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끌어내려야” 李의 대선불복… 총선 여당심판 노린 ‘탄핵’ 띄우기[Deep Read]
민주당 ‘尹 탄핵론’ 제기 시점·순수성에 의혹… 0.73%포인트 차 대선 패배 불복심리 강해
이재명 사법 리스크 가리고 내부 결속 노린 정치공세… 여야 협치도 외면한 反정치행위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지난 5일 설훈 의원이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 수사에 대한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탄핵으로 갈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자 다음 날인 6일 이재명 대표도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 회복,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방류 반대 천명, 국정 쇄신 등을 내걸고 단식 중이다. 하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일각의 탄핵론은 계기성도 명분도 약하다. 제1야당 대표의 탄핵론은 대선 패배를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대선 불복’ 행위이자 ‘반(反)정치’ 행위이다.
◇환경적 요인
야당에 의한 대통령 탄핵 추진을 위해서는 대통령 자신이나 측근에 의한 스캔들과 같은 직접적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 반헌법적 행위, 측근 비리, 국가적 재난 발생 등에 따른 실정과 그에 대한 국민의 분노 확산이 탄핵의 직접적인 계기성을 제공한다.
그 바탕 위에서 시작된 야당의 탄핵론이 동력을 얻으려면 우선 4가지의 ‘정치 환경적 요인’이 필요하다. 첫째, 여소야대 정국.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안건으로 발의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발의된 탄핵안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상태라면 탄핵 발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둘째, 거대 정당 간 이념의 양극화 심화. 이때 야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정통성을 거부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아울러 지지자들의 상대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면서 정당은 지지자들을 단결시키고 정치적으로 동원하기에 훨씬 쉬워진다.
셋째, 대통령의 독단적인 리더십. 정국 주도권을 가진 대통령이 야당과 타협과 협력의 의지가 없으면 야당은 국정 운영에서 배제된다. 선택권이 없는 야당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극단의 공세로 대통령 탄핵을 도모할 수 있다.
넷째, 낮은 국정 운영 지지도. 야당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대변하기 위해 탄핵을 추진한다는 명분을 쌓게 된다. 여당을 제외한 군소정당의 협조를 얻을 수 있으며 여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대두되기도 한다.
◇맥락적 요인
그런데 이런 정치 환경적 요인만으로 대통령 하야를 겨냥한 야당의 탄핵론 제기가 지속가능성을 얻지는 못한다. 정치 환경적 요인만큼 중요한 게 ①탄핵 추진의 순수성 ②국정 운영 부정 평가의 강도 ③탄핵론 제기 시점 같은 ‘맥락적 요인’이다.
첫 번째로 야당의 탄핵 추진의 ‘순수성’. 이는 탄핵론이 국민의 실망과 분노에 따른 정치적 대응으로 나타난 것인지 혹은 야당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제기된 것인지의 문제다. 이번 민주당 일각에서 불거지는 탄핵론 제기의 근저에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겨우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는 아쉬움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정서가 대통령 자질 논란을 거쳐 탄핵 추진으로 이어진 부분이 있다.
민주당 내부가 수습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럽다는 상황 역시 탄핵론 제기의 순수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에 빠져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내년 총선을 대비하면서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한 당내 갈등 또한 커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론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덜어내고 반대파를 무력화해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방편으로 제기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국정 운영 부정 평가의 강도.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대통령 국정 지지도의 계량적 수치를 넘어 부정적 평가의 실질적 강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중도뿐 아니라 합리적 보수·진보 성향의 국민은 탄핵론에 신중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탄핵이 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
◇탄핵론 온당치 않다
세 번째로 탄핵론 제기 시점. 민주당은 총선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탄핵론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총선에 반영돼 야당의 선거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행위다. 이는 보수 진영이 2004년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였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러나 당시 다수 국민은 야당의 탄핵소추가 명분도 없이 불합리하게 추진됐다고 여겼으며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 그 결과, 탄핵을 주도했던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총선에서 대패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의 섣부른 탄핵 공세는 대통령과 여권을 수세로 몰고 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야당의 선거전략으로 비칠 수 있다. 총선 결과로 여권에 대한 여론의 호된 응징이 드러날 경우 탄핵론에 동력이 붙을 수는 있지만, 탄핵 공세를 통해서 총선 승리를 도모하는 것은 수용성이 크지 않다. 외려 탄핵이 선거전략으로 이용될 때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의 분석틀을 이용해서 민주당의 탄핵론 제기를 평가해 본다. 먼저 여소야대 정국이나 대통령의 독단적 리더십 스타일, 양극화한 정치 등 ‘환경적 요인’이 야당의 탄핵 추진 의욕을 부를 수는 있다. 그러나 탄핵론 제기의 시점이나 순수성 같은 ‘맥락적 요인’으로 보면 탄핵론 제기는 부적절하다. 가장 중요하게는 임기 중 대통령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불법 혹은 탄핵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될 만한 정도의 국정 농단이 과연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 제기됐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이나 일본의 오염처리수 대응 논란,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논란 같은 건으로 “끌어내려야”를 외칠 수는 없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제기한 탄핵론은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이다.
◇대선 불복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그만큼 까다로운 조건과 요인, 과정과 맥락이 결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론 제기의 정치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야당이 뚜렷한 사유 없이 현직 대통령의 존재와 정통성을 부인하면 대통령도 야당과 타협할 여지가 사라진다. 국정 농단이나 용납하기 어려운 실정과 같은 요소가 없는데도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는 건 ‘대선 불복’이자, 협치 깨기를 넘은 반정치 행위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탄핵’ 사유에 대해 헌법 65조 및 헌법재판소법 48조는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법률을 위반한 경우라고 포괄적으로 규정. 노무현 탄핵소추 사유는 정치중립 위반, 박근혜 탄핵 사유는 부정부패.
‘노무현 탄핵’은 2004년 3월 12일 야당인 한나라당 주도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사건. 이로써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노무현은 그해 5월 14일 헌재의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직무 복귀.
■ 세줄 요약
환경적·맥락적 요인 : 여소야대 정국, 정당 간 이념적 양극화 심화, 대통령의 독단적인 리더십 등 탄핵론 제기의 ‘환경적 요인’은 무르익음. 하지만 탄핵 추진의 순수성, 탄핵론 제기 시점 같은 ‘맥락적 요인’은 약해.
탄핵론 제기 온당한가 :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불법 혹은 탄핵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될 국정 농단의 존재 여부. 이것 없이 야당이 탄핵론을 총선 앞둔 선거전략으로 이용하려 하면 역풍 맞을 수도.
대선 불복 : 최근 논란이 됐던 정국 이슈들로 대통령을 겨냥해 “끌어내려야”를 외치는 건 적절치 않아. 조건과 요인, 과정과 맥락을 갖추지 않은 탄핵론 제기는 ‘대선 불복’과 같으며, 협치 깨기를 넘은 반정치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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