대표: 항암제를 예로 들어볼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항암제를 복용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약이 질병 부위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저희가 개발한 표적형 약물 전달체는 특정 질병 부위에 효율적으로 약을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물에 잘 용해되는 알부민과 물에 잘 섞이지 않는 콜레스테롤을 접합해 표적성을 강화한 것인데요. 이 소재를 활용한 LNP에 약물을 담아 투여하면 원하는 부위에 보다 많은 약물을 전달합니다.
표적성이 좋으면 약물을 더 적게 넣어도 됩니다. 1g을 투여해야 하는 약물이 있다면 절반만 넣어도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약물 투여량이 줄어드니 부작용 발생 확률도 줄겠죠. 비용도 낮출 수 있고요.
표적형 약물 전달체 역시 그 안에 다양한 약물을 넣을 수 있습니다. 표적 치료가 필요한 약이면 어떤 것이든 상관 없죠. 그래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제약회사나 바이오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한 공동 연구 형태를 준비하고 있어요.
IT동아: 표적형 약물 전달체는 경쟁사가 없나요?
임덕수 대표: 저희와 같은 개념의 LNP 전달체에서는 아직 경쟁사가 없습니다. 대부분 논문만 나온 상황이에요. 물론 저희도 이제 동물 실험을 끝낸 단계지만, 표적화 및 안정성 측면에서 검증된 알부민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계속 검증하면서 발전시키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협업을 논의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IT동아: 표적형 약물 전달 플랫폼도 임상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임덕수 대표: 물론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것은 알부민과 콜레스테롤 접합한 새로운 물질이에요. 앞서 말씀드린 신약과 개량신약 중 신약에 속합니다. 내부에 담을 약이 정해지면 임상 과정을 거쳐야 해요. 실제 상용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IT동아: 설명을 듣다 보니 정말 유용한 기술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티온랩테라퓨틱스의 비전과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덕수 대표: 저희는 지속형, 표적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과 상용화 가능한 대량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가 원하는 효과 높은 의약품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플랫폼 기술 고도화, 다양한 분야 의약품 개발 기술 확보 등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의 혁신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 티온랩테라퓨틱스를 통해 환자 삶의 질이 높아지길 희망합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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