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꼬박 모아야 살 수 있는 미친 집 값…‘세계 11위’ 오명에 '매매가 거품'[머니뭐니]

2023. 9. 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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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집값이 세계 주요국 중 11번째로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 성장을 저해할 만큼 과도한 수준의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에서 비롯되는 만큼,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가계부채 축소는 요원할 전망이다.

15일 세계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올해 기준 우리나라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rice to Income Ratio, PIR)은 26.0배로 조사 대상 세계 107개국 중 11위를 기록했다. 1위 시리아(86.7배), 2위 가나(78.6배) 등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 선진국 중에서는 홍콩(44.9배)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PIR은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아파트 가격을 나타낸 지표로, 26년 동안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임대료 대비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주택수익비율(Price to Rent Ratio, PRR)은 도심 기준 115.1배로 세계 주요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전·월세에 비해 주택 매매 가격에 얼마나 거품이 끼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집값이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비도심의 PRR 역시 98.6%로 세계 2위에 올랐다.

가구가 버는 돈에 비해 집값이 수십 배 높다 보니 내 집 마련을 위해선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구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Mortgage as Percentage of Income, MPI)은 182.2%로 소득의 거의 두 배에 달하고 있다. 전체 국가 중 31위지만 선진국만 보면 홍콩(286.8%)에 이어 2위다.

MPI에 100을 곱한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지수(Loan Affordability Index, LAI)는 0.5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8월 말 기준 1천75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9천억원 증가했다. 연합뉴스

실제로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은행 주담대 잔액은 827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7조원 급증했다. 전세자금 수요는 둔화했지만 주택 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며 전달(+5조9000억원)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올해 1~8월 주담대 증가액은 2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조80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주담대는 가계부채 누증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로 2분기 기준 가계신용 증가율의 대출유형별 기여도를 보면, 주담대를 제외한 기타대출은 -2.0%포인트로 감소 요인이 되고 있지만 주담대가 1.6%포인트로 가계신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정도로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04.5%로 부채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는 임계치(80%)를 큰 폭 상회하고 있다. 이는 BIS가 집계한 44개국의 가계부채 비율 중위값 56.3%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며 미국(74.4%), 영국(83.5%), 일본(68.2%) 등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누증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집값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주담대가 줄어들지 않는 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전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PIR이 26배라는 것은 과거 평균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고평가돼 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새로 결혼하는 부부가 ‘영끌’을 하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지 않도록 꺾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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