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잠수함 생산 시찰?…군사 협력에 '신냉전' 우려↑

이승륜 기자 2023. 9. 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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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이후 러시아 현지 실사 첫 현장은 군수 시설이었다. 이에 두 정상 간 무기 거래 약속이 실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김 위원장이 15일(현지시간) 오전 8시50분(한국시간 7시50분)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도착해 극동 도시 시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도시의 환영식 뒤 김 위원장의이 처음 찾은 시찰 현장은 ‘유리 가가린’ 전투기를 생산하는 항공기 공장이었다. 유리 가가린 공장은 첨단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57과 민간 항공기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기차역에서 유리 가가린 공장에 이르는 시가지 도로 구간의 개인 차량 통행을 제한했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김광혁 조선인민군 공군사령관과 김명식 해군사령관도 동행하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김 위원장이 전투기 공장 뿐 아니라 잠수함 건조 조선도도 방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8일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공개하면서 기존 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기술 개량을 하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며 양국 간 군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위원장이 전투기 잠수함 등 군사 장비 시설을 찾은 것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무기들을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측이 김 위원장에게 제공할 ‘상품’의 생산 현장 견학을 시켜줬다는 이야기다.

지난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의 보스토크니 우주 비행장에서 발사체 조립 및 테스트 시설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러 ICBM 기술 주고, 북 탄약 제공…악의 무기고 완성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러 간 무기 거래 약속을 기정사실로 보면서 그 파장에 주목한다.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미사일 잠수함 등 관련 첨단 기술을 제공할 의사를 피력하면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대규모 탄약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보 석좌는 “북한의 무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는 것을 막으면서 우크라이나와 그 지원 국가들에 전쟁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김정은이 (북한에 대한) 공격을 억제하고 양보를 강요하기 위한 핵무기를 전방위로 배치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주 기술 및 노하우는 김정은이 정찰위성에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인 ‘불량국가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도 “북한은 이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악의 무기고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조건은 알 수 없지만, 북한이 수백만 발의 구형 포탄을 러시아에 제공하고 또 수백만 발을 더 생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러시아 민간 로켓 발사 시설, 민간 및 군 공장, 러시아 태평양 함대 등을 방문한 것은 푸틴이 북한에 탄약의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군 및 민간 기술에 대한 뷔페식 선택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러 간 무기 거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지속해 전쟁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북한은 러시아 군사 기술을 통해 미사일 등 무기 전력을 개선할 수 있게 되며 한국, 일본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엘런 김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과 공동 작성해 홈페이지에 게시한 분석 글에서 “푸틴은 좀더 강력하고 생존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하도록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한국과 함께 한반도에서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을 것으로 보이는 대상으로 식량과 에너지, 군사위성 기술, 핵추진 잠수함 기술, 고체연료 및 대항체(countermeasure) 등 ICBM 관련 기술 등을 거론했다.

지난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C-R)이 보스토치니 우주 비행장을 떠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러-북 간 군사 협력 강화→동북아·유럽 위협 ‘신 냉전’ 우려↑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 강화가 자칫 ‘신 냉전’ 체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국간 군사 공조가 강화하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와 유럽의 안보가 악화될 뿐 아니라 전 세계 안보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제니 타운 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북러간 협력은 (유럽과 아시아) 역내 안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과 동맹국이 대응해야 하는 새 도전 과제는 아니지만, 기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미국의 동북아 내 군사 태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러-북’ 대 ‘미-한-일’ 간 신 냉전 체제가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 및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지속 강화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중국, 북한의 (군사) 능력 진전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 태세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기 기술을 받는 대가로 우크라이나 전에 쓸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면 러-우 간 전쟁의 판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러-북 간 군사협력 강화가 유럽 내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미국 내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빅터 차 한국석좌와 엘런 김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이전한 상황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 및 국제사회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을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연회가 끝난 뒤 푸틴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방문해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초청을 흔쾌히 수락하면서 로조(북러) 친선의 역사와 전통을 변함 없이 이어갈 의지를 다시금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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