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퇴설’에 발끈했던 野의 ‘김행·김건희 친분설’ 정치공세…결국 한 방 맞았다
‘이재명 10월 사퇴, 차기대표는 김두관’
앞서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수첩에서 이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겠다며 무기한 단식 투쟁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의 이름 위에는 ‘장성철’ ‘조정식’ ‘찌라시’ 등 단어도 보였다.
일부 취재진 카메라에만 담길 정도로 찰나에 포착된 문구들은 모두 김 후보자가 자신을 겨냥한 민주당의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설’ 공세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여기에 반박하고자 갖춰 둔 거였다.
시작은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의 발언으로 보였다. 보수 진영의 청치평론가인 장 소장은 지난 12일 방송에서 김 후보자 지명을 윤석열 정부 2차 개각의 핵심으로 지목한 뒤, “김행 장관이 된다면 상당히 여러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국무회의 자체도 상당히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진행자가 이유를 묻자 “발언권이 세질 것 같다”며, “김현숙 장관 시절의 여가부와 김행 장관 시절의 여가부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김행 전 비대위원의 힘이 그렇게 센가’라는 취지의 진행자 질문에 나온 “김건희 여사와도 20년 전부터 상당히 친분관계를 유지해서 이게 그냥 단순히 1~2년 동안 교류하던 것이 아니라 예전에 그냥 사인이었을 때부터 상당히 좀 친분 관계가 있었다”는 답변이 이날 방송 내용의 핵심이었다.
그러면서도 장 소장은 ‘김행 여가부 장관 인사의 배경은 김건희 여사라는 이야기인가’라는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의 반응에는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민주당은 즉각 장 소장의 말을 끌어와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방송 이튿날인 13일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김건희 여사와 20년 지기로 사실상 여성가족부 정책을 김 여사에게 넘기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국민이 대통령을 뽑았지, 대통령 부인을 뽑았느냐”고 정부를 향해 따져 물었다. 윤 대통령의 2차 개각을 두고 이날 민주당은 “내각을 쇄신하라고 했더니 더 문제 있는 인사들만 끌어모았다”는 맹공도 쏟아냈다.
민주당의 공세를 받아치려 만반의 준비라도 한 듯 첫 출근길에서 김 후보자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질문해줘서 고맙다”는 반응부터 보였다.
김 후보자는 “20년 전 저는 중앙일보에서 현장을 불철주야로 뛰는 기자였고, 여사는 학생이었던 것 같다”며 “여사와 지연과 학연이 걸리는 데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가짜뉴스가 정도가 지나쳐서 괴담 수준이 되어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오히려 김 여사와 자신의 학연이나 지연이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취재진 앞에서 꺼냈다.
난데없는 가짜뉴스에 답답했는지 김 후보자는 자신의 생년과 딸의 연령까지도 언급하면서, “차라리 저희 딸과 (김건희 여사가) 친하다고 하는 게 가짜뉴스의 완벽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민주당을 향한 나름의 조언까지도 남길 정도였다.
특히 김 후보자의 답변 중에는 장 소장의 발언을 끌어와 자신을 겨냥한 민주당의 공세를 헛수고로 보는 듯한 표현도 들어 주목됐다.
김 후보자가 “얼마 전 장성철 소장께서 ‘이재명 대표가 10월이면 당 대표에서 사퇴한다’, ‘민주당 지지율이 낮아서 차기 대표는 김두관 의원이다’ 등을 이야기했었다”며 “그랬더니 조정식 사무총장이 ‘찌라시 수준’ 소설이고 매우 부적절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라고 물으면서다.
지난 7월 장 소장이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제가 오늘 아주 상당히 중요한 얘기를 듣고 와서 처음으로 이렇게 말씀드린다”며 띄운 이 대표의 10월 사퇴설에 조 사무총장은 며칠 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논평할 것도 없다”며 그야말로 찌라시 수준으로 평가절하했었다.
김두관 의원을 뜻한 것으로 보이는 ‘K의원을 당 대표로 민다’던 한 마디가 여의도에 커다란 폭탄을 던진 꼴이 되자, 장 소장은 이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말하면서도 장 소장은 “민주당 관계자가 저한테 얘기를 해줬다”는 주장을 펼치며 아예 없는 이야기를 꾸며낸 게 아니라는 취지로 덧붙였다.
이 대표의 ‘10월 사퇴설’을 라디오에서 꺼냈다가 이 대표 측 일축과 친이재명계의 반박을 얻어맞았던 장 소장인데, 같은 인물의 일방적 주장에 대한 ‘얼씨구나’하는 반응과 공격은 부적절한 정치 공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한 방을 민주당이 김 후보자에게 결국 얻어맞은 셈이다.
김 후보자는 “여러분 중에서 저와 여사님의 학연과 지연이 통하는 것을 아시는 분이 있으면 이야기해달라”며 “이런 식의 정치공세는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도 사회적 폐해지만, 이걸 퍼뜨리고 공당 대변인이 정치공세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는 말과 함께 김 여사와 자신이 친해지기에는 ‘너무도 먼 그대’라는 표현을 남긴 채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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